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파산=보증금 반환 불가... 대법원 판결로 무너진 세입자 권리

소현민 2025. 9. 1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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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나온 판결] 기존 판례 뒤집어 임차보증금 전부를 면책채권으로 인정...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더욱 어려워져

[소현민]

기자말
세입자에게 보증금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임대인이 파산하더라도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청구권 전부를 '면책채권'으로 보았습니다. 쉽게 말해, 집주인이 파산하고 경매에서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진다는 뜻입니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가 쏟아지는 현실에서 나온 이 판결은, 채무자 구제와 임차인 보호 사이의 균형을 제대로 고려했는지 의문을 남깁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파장을 소현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사무처장)가 비평했습니다.

대법원 제3부 재판장 오석준, 주심 이숙연, 이흥구, 노경필 대법관 2025.6.12. 선고 2022다247378
▲ 대법원  대법원
ⓒ 이정민
대법원(2025.6.12. 선고 2022다247378 판결)은 임대인이 파산한 경우, 면책결정의 효력이 주택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 전부에 미친다고 판단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결과는 다른 입장이다. 이전에는 임대인의 회생과 마찬가지로 파산 시에도 우선변제권의 한도 내에서는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법원 2017.11.9. 선고 2016다223456 판결 등 참조).

즉, 보증금반환채권 중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주택을 팔았을 때 그 환가대금에서만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임대인을 상대로 따로 직접 돈을 받는 것은 불가능한 면책채권이 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개인회생절차에서는 원칙적으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한 채권을 면책하도록 하고, 이에 기재되지 않으면 면책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법원은 회생의 경우 주택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이에 기재되지 아니한 채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7.1.12. 선고 2014다32014 판결).

이전까지는 파산절차에서도 마찬가지의 법리로 판단하였으나, 이번 판결에서는 파산절차에서는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각 호에서 정해진 청구권이 아니라면 모두 면책된다는 차이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채무자 구제 vs. 임차인 보호, 법익 균형성에 대한 아쉬움

채무자회생법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면책채권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과도한 채무로부터 채무자를 해방시켜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파산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지금까지 우리 시민사회도 파산제도의 본질이 채무자에게 실질적인 구제 효과를 부여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채무자의 면책범위가 넓게 인정된 점을 마냥 환영만 하기는 어렵다.
임대인의 파산에서도 채무자회생법은 고의로 행한 불법행위손해배상청구권이 면책되지 않도록 규정한다. 형사상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우,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과 고의 불법행위손해배상청구권이 경합하여 이 사건 판결에도 불구하고 면책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반면 형사상 전세사기로 인정받지 못한 깡통전세 피해자들의 경우, 이번 대법원 판결로 임대인이 파산신청을 하여 면책결정을 받으면 그 효력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전부에 미친다. 따라서 해당 주택에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하더라도 변제받지 못하는 임대차보증금을 받을 방법이 없게 된다.

전국적으로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로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 특히 임차보증금 외에 축적해놓은 별다른 자산이 없는 사회초년생에 다수의 피해자가 몰려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대법원이 이 시점에 아무런 사회적 논의도 없었고 구제책도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갑자기 구 판례를 변경한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게 된 깡통전세의 경우 그 보증금이 임차인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채권채무관계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만약 무리한 갭투자 등에서 비롯됐다면, 고의 내지 중대한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적 성격이 강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렇다면 채무자 구제라는 파산제도와 법익의 균형성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하여도 의문이 생긴다.

보완입법의 필요성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아무런 대책 없이 갑자기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그 결과, 주택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전부를 임대인의 파산으로 면책되도록 해 임차인들이 기존에 가졌던 임차보증금 반환에 대한 기대를 훼손했다. 채무자 보호와 임차인 보호의 법익균형을 고려하여 지금이라도 입법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임차보증금이 세입자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주택 임대차보증금의 특수한 성격을 고려한다면,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9호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같은 법 제415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파산재단에 속하는 주택의 환가대금에서 보증금을 변제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를 우선변제권의 범위에서 면책채권에서 제외하도록 명문화하는 방식이다. 즉 기존 판례를 입법으로 보완해 해결하자는 취지다.

또 하나의 대안은 전세대출 문제다. 전세대출로 피해 규모가 확대된 점을 고려한다면, 임대인이 파산신청을 했고 주택의 환가대금에서도 보증금을 변제받지 못한 경우, 우선변제권의 범위 내에서 임차인의 전세대출채무에 대하여도 면책을 인정해주는 등의 대안도 가능하다.

어떤 방법을 취하더라도, 핵심은 균형이다. 채무자의 재기라는 파산제도의 이념과 임차인 보호라는 공익 사이에 합리적인 균형 아래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참여연대 홈페이지와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소현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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