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친구의 죽음... 그런데 장례식이 이상했던 이유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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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10월 15일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에서 열린 제5회 무연고사망자 합동 추모위령제에서 추모화가 위패 앞에 놓여 있다. |
| ⓒ 연합뉴스 |
장례가 치러지기 하루 전, '서울시 공영장례 지원·상담센터'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자신을 고인의 친구라고 소개한 내담자는 구청을 통해 상담센터를 안내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곳에 연락하면 장례에 참석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요.
'무연고'인데, 친구는 있어요
내담자는 궁금한 것이 많았습니다. 장례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자신들이 가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몇 시간 동안 진행되는지, 유골은 이후에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장례는 전통 유교 방식으로 진행되고, 상주를 맡을 수 있고, 3시간 동안 진행되며, 유골은 이후에 유택동산이라는 곳에 뿌려질 것이라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내담자는 안심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장례에 꼭 참석하겠다는 말을 남기고서요.
내담자는 정말로 장례에 참석했습니다. 심지어 혼자 온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왔습니다. 그들은 모두 고인의 친구들이었습니다. 빈소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하게 향을 피우고, 절을 한 친구들은 잠시 자리에 앉아 장례가 시작하기 전까지 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알고 보니 고인과 친구들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얼굴을 볼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습니다. 경찰이 사망한 고인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는 고인을 걱정한 친구들의 신고 덕분이었습니다. 경찰이 개문하는 동안 옆에서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는 친구들은 고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안타까워했습니다. 지병이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사망할 정도로 상태가 나쁘진 않았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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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은 친구를 '무연고자'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미지: 정연주 제작] |
| ⓒ 연합뉴스 |
"경찰이 우선 가족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요. 친구들이 장례를 치러도 상관 않겠다는 각서를 가족들이 써줘야 한다고요. 그리고 본인들은 정확한 절차는 모르니까 구청에 물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구청에 갔지요. 처음에는 구청 공무원도 설명을 잘 못하다가 나중에 안내를 받았는데, 형제한테 위임서를 받아야 한대요. 그런데 그 기간이 길면 한 달 정도 걸린답니다. 결국 직접 화장까지 하는 것은 포기하고, 장례식장에 빈소만 이틀 차리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장례식장도 가족이 아니면 빈소를 차릴 수 없다고 하는 거예요. 결국 지금까지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핵심적으로는 안치 기간이 문제였습니다. 법률상 장례를 바로 치를 수 있는 가족의 범위에 친구들이 속하지 않다 보니, 형제의 시신 인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의사를 등기 우편으로 물어보게 되는데, 그동안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요. 만약 친구들이 모든 장례 절차를 직접 맡아서 했다면, 본격적인 장례를 시작하기도 전에 300만 원의 안치료부터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친구들은 어쩔 수 없는 차선책으로 고인이 안치되어 있는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불가능했습니다. 사실 빈소를 마련하는 것은 꼭 고인의 가족이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시신을 옮기거나, 화장하기 위해 발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장례식장 측은 혹시 모를 분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거부한 것 같습니다.
결국 친구들은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인의 장례를 직접 할 수도, 빈소를 마련해 애도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들에게 허락된 것은 3시간 남짓의 공영장례뿐이었지요.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친구들은 마침내 치러진 장례에 마음이 놓이면서, 동시에 고인에게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돈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상황이 이렇게 되어서 참 안타깝지요. '무연고자'로 보내게 되어서 친구한테 미안하기도 하고요."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의심받는 애도의 진정성
가족이 아니어도 장례를 치를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마련되었지만, 그럼에도 가족 외의 사람이 장례를 치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한 달가량의 안치 기간과 장례를 치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음을 증명해야 하는 소명의 시간이 수반되니까요. 여기에 더해 고인의 친구들은 사람들의 의심도 큰 장벽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친구들이 아무 이득 없이 목돈 들여서 장례를 치러줄 리 없다고, 재산 등을 노리는 것이 분명하다고 의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고인의 마지막을 지켰던 것은 장례를 치를 권리와 의무가 있었던 형제가 아니라, 공문에 단 한 줄도 적히지 않았던, 그래서 법률상으로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친구들이었습니다. 연고에는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라는 뜻도 있습니다. 고인은 '무연고'로 살아가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만나서 얼굴을 보고, 기꺼이 자신의 돈을 들여 장례를 치러주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고인이 사망한 뒤 '무연고'라는 단서가 붙은 이유는 제도의 한계와 사람들의 의심 때문입니다. 혈연이라는 커다란 문턱을 넘어 실제 고인의 연고가 장례를 치르기 위해선 제도뿐 아니라 사회 인식의 변화도 함께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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