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닥이 워낙 그런 곳"... 강미정 폭로가 드러낸 국회 갑질 DNA
[김성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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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의도 국회의사당. |
| ⓒ 권우성 |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
국회는 바로 이런 조직이다.
내부의 위계 질서는 바깥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견고하다. 선배 의원들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자칫 정치적 경력에 타격을 줄 수도 있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모 다선 의원이 신참 후배 의원을 사적으로 자택으로 불러들여 '설거지'를 시켰다는 일화는 종종 회자된다. 사실 여부를 떠나 국회에서는 "이 바닥이 워낙 그런 곳이지"라며 어깨를 으쓱하는 게 현실이다.
국회의원 간에도 이럴진대 보좌진은 말할 것도 없다. 입법부 소속 국가 최고위직인 국회의원과 그에게 전적으로 종속되는 보좌진의 지위 격차는 극심하다. 보좌진 인사에 전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과의 권력 격차로 인해 보좌진은 부당한 행위를 당하더라도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부당함이 일상처럼 반복되다 보니 문제 제기 자체가 의미 없는 일로 여겨진다. 고립될까 봐 입을 꾹 다무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갑질 문제는 잠깐 잠잠해지나 싶으면 어김없이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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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성비위 고발 및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 유성호 |
논란이 커지자 혁신당은 가해자 2명에게 '제명'과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렸지만, 강 전 대변인은 결국 탈당을 선언하고 말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2차 가해 양상이었다. 강 전 대변인에 따르면 피해자를 도운 조력자는 '품위유지 위반' 징계를 받고 사직서를 냈으며, 성비위 문제를 여성위 안건으로 올렸던 의원실 비서관은 당직자에게 폭행을 당했다.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조직과 완전히 결별할 각오를 한 사람뿐이다. 자신의 경력이나 미래를 포기하고 그야말로 무덤을 팔 각오 없이는 권력에 맞서기 어렵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전우의 시체'를 밟고서라도 한 걸음씩 전진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수십 년째 되풀이되는 정치권 갑질을 언제까지 개인의 '희생 정신'에만 맡겨둘 것인가.
국회의 갑질 문화를 뿌리째 뽑아내려면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해자 한두 명 솜방망이 처벌하고 끝내는 식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시스템 자체를 갈아엎어야 한다. 일회성 처벌을 넘어 투명성과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낸 내부 고발자들을 제대로 보호하는 제도를 구축하지 않는 한, 갑질의 악순환은 끊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침묵의 벽에 갇혀 신음하는 약자들의 목소리다. 권력이 소용돌이치는 입법부 한복판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입을 열지 못하는 이들의 소리 없는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들의 아우성이 메아리 없이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 실린 글입니다. 글쓴이 김성은 인권연대 칼럼니스트는 현재 서울신문에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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