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 때 땅끝마을서 꼭 들러야 하는 코스 두 곳
[나일영 기자]
9월 8일, 해남의 일출 시간이 오전 6시 11분이다. 땅끝점에서 일출을 맞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국토종주 짐을 꾸려서 6시에 한반도의 끝이자 시작점인 땅끝점에 도착했다.
땅끝점은 사자봉 아래 해안 절벽 아래에, 숙소가 있는 땅끝마을에서 약 1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예전엔 이곳에 가기 위해 산 비탈에 낸 숲길을 아슬아슬 걸어가야 했지만 지금은 절벽 위로 데크 길이 놓여 빨리 편하게 왔다.
걸어갈 사람들과 걸어온 분의 조우
날이 흐려 일출 장면은 볼 수 없지만 모두 비장한 마음으로 우리가 갈 목적지인 고성 방향을 향해 묵념하듯 섰다. 이 땅의 주재 신에게 국토종주의 시작을 고하고 무사안전을 기원하는 '비나리' 의식을 진행했다.
각자 완주의 각오와 다짐의 시간이기도 했다. 앞으로 내딛는 곳마다 발걸음마다 이 기원이 가는 길을 환히 비추는 빛이 되길, 가다가 힘들어도, 갈 길 몰라 헤메일 때도, 때마다 되살아나는 힘이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오늘은 우리 사단법인 사람길 성이사님도 자리에 함께 했다. 이사님은 75일 전 부산 오륙도에서 남파랑길을 출발해 이곳 땅끝점까지 1470km를 걸어오셨다. 내년 봄까지 코리아둘레길을 완주할 목표를 갖고 계신다. 79세의 나이에 단지 놀라운 차원을 넘어선 결기와 걷기 사랑, 삶을 대하는 태도로서 열정이 모습 자체에서 묻어나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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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과 시작의 만남 땅끝점 부산에서 남파랑길을 걸어오신 분과 해남에서 고성까지 걸어갈 사람들이 땅끝점에서 만났다. |
| ⓒ (사)사람길걷기협회 |
출발식을 한 후 땅끝마을을 향해 발길을 돌리는 찰나, 아! 해가 뜨고 있다. 한반도 땅끝은 특별하고도 장엄한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일기와 해무가 많이 끼는 탓에 이렇게 완전한 원형의 일출을 보기란 쉽기 않다. 어제까지 비가 내리고 오늘도 비가 예고돼 있어 나 역시 포기했던 일출 장면이라 감격이 더 크게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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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끝점 일출 땅끝점에서 보는 일출. 기대하지 않았던 일출이라 더 황홀하고 감격스러웠다. |
| ⓒ (사)사람길걷기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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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의 손 땅끝을 찾는 사람들이 희망을 기원하고 간직하고자 조성된 조형물 |
| ⓒ (사)사람길걷기협회 |
출발 전 마지막 할 일이 아침식사다. 5시 전부터 깨어나 7시가 다 되도록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배가 고프다. '여기조아' 식당이 이른 시간부터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정갈한 반찬에 얼큰한 한우국밥으로 아침을 잘 먹었다.
땅끝마을은 그나마 식당이 있지만 이곳을 벗어나면 한동안 식당을 볼 수 없다. 식당 사장님께 사정을 해 보았다. 요즘은 여름철이라 식당마다 밥을 많이 해 두지도 않고 특히 반출은 안된다. 그럼에도 출발하면 식당이 없다는 점을 말씀드려 불쌍히 여김을 받아 정말 고맙게도 해둔 밥을 싹싹 긁어 6공기를 포장해 받을 수 있었다.
함께 걸어갈 일행은 9명이지만 이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약 14km 걸어가면 영전리에 거의 유일한 슈퍼라고 할 수 있는 땅끝만물슈퍼가 있다. 그곳에서 컵라면과 몇 반찬을 사서 함께 먹을 심산이다.
드디어 각자의 바람을 안고 국토종주 출발이다. 어떤 예기치 못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길이다. 한국종단트레일은 정제되고 박제된 길이 아니다. 날것의 길이다. 지역민의 삶의 모습과 이 땅에 쌓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우리 국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마주하기 위해 산 넘고 강 건너는 모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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