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금수저 '명품상자 트리'에 분노…대통령궁마저 불태웠다

네팔에서 특권층 자녀를 향한 젊은 세대의 분노가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시위대는 정부 청사와 대통령 관저에 불을 지르며 폭동 수준으로 격화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와 외신들이 전한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모습은 불바다 그 자체다. 시위대는 정부와 의회가 모여 있는 싱하 두르바르 궁전에 난입해 불을 질렀다. 창문은 산산이 조각났고 건물 외벽은 반(反)정부 메시지를 뜻하는 낙서로 뒤덮였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의 총기를 빼앗아 거리에서 총성이 울렸다. 경찰은 시위대에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대응했다. 이날까지 최소 22명이 숨졌고, 500명이 넘게 다쳤다. 이 중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날 시위대의 방화로 잘리나트 카날 전 총리의 부인이 자택에서 중화상을 입고 사망했다. 람 찬드라 포우델 대통령은 군 헬기를 타고 군사 훈련 센터로 긴급 대피했다.
시위를 이끄는 건 20대다. 비교적 젊은 국가인 네팔의 중위연령은 25.3세에 불과하다. 당초 주최 측은 시위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을 28세로 제한했다. 하지만 경찰이 청소년과 대학생으로 이뤄진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는 주장이 퍼지자 연령과 관계없이 남녀노소가 거리로 나왔다.
부패에 분노한 Z세대, SNS 금지하자 거리로

앞서 소셜미디어(SNS)에선 네포키즈를 해시태그하고 엘리트 자녀를 비판하는 게시글이 확산했다. X에 올라온 한 영상에선 네팔 정치인의 자녀로 추정되는 이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호화로운 휴가를 보내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집을 잃고 굶주린 서민들의 모습이 교차된다. 엘리트 계층 자녀들은 부모 덕으로 호의호식하는데, 정작 개천의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인 서민들은 먹고살기 힘들다는 얘기다.
네티즌들은 네포키즈가 착용한 고가의 의류, 가방, 장식품의 정보를 공유했다. 루이뷔통, 까르띠에 등 2만6000달러(약 3600만원)어치의 명품 상자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든 장관 아들,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후 메르세데스-벤츠 승용차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전직 판사 아들을 비판한 영상들은 수십만회 조회됐다.

미국 조직적증오연구센터의 라키브 나이크 대표이사는 “이런 영상 수천개가 온라인 세상에 퍼져나가고 있다”며 “엘리트 특권 계층과 일상의 간극은 Z세대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시위를 이끄는 원천이 됐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다. 네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률은 12.6%였다. 농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국민을 제외한 수치여서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는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네팔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인도, 말레이시아 등 인근 국가들로 떠나고 있다.
SNS 금지, 통금령에도 분노 못 막아

결국 정부는 하루 만에 SNS 금지를 해제했다. 샤르마 올리 총리가 유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시위대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군은 9일 밤부터 도심에 병력을 투입하고 통금 명령을 내렸다. NYT는 “군 당국이 거리 통제 및 질서 회복을 위해 '군 긴급 대응'을 발표했다”며 “조만간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시위대가 30대 정치인인 발렌드라 샤 카트만두 시장을 차기 총리로 지지하고 있다고 인도 매체 NDTV가 전했다. 샤 시장은 1990년생으로 정계 입문 전엔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한 래퍼 출신이다. 부패와 불평등을 비판하는 가사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지난 2022년 카트만두 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정당 소속 경쟁자들을 누르고 당선됐다.
샤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이번 시위는 Z세대의 자발적인 운동이다. 그들에게는 나조차 나이 들어 보일지도 모른다”며 “이 나라는 여러분(시위대) 손에 달려 있다. 집으로 돌아가 달라”고 밝혔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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