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안 변한다"는 무력감과 싸우는 이들이 있습니다

김민준 2025. 9. 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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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구 연대시민 김닥갈, 팡자, nem

[김민준 기자]

 대구 탄핵집회에 홍준표 당시 시장 규탄 피켓을 들고 참여한 김닥갈.
ⓒ 감닥갈 제공
윤석열 탄핵 반대 극우 집회가 수없이 많이 열린 동대구역, 매번 보수정당만 찍어주는 콘크리트 동네.

'대구'에 대해 통상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들이다. 많은 사람들은 대구를 비롯한 TK지역(대구경북)에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는 듯하다. 때로 대구에서 부당한 일이 벌어지면 "그러게 시장을 제대로 뽑지 그랬냐"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그곳에도 남아서 변화를 갈망하며 싸우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이번 12.3 내란 국면을 계기로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과연 그들은 '보수의 성지'라고 불리는 대구에서 어떤 싸움을 이어 나가고 있는 걸까.

김닥갈, 팡자, nem(이상 닉네임)은 전업활동가는 아니지만 연대할 수 있는 현장이 생기면 달려가길 마다하지 않는다. 슬램덩크를 좋아하는 '덕후'인 김닥갈은 대구참여연대에 가입해서 회원 활동을 하고, 다양한 현장들이 잊혀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SNS에서 열심히 목소리를 내면서 연대한다. 팡자는 영남 지역의 집회와 투쟁 정보를 알리고 싶어서 '갱상도말벌'이라는 트위터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건 때부터 광장에 나서길 시작했다는 nem은 부산, 울산, 구미의 여러 현장들을 누비며 연대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뷰 당일 오전 태경산업 선전전에 참여하고 오기도 했다.

셋의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의 달곰이지부 활동을 하는 '달곰이'라는 것이다. 탄핵 이후에도 대구를 바꿔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김닥갈, 팡자, nem 세 사람을 지난 8월 17일 대구본부 이동노동자쉼터에서 만났다. 다음은 세 사람과의 일문일답.

'대구는 변하지 않는다'는 낙인에 맞서기

- 모두 대구에서 오래 살아 오셨잖아요. 보수적인 분위기를 새삼스레 느꼈던 계기가 있나요?

김닥갈: "저는 입시 때부터 느꼈어요. 영문학과가 시집을 잘 갈 수 있는 학과라면서 추천을 받았죠. (저는) 인생 설계를 타의적으로 진행해왔었는데, 서울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지 않은 거예요. 정치 얘기를 할 때도 (대구에서는) '나는 당연히 홍준표지', '유승민이 너무 멋있더라' 같은 얘기가 너무 당연하게 나와요. 도시 자체가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이라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팡자: "투표가 있을 때 동네 할머니들을 모시고 가면 서로 몇 번을 뽑을지 암묵적으로 다 아는 건 너무 당연한 풍경이죠. 알바를 할 때 카페 사장이 박정희 얘기를 한다거나, 본인이 국민의힘에 연관돼 있다는 말을 당당하게 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게 굉장히 조심스럽죠. 내 생계나 생활에도 지장이 되겠다 싶을 때도 있어요."

nem: "저는 20대 초반에 알바한 곳 사장님이 (제가) 본인과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날 오전 근무만 마치고 해고가 된 적이 있어요. 사람들은 이걸 들으면 농담이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선 그게 가능해요. 그런데 일상적으로는 체감이 안 되는 게 오히려 이런 암묵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거든요. 국민힘은 당연히 지지하는 거고 (더불어)민주당은 나쁘다, 이런 식으로요."

- 그런 분위기 속에서 대선을 맞이했는데, 수치적으로만 보면 민주당의 득표율은 이전 대선에 비해서 늘어나긴 했죠. 실제로도 변하고 있는 게 체감이 되시나요?

팡자: "(저는 안 뽑았지만) 민주당을 뽑는 마음이 이해는 돼요. TK가 어떻게든 변하는 건 보여주고 싶은데 소수정당을 뽑아서 가시화 되지도 않을 바에야 '유력한 대선후보한테 힘을 몰아주자'라는 생각을 저도 한 적이 있었죠. 변화의 동기를 갖고 있으신 분들이 많이 애쓴 결과라고 생각해요."

