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십자인대가 어떻다고? 골로 대답한 오현규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라인의 ‘젊은 피’ 오현규(24·헹크·사진)에게 이번 미국 원정길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7월 벨기에 헹크에 입단한 그는 1년 만에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 이적 기회를 잡았다. 계약을 마무리 짓기 위해 대표팀 합류까지 미루고 슈투트가르트로 이동해 메디컬테스트를 받았지만, 협상은 불발됐다. 그는 기죽기는커녕 두 눈을 반짝거리며 “전화위복으로 삼겠다. 독기를 품고 강해져 시장에서 증명하겠다. 어느 팀이나 원할 선수가 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일(한국시간) 멕시코와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오현규는 자신의 다짐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줬다. 그는 1골·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원톱으로 선발 출장한 그는 후반 20분 헤딩 패스로 손흥민의 선제골을 도왔다. 후반 30분에는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침투한 뒤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을 터트린 뒤 오현규는 바지를 걷어 왼쪽 다리를 카메라를 향해 내밀었다. 오른발로 골을 넣었지만, 굳이 왼발을 내보인 건 왼쪽 무릎 십자인대 수술 이력을 문제 삼은 슈투트가르트를 향한 무언의 항의였다. 그는 “특정 팀을 저격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그 누구 못지않게 내 무릎이 건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현규는 앞서 전반 15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가슴 트래핑 후 상대 수비수 사이에서 몸을 돌려 유효슈팅을 때렸다. 5분 뒤에는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40m를 드리블해 페널티박스 안쪽까지 파고들어 왼발슛으로 멕시코 골문을 노렸다. 공을 몰면서도 상대 수비수의 추격을 뿌리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후반 22분에는 프리킥 상황에서 큰 키(1m83㎝)를 살려 날카로운 헤딩슛을 시도했다.
독일 ‘키커’가 왜 오현규를 두고 “큰 키에 빠르고 골대 앞에서 집요한 데다 젊어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는지 알 수 있는 경기였다. 손흥민을 뒤이을 차세대 공격수로 평가받는 그는 이날 경기 후 “자신을 속이지 않고 하루하루 간절하게 산 보답을 받은 것 같다”며 기뻐했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오현규는 골 결정력이 좋은 선수다. 출장 기회가 늘면 기량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22년 11월 아이슬란드 평가전을 통해 국가대표 경기(A매치)에 데뷔한 오현규는 이날 멕시코전까지 A매치 21경기 출장, 5골을 기록했다. 두 번째 시즌을 맞은 헹크에서는 벨기에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골 등 벌써 6경기에서 2골을 터뜨렸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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