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조국, 아직 미숙하다

이진수 2025. 9. 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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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사면 이후 당내 성비위 사건 처리에서 드러난 말과 행동의 문제점

[이진수 기자]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노력한다고 다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정치가 그러하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정치 유단자다. 대개 1단에서 5단 사이에 있다. 그러나 정치를 직접 하는 건 다르다. 누구도 절대 쉽지 않다.

조국 역시 자신이 정치인이고, 정치를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결심을 한 사람이 맞다. 언젠가 '정치적 근육'을 길러야겠다는 그의 말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도 좋았다. 총선에서 열두 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것 역시 큰 성과였다.

하지만 조국 딱 하나만 놓고 보면 그는 아직 정치인으로서 미숙하다. 사면 이후 당내 성 비위 사건으로 지도부 총사퇴를 한 지금까지, 조국의 말과 행동에 몇 가지 문제가 보인다.

정치는 논리가 아니라 감동

누군가를 타박하고 훈수 둔다는 게 몹시 건방진 일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기대가 있다. 그래서 안타깝다. 가능성이 큰 재목인데, 세상에 더 이상 기여 못 하고 그냥저냥 묻혀버릴까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아직 모드 전환이 쉽지 않은 듯하다. 여전히 법학 교수거나 청와대 참모 같다. 교수는 현실에서 동떨어진 경향이 있고, 참모는 나서길 주저한다. 얼른 모드를 전환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자리매김해야 한다.

여기서 정치인은 리더다. 지도자. 요즘은 정치를 직업으로 여기는 국회의원이 대부분이다. 가만 보면, 국회의원을 계속하는 게 그들의 목적 같다. 잘못된 현실을 타파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는 정치인이 드물다.

조국은 그러나 리더로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세 가지를 판단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첫째, 감동. 둘째, 승리, 셋째, 희생 혹은 헌신이다.

먼저 감동. 감동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타난다. 대부분 정치인은 사람을 대할 때 이용 가능성부터 살핀다. 나한테 표를 줄까, 안 줄까. 날 도와줄까, 안 도와 줄까. 그래서 얇고 넓게 사람을 사귀려 한다. 절대 깊이 안 들어간다. 표피적이다. 사람의 표피엔 이성이 있다. 정확히는 계산심이다. 계산심을 그나마 우아하게 표현하는 게 논리다. 법리도 논리의 일종이다.

이번에 조국혁신당 지도부 얘기를 들어보면 '법이나 규정상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한다. 조국도 그 생각을 먼저 한 듯하다. 그러고는 '당에서 할 거 다 했다고 하는데 굳이 내가 개입할 처지도, 여지도 없지 않나?'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런 것이 논리나 법리적 사고방식이다. 특히 법조 출신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현상이다. 모든 걸 법의 틀로 바라보고 판단한다. 판단 기준이 불법이냐, 아니냐가 전부다.

리더는 그러면 안 된다. '아이쿠, 어쩌다 우리 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지? 미안해서 어떡하지, 나가면 얼른 피해자부터 만나 억울한 점은 없었는지 얘기 들어봐야겠구나. 얼마나 마음이 다쳤을까'라고 마음이 먼저 아팠어야 한다. 머리로 하는 논리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 사람을 감동하게 한다.

짧은 승리에 도취하면 오만해 보여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직무대행과 최고위원들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당내 성비위 사건에 대해 “강미정 전 대변인을 포함한 피해자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이 사건으로 마음을 다치셨을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도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 유성호
둘째, 승리. 리더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이기는 길을 갈 수 있을까?'를 모든 순간 판단해야 한다. 정치는 선택의 연속이다. 두 개 이상의 선택지가 있고, 어떤 선택도 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그럴 때 최종 판단은, 길게 봐서 이기는 길이라야 한다. 그런데 단기적으론 승리이지만, 장기적으론 패배로 가는 선택을 하기가 훨씬 쉽다는 게 문제다.

