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하이, 밥먹을 때 일본 얘기만 한다…'룬르 광풍' 뭐길래

일본 도쿄 분쿄(文京)구에 사는 중국인 차오는 이사를 준비 중이다. 어디를 가도 들리는 중국어 소리 때문이다. 중국에서 이주한 지난해 1월 자신을 포함해 셋뿐이던 아파트 내 중국인 가구는 11곳이 됐다. 차오는 “중국이 싫어 떠났는데, 이곳에 중국인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중국인이 적은 도시로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국인의 일본 이주가 늘고 있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일본 거주 중국인 수는 87만3286명이다. 재일 외국인(376만9000명) 중 1위(23%)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현 추세론 재일 중국인이 2026년 말 100만 명을 돌파할 거로 전망했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현상엔 “중국인 사이에 불고 있는 ‘룬르(潤日)’ 열풍이 있다”며 “일본이 중국 중산층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룬르는 일본행 탈출을 가리키는 은어다. 영어 ‘달아나다(run)’와 같은 중국어 발음표기(한어병음)를 가진 ‘윤(潤)’에 일본(日)을 합쳤다. 지난 2022년 상하이 등에서 펼쳐진 극단적 ‘칭링(淸零·제로 코로나)’ 방역에 반발한 중국인들의 해외유학·이민 시도를 가리키는 ‘룬쉐(潤學)’에서 파생됐다.
100여명의 중국인을 인터뷰하고 지난 2월『룬르―일본으로 대탈출하는 중국인 부유층 추적』을 출간한 저널리스트 마쓰토모 다케히로에 따르면 룬(潤)은 2018년 시작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부유론으로 사회주의 이념이 강조되자 부유층과 중산층 사이에서 자산을 처분해 해외로 떠나는 움직임이 생기면서다. 국가보안법 시행(2020)으로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가 무너지고, 제로 코로나 방역이 시행되며 이런 경향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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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가장 좋은 대안으로 떠올랐다. 안정적 치안에 미·중에 비해 정치적으로도 자유롭다. 한자 생활권이란 이점에 자녀 교육도 잘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도쿄대의 외국인 유학생 5231명 중 중국인은 3545명(67.8%)으로, 2014년(1270명)보다 3배로 늘었다.
“룬르, 중국 대도시 자산계층 주도”

도쿄에 서점을 운영 중인 중국인 장제핑은 FT에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에선 저녁 식사의 주요 주제가 도쿄나 오사카로 이주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혁개방 이후) 지난 30년간 중국인은 항상 살기 좋은 곳으로 떠나왔다”며 “시골에서 도시, 도시에서 대도시, 대도시에서 미국, 이제 미국에서 일본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이민 절차도 한몫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500만엔(약 4700만원) 이상의 자본금이나 2인 이상의 상근 직원 중 하나의 요건을 충족한 외국인 사업가에 최대 5년간 가족 동반 체류 자격을 갖는 ‘경영·관리 비자’를 발급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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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르 현상을 보는 일본인의 심경은 복잡하다. 인구감소와 경기침체로 힘겨운 지방에선 “유령도시보단 차이나타운이 낫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도쿄 등 대도시에선 “중국인 침투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10월부터 경영·관리 비자 발급을 위해 3000만엔(약 2억8000만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보하고 1명 이상의 상근 직원도 고용하는 것으로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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