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기자의 ‘영화로 보는 茶 이야기’] (40) 와호장룡 |명차 ‘황산모봉’과 ‘태평후괴’의 고향 황산에는 ‘와호장룡’만 있는 게 아니다

여러분이 생각한 영화도 이 영화가 맞을지. 주윤발, 양자경, 장쯔이, 장첸 등 호화찬란 출연진을 자랑하는 ‘와호장룡’이다.

와호장룡으로 인생2막(?)을 근사하게 열어젖힌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은 <결혼피로연> <음식남녀> <센스 앤 센서빌리티> <와호장룡> <브로크백마운틴> <색계> 그리고 <라이프 오브 파이>까지, 중국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가 마구 섞여 있는 리스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브로크백마운틴>으로 아시아인 최초로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 이후 <라이프 오브 파이>로 두 번째 감독상을 받았다. ‘와호장룡’ 와이어액션의 백미는 바로 제목은 기억 못해도 장면은 다들 기억한다는 그, 대나무숲과 건물이 고스란히 비치는 연못에서의 와이어 액션이다. 두 장면 모두 중국 안후이성 황산 인근에서 찍었다. 안후이성(安徽省)에서 ‘徽’는 휘주(徽州)를 의미하고 휘주가 바로 황산시다.

“오악에 다녀오면 다른 산이 보이지 않고(五岳归来不看山)
황산에 다녀오면 오악이 보이지 않는다. (黄山归来不看岳)”
황산은 관광지로도 유명하지만, 차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중국의 이름 난 녹차의 산지로 더 유명하다. 실제 황산은 송나라 시대부터 ‘황산차’라 이름 붙은 명차의 고장으로 꼽혔다. 중국에 유학 온 일본 승려들은 ‘황산차’를 ‘신비의 선약’으로 불렀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안후이성(安徽省) 역사를 기록한 휘주부지(徽州府志)에 의하면 ‘황산차는 송나라 인종(1056~1063)년간에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명나라 목종(1567~1572)에 이르러 융성했고 황산운무차(黃山雲霧茶)라고 불렀다“라고 기록이 돼 있다. 청나라 때 강징운이란 이가 쓴 소호편록(素壺便錄)에는 “황산에는 운무차가 있는데 황산의 높은 산꼭대기에서 생산된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명나라 시절 허초(許楚)가 지은 ‘황산 유람기(黃山遊記)에도’ 황산 운무차 얘기가 나온다. “황산 연화암(蓮花庵) 부근 바위 틈새에서 차나무가 자라는데 향이 이슬 같이 은은하여 황산 운무차라고 한다”는 내용이다.
‘소나무 맛집’으로 불릴 만큼 ‘기기괴괴’ 멋진 소나무와 기암괴석으로 정평이 난 황산은 1년에 200일 이상 비가 내리고 그래서 운무가 자주 낀다. 당연히 황산의 절경을 볼 수 있는 날이 며칠 안되어 첫 번째 방문에서 황산 절경을 본 이는 ‘전생에 무슨 복을 지은 것인가’ 라며 부러움을 받기도 한다. ‘황산 운무차’라는 이름이 여기에서 나왔다.

해 발표하는데 7~8개가 녹차다. ‘황산모봉’은 늘 10대명차 앞자리를 차지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녹차다. 황산 여기저기서 ‘황산모봉’이 생산된다면, 황산 뒤편에 위치한 ‘태평호’라는 큰 호수 인근에서도 10대명차에 속하는 또 다른 녹차가 생산된다. ‘태평후괴(太平猴魁)’다.
황산이 전 중국에 이름을 떨친 것은 1976년 덩샤오핑(등소평)이 황산을 직접 등정한 후부터다. 황산을 걸어서 오른 덩샤오핑은 “이 아름다운 절경을 중국 전 인민이 볼 수 있게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후 너무 험해 오르기 쉽지 않은 황산 등정을 위한 계단 놓기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졌다. 오늘날 우리가 깎아지를 듯한 절벽에 딱 붙은 계단을 통해 황산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은 계단을 놓다 추락사한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노동자의 땀과 피 덕분이다. 사람들이 황산에 조금 더 쉽게 오를 수 있게 하기 위해 계단뿐 아니라 3대의 케이블카도 놓아졌다. 황산 앞 쪽의 ‘운곡’ ‘옥병’ 케이블카와 뒤쪽의 ‘태평’ 케이블카다. 눈밝은 분들은 ‘태평?’ 하실 터. 맞다. ‘태평호’의 그 태평이다.



중국 차는 중국 정치인들과 얽힌 다양한 스토리로도 이목을 끈다. 후난성 출신 마오쩌둥은 후난성의 대표적인 황차 ‘군산은침’을 좋아해 ‘군산은침’은 ‘마오쩌둥의 차’로 불리운다. 마오쩌둥은 생전 군산은침을 즐겨마셨을 뿐더러, 중대결단을 해야 할 때마다 고향을 찾아 군산은침을 마셨다는 스토리가 전해 내려온다. 태평후괴는 후진타오 주석과 인연이 깊다. 후진타오의 아버지 후쩡위(胡增玉)는 안후이성에서 차 가게를 운영했다. 어려서부터 차와 가까웠던 후진타오가 칭화대 수력공학과에 합격해 베이징 유학길에 오를 때 가져간 차가 태평후괴로 알려졌다. 이후 후진타오 후광을 업고 후진타오 시대에 태평후괴가 중국을 대표하는 명차 반열에 올랐다나 어쨌다나.

최근 귀하디 귀한 태평후괴 모수차를 실물영접하러 후갱에 다녀왔다. 귀한 태평후괴 모수차를 만나러 가는 길은 당연히 ‘순탄치’ 않다. 45인승 버스를 타고 가다 길이 좁아져 중간 크기 버스로 갈아타고 도착한 후갱촌. 원숭이 동상이 가장 먼저 반겨준다. 여기서부터는 후갱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운행하는 SUV만 탈 수 있다. 길이 워낙 험해 후갱촌 사람들만 운전할 수 있다나. ‘상술이 심하군’ 싶던 생각은 6인승 SUV 타고 올라가면서 ‘이 차를 타고와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바로 바뀐다. 한쪽이 낭떠러지인 1차선길.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맞부닥치기라도 하면 퇴로가 없다. 10여 분 정도만 가면 되지만 워낙 길이 아슬아슬해 창문 위쪽 손잡이를 꼭 부여잡고 갔더니 차에서 내리자마자 온몸이 욱신욱신하다.
태평후괴 모수차인 ‘후괴왕’ 주인은 태평후괴 비물질문화유산인 방계범 선생이다. 비물질문화유산은 우리로 치면 ‘무형문화재’ 정도랄까.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태평후괴 유일한 비물질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방계범 선생을 위해 중국 정부는 태평후괴박물관을 건립해줬다. 박물관에는 가문 역사와 태평후괴 역사를 잘 알 수 있게 구성이 잘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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