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개 넘게 '좋아요' 받은 어르신의 어깨뼈, 참 아름답네요
복지관에서 '내 인생 풀면 책 한 권'이라는 제목으로 어르신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어요. 수업 중 있던 일을 연재합니다. <기자말>
[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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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르신이 준비해주신 간식 간식 돌릴 이유를 이렇게도 만들어본다 |
| ⓒ 최은영 |
인증번호 받기가 이렇게 어려웠나
매주 글을 써오는 어르신이 계신다. 그 분 글도 교실에서만 읽기 아까웠는데 분량의 아쉬움이 있었다. 길게 쓰는 게 너무 힘들다는 분께 더 쓰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다. 꾸준함의 힘이었을까. 어느날 두 개의 글 소재가 겹치는 걸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그 둘을 합쳤더니 이질감 없는 한 편이 나왔다. 이걸 <오마이뉴스>에 송고하자고 제안드렸다.
어르신들에게는 글쓰기 자체보다 <오마이뉴스>에 가입하고 송고하는 과정이 훨씬 어렵다(관련기사 : 시니어 시민기자들이 처음 기사 쓸 때 가장 힘든 것 ). 가입 과정을 쪼개고 쪼개서 설명해도 안 된다고 하시는 분이 많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인증이 차단됐다. 차단 해제를 시도했지만 또 실패, 결국에 어르신 자제분과 내가 직접 통화한 후 해결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인증번호가 왔다. 알림 왔다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 어르신은 "아까 분명히 오는 거 봤는데 없어졌어요"라며 당황하셨다. 나는 얼른 문자앱을 찾아서 보여드렸다. 차단을 해제하고 오마이뉴스 사이트 가입을 다시 시도하는 중에 인증번호가 또 왔고, 어르신은 또 당황하셨다. 사라지는 숫자 앞에서 어르신은 유리 미로에 갇히신 거 같았다. 나는 문자앱을 열어 어르신을 미로에서 꺼내드렸다. 내가 인증번호를 화면에 넣는 사이, 어르신은 그 번호를 수첩에 꾹꾹 눌러 적으셨다.
가입 과정을 찬찬히 쪼개서 잘 설명한다고 했는데 여전히 놓친 부분이 있었다. 다음 설명에서는 '알림이 없어져도 인증 번호가 없어지지 않아요'라든가 '인증번호는 일회용이라 적어두실 필요는 없어요' 부분을 추가해야겠다. 조만간 나는 로그인 과정을 매우 상세하고 질서화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1인자가 될 거 같다. 어르신과 함께 하는 시간이 아니었으면 절대 체득할 수 없는 다정함이다.
결국 내게 돌아오는 시간
가입으로 끝나지 않는다. 본문을 넣어야 하고 취재 경위와 태그가 필요하다. 모든 과정이 어르신께 낯설다. 급기야 어르신은 '나는 괜찮으니 그냥 선생님 이름으로 보내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내가 쓴 게 없는데 어떻게 내 이름으로 보내냐고, 안 된다고 했다.
어르신은 "아니, (채택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거라면서요. 그걸 잡고 아까 쉬는 시간부터 수업 끝난 시간까지 나 때문에 선생님 시간 뺏는 게 미안해서 그러지"라고 하시며 고개를 숙이셨다. 나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그런 말씀 마시라며 어깨를 살짝 안아드렸다.
내 손바닥에 전해지는 어깨뼈가 너무 가늘다. 이런 어깨로 매주 글을 쓰시는구나 하며 어르신을 다시 본다. 이건 내게만 보이는 아름다움이다. 그런 분들이 쓰는 글이기에 나는 한번도 못 받아본 '좋아요 300개'가 있나 보다.
어르신들과 글을 쓰고, 온라인의 높은 벽을 함께 넘는 시간은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생각 없이 지나쳤던 장면들이 이제는 오래 바라보아야 이해되는 순간으로 바뀌었다. 어르신들의 느린 걸음에서 배움의 깊이를 보고, 그들의 주저함 속에서 용기의 다른 얼굴을 본다. 생각지도 못한 시간들을 통과하며 나와 다른 상대에게 주파수 맞추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과연 이번 송고는 채택이 될 것인가. 내 글을 송고할 때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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