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경제야"…2년 만에 고개 숙인 '전기톱 아르헨'

이른바 ‘전기톱 개혁’을 내걸고 당선됐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취임 2년 만에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당초 공약한 물가 안정에선 성과를 이뤘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아르헨티나에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어서다.
지난 7일(현지시간) 치러진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의회 선거에서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자유전진당(LLA)은 33.7% 득표에 그치며 좌파 페론주의 연합 푸에르사 파트리아(47.3%)에 패배했다. 아르헨티나 전체 유권자의 40%가 집중된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선거는 다음 달 열릴 중간선거의 향방을 보여주는 가늠자다.
집권 여당의 참패 이후 아르헨티나 경제는 크게 출렁였다. 페소화 가치가 약 4% 하락했고, 국채가격은 폭락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깊이 반성한다”며 해외 일정을 취소하고 대통령궁에서 내각 회의를 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 “평소 자택에서 일하며 정치는 고문들에게 위임하는 엉뚱한 경제학자에겐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 낮췄는데…외환보유고 텅텅

하지만 현지 매체들은 밀레이 대통령에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며 꼬집었다. 그의 경제 개혁이 반쪽짜리에 그쳤다는 평가를 하면서다. 물가를 억제하면서 경기 침체를 막지 못했고, 금리를 대폭 인상해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정부부처와 공무원 수를 줄여 공공 지출을 크게 줄였는데, 이 역시 경제 성장을 둔화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율은 2024년 4월 289%에서 올해 8월 34%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실질임금 수준은 밀레이 대통령 취임 전보다 더 낮아졌다.
가장 큰 문제는 부족한 외환보유고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빌려온 200억 달러(약 27조7600억원)의 차관이 대부분이다. 환율이 급등할 경우 정부가 쓸 수 있는 방어 카드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10월 중간선거 분기점…밀레이 향방은

아르헨티나 여론조사기관 트레스푼토제로의 실라 빌커 이사는 “(국민의) 인내심이 줄어들고 있다”며 “예전에는 버티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생각이 팽배했지만, 이제는 그런 희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밀레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7~8월 한 달 만에 8%p 하락해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졌다.
다만 이번 의회선거에서 투표율이 저조했던 것은 밀레이 대통령에게 희망으로 작용할 수 있다. 후안 네그리 부에노스아이레스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은 보수 유권자들이 좌파 포퓰리즘인 페론주의가 부활할 것을 두려워해 전국 선거에선 투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내달 중간선거에서 최소 40%의 표를 확보해야 한다. 경쟁자로 떠오르는 액셀 키칠로프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는 ‘쇄신된 페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키칠로프는 과거 재무장관으로 재임하는 동안 국가 채무를 불이행하며 IMF로부터 비판받았다”며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키칠로프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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