김닥갈: "김문수의 득표율이 떨어진 데에는 이준석의 등장도 영향을 미치긴 했죠. 지역 어르신들 중에는 '김문수는 이제 안 돼, 젊은 사람한테 힘을 실어줘야 돼'라고 하면서 이준석한테 표를 주기도 했거든요. 다만 예전이랑 바뀐 점이 있다면 '이재명이 빨갱이 아이가?' 이러던 분들이 조금 눈치는 보기 시작했다는 점? (웃음) 이런 얘기를 당연하게 젊은 여학생인 쟤한테 하면 안 되겠다, 정도는 된 것 같아요."
 지난 3.9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1차 대구경북여성대회에 참여한 팡자.
ⓒ 팡자 제공
- 아직 변하지 않은, 견고한 벽 같이 느껴지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김닥갈: "정권이 바뀌었는데 동대구역에 있는 박정희 동상을 아직도 못 없애는 게 대표적이에요. 물론 저희가 더 세워질 예정인 것들을 막은 것이긴 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 동상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거든요. 사실 지역에서는 그 동상의 철거 여부가 의미하는 바가 무척 커요. 대구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직도 플래카드에 국민의힘 의원이 자기 이름 걸고 부정선거 운운하는 경우가 있고, 이런 것들이 아무리 시민들이 행동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분위기랄까요."

팡자: "저는 대구 내부나 외부나 TK는 변하지 않을 거라는 무력감이 벽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이런 상황이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여전히 만연하고 일상적이죠. 역설적으로 민주당이 여기서 힘을 쓰지 못해서 오히려 대구 4.16연대나 무지개인권연대 등의 진보 성향의 단체나 정당들의 활동이 정말 활발하거든요. 대구는 변하지 않는 콘크리트 같은 지역이라는 낙인이라는 게 없어져야 변할 수 있는 낙관과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nem: "대구에 저희처럼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항상 언론 인터뷰에는 서문시장이나 동대구역 같은 곳에서 특정 연령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대구는 바뀔 생각이 없구나 하는 인상을 주는 것 같아요. 이런 게 바뀌지 않는 것들이 대구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무력감에 빠지게 하거든요. 활동하면 안에서는 빨갱이라 욕먹고 밖에서는 보수라고 욕먹고(웃음). 변화를 위해 나서는 분들이 좀 더 가시화됐으면 해요. 사실 저는 나서는 게 싫어서 인터뷰도 잘 안 하는데, 대구에서 이렇게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 사람들이 관심을 더 가져줬으면 하는 대구의 이슈는 어떤 것인가요?

김닥갈: "대구에는 최저임금조차 안 지켜지는 곳들이 많아요. 안 줘도 되니까 안 지키는 건데요. 안 준다고 신고를 하면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릅니다. 실제로 저도 문제제기를 했다가 취업을 못하게 된 카페 브랜드가 좀 있습니다. '다른 곳은 안 주는데 우리는 최저라도 주니까 감사해라'라는 말을 너무 당연하게 하는 곳이죠. 이런 분위기가 청년들의 모욕감이랑 연결이 된다고 생각해요. 반항을 해도 이 견고한 벽을 깰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게 되는 거예요. 이런 경험들이 지역 청년들의 활동을 저해시키고, 결국 '대구 탈출은 지능순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거죠."

nem: "제가 지난 8월에 편의점에 문의를 해봤는데, 시급이 7300원이더라고요. 지금 법정 최저시급이 1만320원인데 왜 그것밖에 안 주냐고 물어보니까 '여기는 동네 편의점이라서 사람들이 잘 안 온다'고 하는 거에요(웃음). 게다가 세상 어느 편의점에서 최저시급과 주휴수당을 챙겨주냐고 반문하더라고요. 요즘은 주휴를 안 주려고 15시간 안 넘게 쪼개기 고용도 하는데 우린 15시간 이상 근무하게 해준다면서요. 시급 7300원 받고 시원한 에어컨 쐬면서 쉰다고 생각하라는 말을 들으니 참 황당하죠."

광장이 닫혀도 연대는 계속되어야 하니까
 태경산업 연대집회에서 피켓팅 중인 nem. 달곰이 인형을 들고 있다.
ⓒ nem 제공
- 세 분 모두 '달곰이지부'라는 공통분모가 있죠. 달곰이지부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김닥갈: "광장이 끝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나를 객체가 아닌 주체로 인정해주는 광장이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런 광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경험도 처음이었죠. 그래서 파면 선고가 났을 때 광장이 끝나겠구나, 나는 이제 어디에 가면 좋을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울기도 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달곰이지부 활동에 끌린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지속적인 활동을 하려면 어딘가에 소속되어서 계속 배워나갈 필요성이 있었던 거죠."

