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사로잡은 신인 감독의 '명품 퓨전사극', 이게 달랐다
[양형석 기자]
1990년대 중반 <사랑을 그대 품안에>와 <호텔>, <아파트> 등을 연출하며 스타PD로 떠오른 이진석PD는 1997년 일본 영화 <전학생>을 리메이크한 <체인지>를 연출했다. 하지만 <체인지>는 서울 관객 16만으로 인상적인 성적을 올리진 못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전국 233만 관객을 동원했던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역시 <해피투게더>, <피아노>를 만든 오종록 PD의 유일한 영화 연출작이었다.
사실 영화와 드라마는 비슷해 보여도 제작 환경이 다르기에 두 장르의 연출을 넘나들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과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재규 감독은 2014년 <역린>으로 384만, 2018년 <완벽한 타인>으로 529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처럼 이재규 감독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모두 인정을 받은 흔치 않은 감독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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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모>는 신인 감독이 연출하고 화려한 캐스팅과는 거리가 있었음에도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
| ⓒ <다모> 홈페이지 |
많은 대중이 유창한 영어 실력과 미국 문화에 익숙하다는 점 때문에 이서진을 교포로 알고 있지만 이서진은 한국에서 태어나 중학교 졸업 후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 '유학파' 출신이다(또한 이서진은 육군 기무사를 나온 '군필자'다). 1999년 SBS 드라마 <파도 위의 집>으로 데뷔한 이서진은 <왕초>에서 김두한의 부하로 출연했고 <그 여자네 집>, <그대를 알고부터>를 통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2년 드라마 <별을 쏘다>에서 악역 김태훈을 연기했던 이서진은 2003년 MBC 드라마 <다모>에서 채옥(하지원 분)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좌포청 종사관 황보윤 역을 맡으면서 전성기를 열었다. <다모>에서 "아프냐?나도 아프다"라는 불멸(?)의 유행어를 만들며 시청자들의 큰 인기를 얻은 이서진은 2003년 MBC 연기대상에서 우수연기상과 베스트커플상을 받으며 단숨에 스타 배우로 도약했다.
이서진은 2004년 초등학교 시절 짝꿍이었던 이유진 작가가 집필한 <불새>에서 주인공 장세훈을 연기해 고 이은주와 애틋한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불새>는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서진은 MBC 연기대상 최우수상과 함께 2년 연속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07년 이병훈 감독의 사극 <이산>에서 훗날 정조에 즉위하는 이산 역을 맡으며 배우로서 정점을 찍었다.
이서진은 2009년 납량특집 드라마 <혼>과 2011년 <계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슬럼프에 빠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서진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나영석 PD의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 정선편>에 출연하면서 친근한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2016년 유이와 호흡을 맞춘 <결혼계약>을 통해 <불새>, <이산>에 이어 역대 세 번째 MBC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8년 <다모>의 이재규 감독이 연출한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사장 고준모를 연기한 이서진은 2022년 <내과 박원장>과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에 출연한 이후 연기 활동이 다소 뜸하다. 하지만 <윤스테이>와 <서진이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대중들을 만나고 있는 이서진은 내년에도 나영석 PD와 함께 넷플릭스 예능 <이서진의 달라달라>에 출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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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모>의 명대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는 오랜 세월에 걸쳐 수 많은 매체에서 패러디됐다. |
| ⓒ MBC 화면 캡처 |
<다모>는 PD와 작가도 신인이었지만 3명의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들도 신예들로 구성됐다. 영화 <폰>과 <색즉시공> 에 출연했던 하지원은 막 주연으로 성장하던 시기였고 이서진도 '서브남주 전문'으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심지어 장성백 역의 김민준은 <다모>가 드라마 데뷔작이었다. 하지만 <다모>는 <여름향기>, <야인시대> 2부와 맞붙어 최고 시청률 24.2%로 크게 선전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다모>는 방학기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작품이지만 '17세기에 활약한 조선 여형사'라는 설정을 제외하면 많은 각색이 이뤄졌다. 특히 하지원이 연기한 채옥은 원작의 거친 면모 대신 멜로를 위해 여성스러운 부분이 크게 부각됐다. 드라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채옥과 황보윤의 애틋한 러브 라인과 출생의 비밀 등도 원작에는 나오지 않는다(장성백은 원작에 없는 드라마 오리지널 캐릭터다).
<다모>는 이후 만들어진 퓨전사극 드라마와 영화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특히 김민준이 연기한 장성백은 사극 캐릭터로는 파격적인 단발 웨이브 스타일을 했는데 이후 많은 작품에서 검을 다루는 무사 캐릭터들이 이 같은 스타일로 등장했다. 무협 영화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와이어 액션도 당시 한국 드라마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았고 하지원과 이서진, 김민준의 과감한 액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사극의 OST는 대부분 국악 선율을 통해 한국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데 주력했지만 <다모>는 사극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한 OST를 선보였다. 김범수와 조관우, 김상민, 페이지 이가은 등이 참여한 <다모> OST는 애절한 발라드는 물론이고 강한 비트의 록 넘버도 포함돼 있다. 특히 김범수가 부른 <비가>는 2016년 <연예가중계>에서 조사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드라마 OST' 35위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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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지원은 <다모> 이후 <형사DUELIST>,<시크릿 가든> 등에서도 어려운 액션연기를 소화했다. |
| ⓒ MBC 화면 캡처 |
모델로 활동하다 2002년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김민준은 <다모>에서 역모를 꿈꾸는 화적 장성백을 연기하면서 드라마에 데뷔했다. 물론 김민준은 <다모> 출연 당시 연기 경력이 크게 부족해 작품을 찍으면서 연기를 배웠지만 장성백 캐릭터의 인기는 황보윤에 뒤지지 않았다. 김민준은 <다모> 이후 <아일랜드>와 <프라하의 연인>에 출연하며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영화 <달마야 놀자>와 <공공의 적>, <라이터를 켜라> 등을 통해 감초 연기자로 이름을 알리던 이문식은 <다모>에서 도망노비 마축지를 연기했다. 채옥의 봇짐을 털어 한 몫 챙기려 했던 마축지는 채옥에게 잡혀 호되게 혼이 난 후 채옥의 정보원이 된다. 이문식이 여러 작품에서 맡았던 것처럼 마축지 역시 개그 캐릭터 역할에 충실하지만 자신의 아이를 가진 아내(노현희 분)가 살해당한 뒤에는 복수심을 불태운다.
<순풍 산부인과>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같은 시트콤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권오중은 <다모>에서 좌포청 부장포교 이원해 역을 통해 오랜만에 진지한 캐릭터를 맡았다. 채옥에게 연모의 마음, 또는 측은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남자 캐릭터들과 달리 이원해는 채옥을 철저하게 동료 또는 부하로 대한다. 물론 다모로서 채옥의 능력을 믿고 뒤에서 든든하게 지원해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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