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심사 앞둔 '한진 지하수'..."기내용으로" vs "부동의하라"

홍창빈 기자 2025. 9. 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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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000t→4400t' 지하수 증산 동의안, 9월 임시회 상정
한진 "항공사 통합 기내용 확대 필요"...시민단체 "상품화 안돼"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생산을 위한 지하수 취수량 증산 동의안이 9일 개회하는 제442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에 상정될 예정인 가운데, 도의회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한진그룹측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계열 항공사가 늘어남에 따라 기내 공급용 목적의 증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공수화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며 부동의를 촉구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오는 12일 제주도에서 제출한 '한국공항㈜ 먹는샘물 지하수개발‧이용 유효기간 연장허가 동의안'과 함께 '한국공항㈜ 먹는샘물 지하수개발·이용 변경허가 동의안' 2건을 상정해 심사할 예정이다.

이 중 현행 월 3000t(1일 100t)인 지하수 취수량을 4400t(1일 150t 기준에서 일부 조정)으로 확대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변경허가 동의안이 최대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 5월 이뤄진 제주특별자치도 통합물관리위원회 산하 지하수분과위원회(지하수위원회) 심의에서는 조건부 통과된 바 있다. '조건부'의 내용은 기내용 공급 목적 외로는 확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초 한국공항은 4500t(1일 150t) 규모로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지하수위원회 심사에서는 기내용 생수 공급을 위한 증량분은 모두 수용하면서, 사무실 사용 분의 증량(100t)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신청안보다 100t 적은 월 4400t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가결했다. 기내용 확대는 인정하나, 그 외 목적의 확대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 지하수위원회 심사에서는 기내용 생수 확대 필요성과 더불어, 지하수 증량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해 '문제 없음' 판단이 나온 부분도 주목되고 있다.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증량은 법률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한국공항㈜의 증량이 지하수 자원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내놓았다. 증량이 신청된 표선수역의 경우, 지속이용가능량(월 956만 6000t)에 비해 현재 이 지역 전체 취수허가량(241만 1000t)은 25.2% 수준으로 사용 중이란 점도 제시됐다. 
 
결론적으로 법률적 검토 결과 하자가 없고 표선수역에 충분한 여유량이 확보돼 있어 취수량 증량이 지하수 자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 속에서 가결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역사회에서는 신중론과 더불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제단체 등을 중심으로는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지하수, 골프장과 대형 호텔의 지하수 사용량이 막대한데다, 한진그룹이 최초 200톤으로 허가 받은 적이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지역사회 환원조건을 전제로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환경단체 등에서는 이번 지하수 증량이 제주 지하수 공수화 원칙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도의회 심사 과정에서는 '공수화 원칙' 부분에 대한 판단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시민단체 "도의회 부동의하라...공수화원칙 포기 도정 감사해야"

이러한 가운데, 제주지역 26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는 9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도의회는 한국공항 지하수 증산 부동의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제주 지하수의 공공적 관리원칙을 포기한 오영훈 도정의 한국공항 지하수 사유화 확대 허용에 대해 강한 우려와 규탄의 목소리를 전한 바 있다"면서 "이미 도민사회에서는 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지켜야 할 책무를 방기한 채 사기업의 이윤 확대 시도와 타협한 오영훈 도정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이번에 제주도의회가 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지키고, 공수관리 원칙을 바로 세우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지하수 공수관리 원칙을 포기하는 등 도지사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은 오영훈 도정의 후퇴한 지하수 정책에 대해서도 철저한 행정감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오영훈 도정은 지하수 보전 의지를 포기하고, 불의와 타협하는 길을 선택했다"며 "우리는 오영훈 지사가 선택한 그 결정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제주도의회 차원에서 논란이 되는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 허가 제주특별법상 가능한 것인지 법률 자문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공항의 먹는샘물용 지하수 증산은 제주특별법상 변경허가 근거가 없어 불가능하다.'라는 법률 자문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따라서 도의회는 부동의 결정을 내려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지역 수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보전을 위해서라도 사기업에 의한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상품화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도의회가 지하수 사유화 확대 시도를 원천 차단하고, 지하수 보전정책의 기강을 세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진 지하수 증산 논란은...

한편, 한진그룹의 제주도 지하수 증산 논란의 시작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제주에서 지하수를 먹는 샘물 제품으로 개발한 기업은 삼다수를 생산하는 지방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 그리고 대한항공 기내용 음용수인 한진제주퓨어워터를 생산하는 한국공항㈜ 뿐이다. 

제주도는 지난 2000년 개정한 제주특별법을 통해 제주 지하수를 도민 공유자산으로 설정하고, 사유재로 이용되는 것을 지양하고 공공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수(公水)화 원칙'을 수립한 바 있다. 지하수 개발과 관련해서는 공수화 원칙이 핵심기조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한국공항의 경우 공수화 원칙이 적용되기 이전부터 생수 생산 허가가 이뤄진 것이어서, 다소 예외적 부분이 있다.  

1984년 제주도 최초로 먹는샘물 제품 '한진제주퓨어워터'를 개발해 현재까지 대한항공 기내음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한국공항㈜은 최초(1993년) 1일 200t 규모로 허가 받았다. 그러나 1996년 실제 사용량에 비례해 1일 취수량을 100t으로 줄이는 조치가 이뤄졌다. 이후 30년 가까이 '100t' 규모가 그대로 유지됐다. 

한국공항㈜은 항공여객 수요 증가를 이유로 취수량을 최초의 허가 수준대로 환원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지하수의 공공적 관리 원칙을 내세운 도의회 관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동안 증량신청이 이뤄진 것만 5차례에 이른다. 이 중 '120t' 증량 동의안이 제출된 2013년, '130t' 증량 동의안이 제출된 2017년에는 제주도의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통과했으나, 본회의 상정이 보류되면서 처리되지 못했다.

2018년에는 150t으로 늘려달라는 신청이 이뤄졌으나, 제주도에서 반려하면서 지하수관리위원회 심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문제를 놓고 한국공항㈜은 제주도를 상대로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는데, 이후 더 이상 증량 신청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한진그룹으로 편입되는 등의 계열 항공사 확장을 명분으로 7년 만에 다시 증량을 신청하고 나선 것이다. 한진그룹 측은 앞으로 지역사회 환원을 강화할 뜻을 밝히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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