팡자: "이번 광장에서만큼은 개인들의 에너지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러면 온라인 중심의 활동으로는 부족하거든요. 오프라인에서 연결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오히려 어딘가에 소속되는 걸 그리 원하지 않는데(웃음), 정당이나 시민단체는 당장에 선택하기가 좀 그래서 달곰이지부의 형태가 되게 실험적인 조직으로 다가왔어요. 새로운 조직 변화에 기여하고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에요."

nem: "광장이 끝나고 나면 우리가 여기 서 있었다는 게 너무 쉽게 잊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달곰이지부는 민주노총의 산별 체계에 얽매이지 않는 예비 조합원 시스템이다 보니 좀 더 자유롭게 연대할 수 있겠다 싶었던 거죠. 사실 단체에 소속이 되어버리면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이더라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달곰이지부는 구성원들의 지지정당이나 각자 관심 있는 의제가 다양하지만 서로 존중하면서 활동할 수가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 달곰이지부를 통해 대구의 여러 현안에 연대해보시니 어떤가요?

nem: "제가 주로 연대하러 가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일단 법적으로 노동자로 인정을 받기라도 하는 분들이잖아요. 그런데 그들과 연대하는 웹소설 프리랜서인 나는 정작 노동자 인정도 못 받고 3.3% 세금을 떼이고 있죠(웃음). 내 문제도 해결을 못하면서 내가 이렇게 투쟁하러 다녀도 되나 하는 괴리감이 요즘 들긴 해요."

김닥갈: "저도 비슷한데, 달곰이지부 활동하면서 노동권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지만 맨날 야근하고 주말 출근해도 돈을 못 받고 있거든요. 그렇게 힘들게 일하고 집에 와선 뻗는 거죠. 물론 달곰이지부 활동을 하면서 나의 노동환경을 돌아보게 됐어요. 뭐가 문제인지도 알았고요. 그런 것들을 알게 된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고 성장의 계기가 된 것 같긴 해요."

팡자: "달곰이지부에 들어간 덕분에 정기 모임 외에도 노동법, 페미니즘, 글쓰기 등 다양한 소모임들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교육들도 제가 기대했던 내용들이어서 좋았고요. 다만 저도 두 분이 말씀하신 게 어떤 건지는 알겠는 게 변화를 위해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정작 내 일상에서는 그게 정말 실현이 되고 있는가 하는 개인적인 고민은 있죠. 그래도 달곰이지부 덕분에 함께 의논하고 생각할 기회를 새롭게 얻은 것 같아서 좋아요. 박근혜 탄핵 때는 광장이 닫히고 나면 그 이상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 연대활동을 계속 하게 하는 동력이 있나요?

김닥갈: "제가 답답해서요. 가끔 광장에서 목소리 내는 걸 두고 '광장은 여성들한테 위험한 공간이다'라면서 여성인권을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결국 바뀌질 않으니까 답답하잖아요."

팡자: "주변에 독려를 하려면 내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커요. 연루가 되어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걸 지속해야 뭐라도 바꿔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nem: "안 하면 지금보다 상황이 더 퇴보될 것 같다는 위기감이요. 서울만 해도 이런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지만 여긴 서울에 비해서 가시화가 된 정도가 작단 말이에요.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이렇게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다른 사람들도 이걸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동참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nem: "지금 이 시기에 경험한 것들을 언젠가 제가 쓸 작품에 녹여 내보고 싶은 개인적인 소망이 있고요, 비정규직, 이주 노동자 이슈에 대해 좀 더 배우면서 활동하려고 합니다.

김닥갈: "대구의 지역 이슈에 대해서 파급력 있게 지속적으로 얘기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한 번 목소리를 내면 크게 내다보니까 아무래도 얘기를 하면 들어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이걸 바탕으로 전국적인 공론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팡자: "저는 별다른 소속 없이 지금 경남 지역에서 청년 토론회를 열거나 집회나 진보정당 청년모임을 기획하고 있는데요, 예전의 저처럼 잘 몰라서 망설이고 있거나 활동의 접점이 없는 분들을 계속 연결해보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저도 투쟁의 주체로 거듭나고 싶어요. 다양한 의제에 대해 공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https://brunch.co.kr/@coolboy95)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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