나는 8.15 사면권 행사에 담긴 대통령의 의중이 두 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조국을 일찍 정치에 복귀시켜 한국 정치 지형의 구조적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라 보았다. 조국도 그리 느낀 듯하다. 석방 후 그의 동선을 보면 그게 보인다. 거의 대선 주자의 일정이었다. 누가 봐도 조국은 대선 주자 급이 맞다. 은연중 언론도 그렇게 보고 보도했다.

그러나 틀렸다. 정치적 성장의 기회를 준다고 해서 대선 주자처럼 행동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 싸웠어야 한다. 지금 여전히 민주 진영은 검찰개혁을 놓고 싸우는 중이다. 기소·수사 분리를 하면서도 형사사법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자는 논리로, 복잡한데 결국 듣다 보면 검찰 기득권을 유지해 주자는 온갖 변설이 난무하고 있다.

거기다 사법개혁에 언론개혁까지 서서히 불붙고 있다. 특검 수사도 여전히 불안불안하다. 그 와중에 조국이 마치 개선장군처럼 전국을 누비며 대선 행보를 하는 듯하니, 난감해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조국이 승리한 거 맞다. 윤석열, 김건희가 감옥에 갔다. 3년도 못 돼 무너졌다. 창당도 성공했고, 의석도 얻었다. 하지만 여전히 짧은 승리다. 긴 승리는 아직 첩첩산중 너머에 있다. 근데 벌써 다 이긴 듯 행동한 거다.

리더는 희생할 때 빛난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8월 25일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 봉하재단 김영호
마지막은 헌신이다. 몸을 바친다는 건 결국 희생한다는 뜻이다. 리더는 희생할 때 리더십이 우뚝 선다. 툭 하면 싸우지 말고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민주 진영을 공격하고 흠집 내고 비틀고 야유한다. 그게 보수 언론이고 엘리트 기득권 세력이다. 그런 상황에서 싸우지 않겠다는 건, 지도자가 되길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조국은 검찰개혁 과정에서 누구보다 많은 걸 잃고 고통받았다. 스스로 원한 것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그리되었다. 많은 국민이 미안해하고 고마워한다. 그가 희생하고 헌신했기 때문이다. 조국의 가능성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싸움이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솔직히 앞으로가 더 불안하다.

개혁은, 할 때까지는 모른다. 반동의 위기가 언제 어떤 형태로 덮쳐올지. 그 반동이 다가올 때 분쇄할 힘, 그것까지 확보해야 개혁은 최종 성공한다. 그러니 방심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검찰개혁이 끝났을 때 조국의 정치적 효용 역시 끝날 수 있다는 고민도 해야 한다. 정책적 콘텐츠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극우의 준동이 갈수록 걱정스럽다. 특히 민주 진보 진영 내에서도 조국 자신을 마뜩잖아하는 이들이 꽤 있다는 예후가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모르면 몰라도 지방선거에 공천만 주면 출마해 이길 수 있다고 기염을 토하며 찾아오는 이들이 줄 섰을 것이다. 지금 그들의 애당심과 충성심은 훗날 난장판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희생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헌신은 계속되어야 한다. 조국이 짧은 승리에 취하고 마른자리를 찾는 순간, 진짜 위험한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첫 번째 위기는 조국이 누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을 때, 같은 진영 내 인사들조차 갸우뚱한 순간이었다. 두 번째는 성 비위 같이 예민한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둔감하거나 무책임해 보이는 태도를 비쳤을 때였다. 앞으로 세 번째 위기가 또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아니 오게 되어 있다. 그때 다시 잘못하면 진짜 위험하다. 하루빨리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로서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깨닫는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유능하고 야무진 참모진을 곁에 꾸리고, 항상 지도자로서 말하고 행동하며, 늘 싸움의 최일선에 서 있어야 한다. 조국이 조국다울 때 이재명 정부의 개혁이 완성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진수씨는 제정구·김부겸 의원 등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책 <세상을 움직이는 글쓰기 - 정치 글 쉽게 쓰는 법> <보좌의 정치학>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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