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철의 시시각각] 우월 넘어 전능함 치닫는 '선출 권력의 위상'

민주화 운동은 독재로 치닫는 권력에 대한 저항이었다. 선출된 권력이라도 원칙을 어기고 멋대로 하면 국민은 용감히 나서 싸웠고, 민주당도 그 곁을 지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자주독립 정신과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촛불시민혁명의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민주당 강령은 이런 역사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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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통령 “선출 권력이 서열 앞서”
임명 권력 준 건 선출 권력 아닌 국민
헌법 원리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
」
그런 민주당이 언제부턴가 선출된 권력의 우월함을 주장한다. 21대 총선에서 180석 가까이 얻어(위성정당 포함) 거대 여당이 되면서 시작된 듯하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까지 ‘계엄’으로 자멸한 이후 민주당에서 선출 권력의 위상은 우월을 넘어 전능함의 수준으로 치닫는다.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는 말로 이를 공식화했다. 발언이 나온 계기는 내란특별재판부를 둘러싼 논란이다. 민주당은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위원회에서 추천한 판사들로 내란 사건만 전담할 1, 2심 재판부와 관련 영장을 처리한 영장판사를 구성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외부인을 재판부에 포함할 수 있는 조항도 고려했으나 일단 현직 판사 중 추천으로 한발 물러섰다.
당연히 삼권분립과 헌법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들끓는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계엄을 발동해 총칼을 들고 온 윤석열과 무엇이 다르냐’(박희승 의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내란을 단죄하겠다며 내란 세력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꽤 아프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게 왜 위헌이냐”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헌법상 법관은 대법원장이 임명(104조)하지만, 법원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102조). 그러니 전담재판부라는 조직과 그 구성원을 뽑는 기구를 법률로 만드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서열은 국민주권, 직접선출 권력, 간접선출 권력 순이다.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선출 권력이며, 임명 권력은 선출 권력으로부터 2차적으로 권한을 나눠받은 것”이라 설명한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중대한 오류가 숨어 있다. 임명 권력을 위임하는 게 선출 권력이 아닌 국민이란 것이다. 선출 권력은 시스템의 밑그림을 그리고 권한 위임을 대리할 뿐이다.국민이 선거로 입법자를 뽑고, 그들이 법을 만들어 분야별로 위임할 내용과 방식을 정한다. 하지만 법에도 지켜야 할 원칙과 넘지 말아야 할 한계가 있다. 그게 헌법이다. 1차 위임을 받은 입법자가 만든 법이 원칙에 위배되고 한계를 넘으면 무효가 된다.
우리 헌법의 구조도 이런 원리를 반영한다. 먼저 주인인 국민이 가지는 권리와 의무를 선언하고, 이어 권한을 위임받은 권력기관을 국회, 정부, 법원 등의 순으로 나열한다. 하지만 이 순서가 서열은 아니다. 선출 권력도 국민주권 실현의 한 방편일 뿐이며, 오히려 헌법 원리의 핵심은 권력을 위임받는 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이다. 입법권이 국회에 있다(40조)고 적시돼 있듯이,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101조). 그리고 소송 절차와 사무처리 규칙은 대법원이 정한다(108조)고 규정돼 있다.
물론 지금도 법원조직법엔 특허·행정·가정법원 등 분야별 법원을 두는 조항이 있다. 수없이 많은 소송을 분야별로 나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함이다. 각급 법원에 전문 분야를 담당하는 재판부가 운용되지만 모두 법원이 스스로 정한다. 특정 시기에 특정한 피고인을 다룰 특별한 재판부를 만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만약 그런 재판부를 만든다면 해당 피고인이 받아들일까? 위헌 소송이 불가피하고 재판만 길어질 게 뻔하다. 합헌 판정을 받기도 어렵지만, 합헌이 나와도 문제다. 나중에 정권이 바뀌고 나면 이번 재판 결과를 뒤집기 위한 ‘내란재심특별재판부’를 구성할 논리가 되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 상황까지 각오하는 것인가.
최현철 사회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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