'7년 만의 가을야구' 한화, LG잡고 1위 대역전극 가능성은?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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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문, '1천승 앞두고'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김경문 감독이 7회 수비 후 더그아웃에서 이동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16일 현재 한화는 77승 53패 3무(승률 .592)를 기록하며 2위에 올라있다. 11경기를 남겨두고 선두 LG 트윈스(80승 50패 3무)를 3게임 차로 추격했다. 매년 단골 최하위를 기록하며 가을야구 경쟁의 들러리 신세였던 한화가 올해는 마지막까지 정규시즌 선두 경쟁을 이어가며 '주인공'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한화는 올시즌 이전까지 프로야구 역사상 전례없는 긴 침체기를 거쳐왔다. 창단 초기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 시절에는 우승은 없어도 한국시리즈 진출만 4번이나 했던 강팀이었지만, 한화로 모기업이 바뀐 이후에는 들쭉날쭉한 성적을 기록하며 중하위권을 오르내리는 기간이 길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한화에 본격적인 암흑기가 도래했다. 한화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연속 PS진출에 실패했다. 2018년 3위로 오랜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한 번 성공했지만, 이듬해인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또다시 6년 연속 PS무대를 밟지 못했다. 최근 17시즌 동안 꼴찌만 8번이나 기록하며 10개 구단 중 최악의 승률을 달성했고, 이 기간 8명이나 감독이 바뀌었다.
강력한 선발야구 앞세운 한화
하지만 올해 대전 신구장 한화생명볼파크 개장과 함께 한화는 그간의 한을 씻어내듯이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1992년 빙그레 시절 이후 33년 만에 전반기 1위, 한 시즌 두 번의 10연승(12연승-10연승) 등 대기록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비록 후반기 LG에 선두를 내주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3위 SSG와 9게임 차로 벌리며 최소한 2위는 확보했다. 사실 정규리그 2위라는 성적만 해도 1992년 빙그레(81승 43패 2무 승률 .651) 이후 최고 성적이고, 10개 구단 체제 이후로는 구단 최다승 타이(2018년 77승)와 최고승률이다. 여기에 9월들어 7승 2패로 LG와의 승차를 막바지에 다시 좁히면서 아직 1위 싸움도 끝나지 않았다.
한화가 가장 최근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2018년과 비교해도 올해의 전력이 훨씬 낫다는 평가다. 당시에는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린 선발투수가 키버스 샘슨(13승) 한 명 뿐이었고, 리그 평균자책 1위(4.28)를 기록한 불펜진의 의존도가 높았다. 타선은 김태균과 정근우, 이성열 등 등 30대 베테랑들이 주축을 이루던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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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삼진 226개 신기록 달성' 폰세의 포효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 코디 폰세가 KBO리그 한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세웠다. 폰세는 3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 5회까지 삼진 6개를 잡아내며 이번 시즌 탈삼진 226개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에서 포효하는 한화 폰세. (한화 이글스 제공) |
| ⓒ 연합뉴스 |
강력한 마운드에 비하여 타격과 수비는 여전히 다소 무게가 떨어진다. 거액을 주고 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야수 심우준, 안치홍, 투수 엄상백 등이 모두 슬럼프에 허덕였다는 것이 뼈아팠다.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도 부진과 부상으로 고전하다가 결국 루이스 리베라토로 교체됐다.
선수층의 균형과 깊이, 2018년보다 우세
그럼에도 전반적인 선수층의 균형과 깊이 면에서는 2018년보다 우세하다. 문현빈(타율 .327, 3위)이 맹타를 터뜨리고 있는 가운데, 4번타자 노시환(29홈런 4위)은 부진한 타율에도 30홈런에 1개만을 남겨놓고 있다. 1루수 채은성과 포수 최재훈, 시즌 중 트레이드로 영입한 손아섭 같은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이진영과 황영묵 등이 후반기로 갈수록 좋은 활약을 이어가며 야수진의 뎁스를 한층 두텁게 만들어줬다. 최근에는 리베라토마저 부상을 털고 복귀했다.
단지 올해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몇 년 후까지 성장이 더 기대되는 선수들을 꾸준히 발굴-육성해가면서 '신구조화'를 이뤘다는 것이 가장 고무적인 부분이다. 또한 팀의 호성적과 더불어 관중동원에서도 연일 홈경기 매진을 이어가며 올시즌 프로야구의 인기몰이와 대전의 지역 경제 효과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가을야구 진출을 통하여 '팀의 재건'이라는 1차 목표를 어느 정도 완수한 한화는 앞으로 어디까지 더 올라갈 수 있을까, 한화 팬들이 기대하는 다음 과제는 이제 '26년 만의 우승'과 '연속성있는 강팀'으로의 도약이다.
한화는 1999년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 이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과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 경험도, 2006년 현대 유니콘스와의 플레이오프(3승 1패)로 무려 19년 전이다.
한화는 현재 최소 2위를 확정짓고 이제 LG와의 1위 경쟁만이 남아있다. 포스트시즌까지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수 있는 1위를 탈환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KBO리그 역사상 단일리그 체제에서 LG처럼 80승에 먼저 선착한 팀이 정규시즌 우승까지 달성한 사례는 20번 중 총 19번에 이른다.
다만 한화가 LG와의 올시즌 3번의 맞대결이 아직 남아있다는 게 변수다. 양팀은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한화의 홈인 대전에서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맞대결을 펼친다. 한화가 선두 LG에게 상대전적에서 5승 7패 1무로 열세지만 3연전을 모두 잡으면 결과는 뒤집힌다. 그전까지 7경기를 치르는 한화가 LG와의 승차를 얼마나 좁혀놓느냐에 따라 마지막 3연전의 무게가 달라진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지금까지 한국시리즈 준우승만 4번이나 기록한 '무관의 제왕'이다. 김 감독은 정규리그 1위 역시 한 번도 기록해보지 못하며 항상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했기에, 정작 한국시리즈에서는 항상 '언더독'의 입장에서 치러야 했다. 김 감독으로서는 과연 남은 시즌 동안 1위 탈환을 위하여 과감한 총력전 승부수를 띄울지, 아니면 무리하지 않고 여유롭게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며 포스트시즌을 대비하는 길을 택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7년 전의 한화는 단 한 시즌의 짧은 반등을 뒤로 하고 곧바로 다시 장기간의 암흑기에 빠진 바 있다. 올해의 한화는 그때보다 더 젊고 강해진 팀으로 거듭났다. 올시즌의 한화가 오랜만의 가을야구 진출 한 번에 만족하는 것을 넘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에 따라, 앞으로 한화의 미래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페넌트레이스와 다가올 가을야구에서, 이제 한화는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온 '1위의 꿈'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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