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2골 1도움에 경기력까지 최고' 손흥민, 홍명보호 새 전술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이유

김정용 기자 2025. 9. 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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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손흥민 맞춤 전술처럼 보였다.


10일 오전 10시 30분(한국시간) 미국 내슈빌의 지오디스 파크에서 A매치 친선경기를 치른 대한민국이 멕시코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7일 미국전 2-0 승리에 이어 멕시코와 비기면서 9월 원정 A매치를 1승 1무로 마쳤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2연전 모두 3-4-2-1 포메이션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모색하는 데 활용했다. 지난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감독 경력 내내 선호한 4-2-3-1 대형으로 팀을 운영했지만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부터 스리백 도입을 추진해 왔다. 이달 평가전은 유럽파가 합류한 가운데 3-4-2-1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할 기회였다.


가장 눈에 띄게 활약한 선수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미국전 선발 출장해 63분 동안 1골 1도움을 올렸다. 멕시코전 교체 출장해 45분 동안 1골을 기록했다. 한국이 두 경기에서 넣은 4골 중 손흥민이 3골을 만들어냈다.


두 경기에서 맡은 포지션이 달랐는데 손흥민은 모두 능숙하게 소화했다. 미국 상대로는 최전방에 배치돼 2선의 이재성, 이동경의 지원을 받았다. 멕시코전은 최전방의 오현규 뒤에 투입돼 이강인과 나란히 2선을 이뤘다.


골만 넣은 게 아니라 손흥민 유무에 따라 경기력이 크게 달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손흥민이 없는 시간 동안 골이 나지 않았다는 수치적 사실만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손흥민이 있는 동안 경기가 더 활기찼고, 손흥민이 없으면 전진이 잘 되지 않아 경기가 답답해졌다.


▲ 마치 손흥민을 위해 준비된 듯


손흥민의 경기력은 스리백을 잘 소화한 수준이 아니었다. 최근 A매치들에 비교했을 때 유독 좋았다. 직접 득점에 가담한 상황 외에도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많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손흥민의 장단점을 고려할 때 대표팀의 새 포진은 유독 잘 어울린다. 그동안 대표팀이 주로 구사했던 4-2-3-1 포메이션은 전방 선수들의 역할이 잘 분업화되어 있고, 전방에 선수가 많아 공간을 잘 나눠써야 하는 대형이다. 반대로 말하면 측면이나 중앙의 스페셜리스트를 활용하기 좋고, 공격진에 아군 선수를 많이 올려보내기 좋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손흥민과 잘 어울리진 않았다.


30대가 된 이후 손흥민은 측면과 중앙 어느 쪽의 스페셜리스트도 아닌, 그 사이에서 오갈 때 가장 위력이 극대화되는 선수다. 농구 용어로 치면 잘 풀리면 스윙맨, 잘 풀리지 않으면 트위너다. 측면에만 세워두면 단조로운 돌파 후 크로스라는 플레이에 갇힐 뿐 아니라 그 성공률도 그리 높지 않다. 중앙에만 있으면 상대 센터백과 몸싸움을 버티기 힘들다. 손흥민의 최대 강점인 대각선 지역에서의 슈팅 능력, 그리고 동료들을 활용하는 센스가 발휘되지 않는다. 능력 자체가 뛰어나 측면에 착 붙어 있으라는 지시도 소화할 수는 있지만 인력낭비다.


대신 하프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하면, 상대 수비진의 빈 공간을 능동적으로 찾아 들어가며 패스를 요구하고, 속도를 붙여 상대를 돌파할 수 있다. 그래서 파울루 벤투 감독은 4년 내내 손흥민 활용법을 고민한 결과 2022년 당시 손흥민을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의 중간 역할로 배치하는 프리롤을 맡긴 바 있다. 가장 정답에 가까운 임무였다. 다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손흥민의 안면 부상으로 그 위력을 확인하지 못했다.


3-4-2-1는 대형 자체만으로 선수들의 멀티 성향과 다재다능함이 요구된다. 손흥민에게 딱 맞는다. 전방의 3명은 모두 측면과 중앙, 전방과 후방을 오가며 뛸 수 있어야 한다. 전문 윙어가 없기 때문에 3명 모두 상황에 따라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또한 지공보다는 속공 위주 대형이다.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 공간 활용, 속공 모두 손흥민의 특기다.


멕시코전은 손흥민이 없다가 나중에 들어왔기 때문에 그 의미를 체감하기 쉬웠다. 최근 대표팀에서 입지를 넓힌 유망주 배준호는 좁은 공간에서 센스 있는 볼 터치와 섬세함으로는 현재 손흥민을 능가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상대 진영으로 장거리 질주를 하면서 스루 패스를 이끌어내고, 공격의 활로를 스케일 크게 열어주는 플레이는 손흥민이 들어온 뒤에야 나왔다.


손흥민은 측면을 통해 상대 수비를 교란하다가, 득점 상황에서는 오현규와 같은 선까지 전진해 순간적으로 스트라이커처럼 변신했다.


손흥민. 대한축구협회 제공
황희찬. 서형권 기자

▲ 황희찬에게도 잘 맞는 대형, 마침내 공존 가능?


또한 이 선수배치는 이번에 선발되지 않은 대표팀 공격자원 황희찬과도 잘 어울린다. 황희찬 역시 윙어도 스트라이커도 아닌 어중간한 임무를 맡았을 때 자유롭게 상대 진영으로 파고들면서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다. 2023-2024시즌 울버햄턴원더러스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12골로 일생 최고 시즌을 보냈을 때 3-4-2-1 대형의 최전방을 맡았고, 그 다음 시즌 소속팀이 4-2-3-1을 도입하며 윙어를 맡으라고 요구하자 경기력이 뚝 떨어진 사례가 있다.


한국은 공격자원 3명 자리에 쓸 수 있는 주전급 선수로 전문 스트라이커 오현규, 1선과 2선이 모두 가능한 손흥민과 황희찬,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공격을 주도할 수 있는 이강인, 연결고리 역할이 탁월하고 소속팀에서 이 대형을 가장 잘 습득한 이재성 등을 갖고 있다. 이들을 경기 양상에 따라 다양하게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활용하면 공격자원들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손흥민은 최전방이나 2선에 고정되지 않고 '손흥민 시프트'로 활용되는 것 역시 가능하다.


그동안 황희찬은 손흥민과 공존하기 쉽지 않았다. 오랫동안 한국의 둘뿐인 PL 공격자원이었지만 활동반경이 많이 겹쳤다. 4-2-3-1 대형을 유지하던 시절 손흥민이 왼쪽 측면의 주인이었기 때문에 황희찬은 어울리지 않는 오른쪽에서 실력의 절반만 발휘하며 뛰는 신세였다. 새로운 대형에서는 나란히 선발 출격해도 유연한 위치 변화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황희찬이 울버햄턴에서 잘 나갈 때 마테우스 쿠냐와 공존했던 것처럼 손흥민과도 공존 가능하다. 또한 번갈아 뛰면서 그라운드에 있는 동안 폭발력을 극대화하는 기용도 할 수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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