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안의 시시각각] 윤·김 부부는 다 알고 있었구나

강주안 2025. 9. 12. 00: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주안 논설위원

처음엔 300만원짜리 디올 백 하나인 줄 알았다. 그것만으로도 “설마…” 했다. 갓 취임한 대통령 부인이 태연하게 명품백을 수수하는 영상은 조작이 의심될 만큼 비현실적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당할 때까지 하나만 공개됐던 김건희 여사의 금품 수수 의혹은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가 진행되면서 계속 늘었다. 최근에만 스위트 알함브라 팔찌, 투 버터플라이 펜던트 목걸이, 뻬를리 컬러 이어링 귀고리, 프리볼 브레이슬릿 팔찌가 새로운 의혹으로 떠올랐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요양병원에서 발견된 금거북이와 롤렉스 시계, 까르띠에 시계에다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받았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2개까지 등장했다. 김 여사 오빠의 장모집에선 이우환 화백의 그림이 발견됐다.

「 속속 추가되는 금품수수 목록
압수수색 동선에선 가짜 발견
진정한 사과는 법정에서 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2년 6월 30일(현지시간)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첫 순방을 마치고 마드리드 바라하스국제공항에서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경찰·검찰·국가정보원 같은 기관에선 범죄 일당을 검거하면 증거가 되는 압수품을 전시하고 언론 취재를 지원한다. 김 여사 수사에서 등장한 각종 귀금속과 명화 등을 진열하면 마치 왕릉에서 출토된 부장(副葬) 유물 특별전을 방불케 할 듯하다.

김 여사의 예사롭지 않은 행차도 하나둘 드러난다. 대통령 안가를 외부 인사와 만나는 장소로 활용해 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의 망묘루를 지인들과의 차담회 장소로 이용했다는 의혹도 공개됐다. 재임 기간이 3년에 못 미쳤지만, 5년을 채운 어느 영부인에게서도 못 들어본 행보다.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지칭했던 김 여사가 목걸이에 관해 내놓은 해명은 진실성을 근본부터 흔들었다. 모조품을 샀다고 주장한 김 여사의 가짜 목걸이는 오빠의 장모집에서 발견됐다. “진품을 선물했다”는 제공자 폭로가 나오면서 김 여사가 형사처벌을 회피하려고 모조품을 압수수색 동선에 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됐다. 얼마나 치밀하게 훗날을 대비했다는 얘기인가.

윤 전 대통령 역시 주도면밀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가 김문수 후보로 결정되자 페이스북에서 비협조가 예상되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지목해 “저는 한 전 총리께서 그 길에 끝까지 함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이번만큼은 파면된 윤 전 대통령 말을 따르지 않았다. 계엄 직후 군인이 주도한 불복종 대열에 한 전 총리가 합류했다.

두 달 전만 해도 “형사 법정에서 비상계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던 윤 전 대통령은 재판에도 안 나온다. 링에 오를 의지가 안 보인다. 김 여사는 조사 때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전의를 상실하고 나니 두 사람에게서 상식적인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ㆍ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165인, 찬성 163인, 기권 2인으로 가결되었다. 뉴스1

윤 전 대통령은 “모든 책임은 군 통수권자였던 나에게 묻고 군인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멈추라”고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 풀려날 사람은 다 풀려났고, 계엄을 모의한 고교 선후배는 이미 두 번째로 구속됐으니 만시지탄이다. 김 여사는 기소된 날 “특검 검사님들께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냈다. 디올 백 사태가 터졌을 때 검사들을 오라 가라 하지 말고 이런 태도를 취했다면 어땠을까.

여야는 어제(11일)도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특검 수사 연장을 두고 충돌했다. “특검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는 여야 합의 내용이 하루 만에 뒤집히는 모습에 두 사람은 낙담했을 것이다. 각종 비리의 위법성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동선, 부하들을 사지로 몬 군 통수권자가 취해야 할 태도 등을 두 사람은 다 알고 있었지만, 하나를 몰랐다. 둘이 면밀하게 시나리오를 짜도 진실은 결국 드러난다. 그 대가가 이렇게까지 혹독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듯하다.

연속 여덟 번 재판에 불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법정에 나와 “모든 책임을 나에게 물어 달라”고 말할 때다. 오는 24일 재판이 시작되는 김 여사 역시 특검 존중의 마음을 법정 진술로 보여줘야 한다. 그 길밖에 없다는 사실도 두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강주안 논설위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