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없어져야 할 곤충은 없다, 모기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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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솔 기자]
텃밭에 갈 때마다 우리는 모기의 포로가 된다. 얼굴이나 다리에 붉게 부풀어 오른 모기 자국은 따갑고 가렵다. 어린 손자 로리에게 모기 퇴치 스티커를 붙여도 소용이 없다. 모기는 아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할머니~ 모기가 로리를 또 물었어요. 가려워요."
아이가 울상을 짓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잡초 몇 개 뽑기도 전에 온몸이 근질거려 땀이 난다. 대낮엔 뜨겁고, 저녁엔 모기가 극성이다. 그래서 나는 자주 투덜거린다.
"하느님은 왜 모기를 만드셨을까? 우리 아가 피를 자꾸 빠는 이 나쁜 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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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곤충의 다양성 보존 생물 다양성이 높은 생태계는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
| ⓒ 용인 곤충생태 체험관 |
그런데 체험관 벽면에 붙은 안내 문구는 내 생각을 흔들어 놓았다. '모기 역시 지구 생태계의 소중한 구성원'이라는 설명이었다. 의아한 마음에 집에 돌아와 자료를 찾아 읽어 보았다. 로리의 피를 자꾸 빨아먹는 모기의 생태를 좀 더 알고 싶었다. 나 또한 오랫동안 모기의 피해자였으니까.
인간에게 모기는 여름의 불청객이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 모기 박멸을 위해 엄청난 예산과 기술을 쏟아붓는다. 모기가 없어져도 생태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잠자리나 박쥐가 다른 먹이를 찾아 먹으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곤충학자들과 세계보건기구 등의 연구에 따르면, 모기는 불편한 해충이기 전에 지구 생태계의 한 축이라 한다.
유충 단계에서, 모기는 웅덩이나 논 같은 물속에서 살아가며 썩은 낙엽과 미생물, 유기 찌꺼기를 먹는다. 이 과정은 물속의 유기물을 분해하고 순환시키며, 작은 수생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성충 단계에서는, 수컷은 전혀 흡혈하지 않고 꽃꿀이나 식물의 즙만 먹는다. 암컷도 알을 낳을 때 필요한 단백질을 얻기 위해 잠깐 피를 빠는 것 외에는 수컷과 마찬가지로 꽃꿀을 먹는다. 이때 모기는 의외로 꽃가루를 옮겨주며, 일부 식물의 수분을 돕는 역할을 한다. 특히 북쪽 고위도 지역에서는 모기가 중요한 수분 매개 곤충으로 기록되어 있다.
먹이사슬의 관점에서 보면, 모기는 잠자리·거미·새·박쥐·물고기 등 수많은 생물들의 주식이다. 작은 곤충 한 종이 사라질 경우, 이 먹이망의 일부가 흔들릴 수도 있다. 즉, 인간에겐 불청객이지만, 생태계 에서는 '없어도 되는 존재'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는 곤충이다.
곤충은 인간의 적이 되기 쉽다. 농작물을 해치거나, 질병을 옮기거나, 우리의 생활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나 불편하다고 해서 지구상에서 없애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생태계는 하나의 연결망이고, 모든 존재는 그 안에서 제 역할을 한다.
모든 곤충은 포식자이자 먹잇감이고, 화분매개자이자 분해자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유하고 필수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인간과 곤충은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긴밀하게 연결된 상호 의존적 관계다. 우리가 그 존재를 거부하는 순간, 만물의 질서는 쉽게 흐트러진다. 결국 자연은 불필요한 생명을 만들지 않는다. 그러니 모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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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물렸어 오늘은 모기장 옷을 입고 오지 못했다. 그래서 더 많이 물렸다. |
| ⓒ 신혜솔 |
그럼에도 나는 모기가 싫다. 하지만 내가 모기 한 마리 때려잡는다고 해서 그 후 물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로리와 함께 텃밭에서 모기에 물릴 때마다 짜증이 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본다. 불청객이라 여겨지는 존재조차 자연의 질서 안에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우리가 모기를 미워하면서도 결국은 그들과 같은 지구에 발 딛고 살아가는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모기는 인간에게 가장 성가신 곤충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불청객이 사라진 세상은 결코 더 나은 세상이 아닐 수도 있다. 불편을 줄이면서도 공존을 모색하는 태도, 그것이 우리가 지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찾아야 할 길이다.
"로리야, 모기조차 품는 마음이 지구를 품는 길이라는구나. 모기장 옷 입고 퇴치제 뿌리고 패치도 붙이고 버티기로 하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립니다. Wikipedia, Mosquito(최근 업데이트 내용 참조), WHO 2023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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