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관봉권' 미스터리, 검찰 내부에서 나온 물음표들

김지현 2025. 9. 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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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관 작성 추정 블라인드 게시글 보니... "압수물 담당이 수사팀에 반해 띠지 버릴 이유 있었을까"

[김지현 기자]

 건진법사 전성배씨 자택 압수수색 당시 압수계에 근무했던 김정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왼쪽 첫번째)이 5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1심사소위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관봉권 띠지 훼손·분실된 사안에 대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건진법사(전성배씨) 관봉권 띠지 훼손·분실 사건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지난 5일 국회 법사위의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관봉권 띠지 분실·훼손이 재조명되면서 책임 소재가 안갯속에 빠졌다. "기억 안 난다"(김정민 수사관)와 "수사팀이 폐기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이희동 당시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는 증언이 뒤섞인 상태다.

청문회 증언을 종합 정리하면, 검찰 수사팀의 '관봉권 압수물 현물보존' 지휘는 있었지만 압수물 담당 수사관들은 기억이 나지 않고 통상 업무와 큰 차이 없이 일처리를 했다고 하니 현재로선 막내급 수사관들의 분실·훼손 행위로 잠정 결론이 나는 분위기다.

청문회를 지켜 본 검찰 내부 여론은 어땠을까. <오마이뉴스>는 온라인 직장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물을 입수했다. '블라인드'는 소정의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글 작성자는 검찰 근무자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특히 2개의 게시물은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훼손·분실 사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게시물은 100건 이상의 공감(하트)을 얻었다.

"지금이라도 솔직히 말하고, 최종 책임권자인 검사가 책임져야"
 지난 5일 저녁 '검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글.
ⓒ 독자제공
청문회 당일 저녁 퇴근길에 글을 작성했다는 작성자 A(검찰 수사관으로 추정)는 "계수기를 이용해서 현금을 세려면 비닐을 뜯을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기에 사실관계를 솔직하게 말하고 억울한 부분을 차분히 설명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운을 뗐다. 압수물 담당인 남경민·김정민 수사관의 "모른다" "기억 안 나" 발언 이후 국회의원들의 추가 질문이 쏟아졌는데 두 수사관이 '압수 현금은 통상 센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고, 검찰에서 비닐·스티커·띠지를 뜯었다는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지적한 걸로 읽힌다.

관봉권 띠지의 원형보존 지휘 여부가 핵심 쟁점인데, 남부지검이 만든 진상보고서에선 수사팀이 '띠지와 관봉을 훼손하지 말라고 3번' 얘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두 수사관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작성자 A는 이 대목에서 큰 의구심을 제기한다. 그는 "수사팀에서 인계 당시 관봉권 띠지 존재를 알려줬고, 훼손 혹은 멸실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전달한 것이 맞다면 압수 담당자의 귀책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과연 (원형보존) 당부를 들은 담당자가 수사팀의 요구에 반하면서까지 굳이 띠지를 버릴 이유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 질문을 바꿔 말하면 '상부의 지시 없이 막내들이 단독으로 압수물을 훼손할 수 있었겠나'로 해석된다.

그는 "수사팀이 관봉권과 띠지의 존재 및 중요성 인식하고 이를 함께 보관할 것을 요청했는지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는 수사팀에서 인계할 당시 띠지의 존재조차도 인식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수사팀이)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하고 압수물의 최종 책임권자인 검사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띠지 보관 세 번이나 말했는데 왜 압수물 총목록엔 기재 안 했나?"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창청.
ⓒ 연합뉴스
또다른 게시물은 보다 날이 선 질문들이 가득했다. 역시 검찰수사관으로 추정되는 작성자 B는 "너희들이 진짜 관봉권 띠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던 게 맞냐"고 직격했다. 작성자 B의 화살은 압수물 담당인 막내급 수사관들이 아니라 검찰 수사팀으로 향해 있었다. 그의 질문은 이랬다.

▲관봉권 표시 금액 자체로 현금 액수를 신뢰할 수 있으니, 따로 세어볼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텐데 압수물 수리되는 다음날 같이 내려와서 현금을 세어본 이유가 뭐냐?

▲띠지를 그대로 보관해야 한다고 세 번이나 말했는데 도대체 왜 (압수물) 총목록에는 기재를 안 했냐? 검찰청 업무가 언제부터 서류작업 건너뛰고 구두만으로 처리가 됐었냐?

▲압수물 인계한 다음날에 다시 내려가 금액을 확인한 점, 띠지를 보존하라고 세 번이나 강조했는데 단지 구두로 전달했을 뿐 총목록은 수정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관봉권 사건 검사실 계장들의 업무 미숙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검찰 내부에서 나온 의문점들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사위의 검찰개혁 입법청문회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부실수사 가능성을 제기하며 상설특검 등의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필요한 것은 국민이 납득할만한 철저한 진상규명이다. 상설특검을 비롯한 독립적인 수사 방안을 검토해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겠다"(정청래 대표)고 호응한 상태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는 10월 국정감사 때 관봉권 띠지 분실·훼손 사건을 캐물을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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