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우의 시시각각] 500억짜리 특검부터 개혁하라

최민우 2025. 9. 9.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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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 정치외교안보부국장

검찰개혁이 진보좌파 진영의 지상과제처럼 부상한 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 이후였다. 핵심은 검찰의 힘을 빼기 위한 수사-기소 분리. 10여 년 진통 끝에 지난 7일 정부조직법 개편안에서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신설이 확정되며 수사-기소 분리는 이제 종착지에 도달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ㆍ정부조직법 개편 의견 수렴을 위해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진짜로 수사와 기소를 떼어내기만 하면 개혁일까. 검찰 권력은 축소되겠지만, 실질적인 수사기관의 역량이 유지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사에 비유하자면 취재(수사)와 기사 작성(기소)을 한 사람이 하지 말고 따로따로 하라는 얘기인데, 난센스 아닌가. 취재를 열심히 한 기자가 해당 사안을 정확히 꿰뚫어 기사를 잘 쓸 수 있듯, 수사를 담당한 검사가 공소 유지를 잘할 것이란 건 상식이다. “수사-기소 분리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장도 허구다. OECD 국가 중 수사와 기소를 100% 분리하는 국가는 없다. 유럽평의회 소속 46개 국가 중 33개국이 검찰에 기소권과 직접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다.

「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쥔 특검
피의사실 공표, 별건 수사도 가능
검찰 개혁 명분 훼손하지 말아야

하지만 어떡하랴. 대한민국에서 수사-기소 분리는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됐으니. 이를 거부하는 건 반개혁 세력임을 스스로 천명하는 것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직도 버젓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움켜쥔 시대착오적인 이들이 있으니, 다름 아닌 3대 특검(내란ㆍ김건희ㆍ순직해병)이다. “예외가 있다”고 반박하지만, 내란 척결을 내세운 여권이 가장 공들이는 3대 특검이 검찰개혁 핵심인 수사-기소 분리에 역행하는 건 아이러니다. 이 밖에도 3대 특검엔 기존 검찰의 폐습이 곳곳에 잔존해 있다.

임은정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검찰개혁의 쟁점은 무엇인가?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의 속도와 방향' 검찰개혁 긴급 공청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①별건(別件) 수사=검찰의 악명을 높여온 수단이다. 피의자를 뒤지다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하면 엉뚱한 딴 사건으로 압박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별건 수사만은 금지해야 한다”는 게 여태 반검찰론자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3대 특검은 출범 때부터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까지 수사할 수 있도록 해 별건 수사의 통로를 활짝 열어주었다. 게다가 1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더 센 특검법’에선 타인의 범죄를 진술할 경우 형을 감면해 주는 조항도 신설했다. 국내 형사법이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죄)을 허용한 것이다. 수사 편의주의의 끝판왕인 셈이다.

②캐비닛 수사=본래 특검의 속성은 ‘짧고 굵게’다. 기존 형사 시스템을 흔들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특검은 규모ㆍ기간에서 역대급이었는데, ‘더 센 특검법’에서 더 커진다. 파견검사 수를 50명 늘리고, 기간도 최장 6개월 수사가 가능하다. 야당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노린 거 아니냐”는 반발이 나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 센 특검법’은 특검이 완료하지 못한 사건을 국가수사본부에 인계하고, 이후 특검의 지휘를 받게끔 했다. 과거 검찰이 사건을 종료하지 않고 캐비닛에 꿍쳐 뒀다가 필요하면 또 꺼내는 양태를 답습하는 꼴이다.

조은석 내란 특검. 중앙포토

③피의사실 공표=검찰이 언론에 수사 상황을 슬쩍 흘려 피의자를 망신 주는 건 최악의 인권 침해로 꼽히곤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번 특검은 아예 공식 브리핑을 갖고 수사 상황을 전파하고 있으며, 때에 따라선 ‘윤석열 속옷 저항’ 같은 언론플레이도 병행했다. 나아가 내란 특검의 경우 1심 재판을 녹화 중계한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귀연 판사가 직무에서 배제되어야 하는데, 법원 조치가 없기에 입법부가 취하는 특단의 조치”라고 했다. 사법부 압박 카드임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는 3대 특검 가동에 388억원이 필요하다고 추계했다. 여기에 ‘더 센 특검법’으로 기간ㆍ인원이 늘면서 122억원이 추가로 들 예정이다. 무려 500억원의 예산을 쓰면서 그토록 혐오하던 검찰의 못된 버릇을 되풀이한다면 누가 정당성을 인정하겠나. 이제라도 특검은 ‘검찰 중독’을 끊어내야 한다.

최민우 정치외교안보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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