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션어 메일'까지 뚝딱, 회사에서 얼굴 붉힐 일이 없네요
어느새 우리 일상이 되어버린 AI, 다들 어떻게 쓰고 있을까요?<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의 각양각색 AI 활용법에 대해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정누리 기자]
"요즘 네 등에 날개가 달린 것 같아."
친구가 내게 말한다. 요새 AI 때문에 하루하루가 알차다. 일상에서 인공지능을 안 쓰는 곳이 없다. 회사에서는 사진 한 장으로 3D 모델링 파일을 만들고, 프리랜서로서 촬영 없이 AI만으로 광고 1편을 만들고, 자기계발을 위한 영단어 공부도 AI와의 퀴즈를 통해 외운다. 내가 닿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영역을 마구 건드리는 요즘을 보면, 확실히 친구 말대로 '날개'가 돋아난 것인지도 모른다.
흔히들 인공지능을 업무에 적용한다고 하면, 다들 챗지피티(ChatGPT)만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같은 업무를 해도 분야마다 쓰는 AI는 천차만별이다. 사람의 뇌가 다 똑같이 생겼어도 발달한 부분이 다른 것처럼, 업무도 그 특성에 따라 다른 AI를 쓴다. 우리는 새와 달리 날개를 갈아 끼울 수 있다. MZ세대는 업무마다 어떤 인공지능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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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가 만든 캐릭터로 생성한 3D모델링 |
| ⓒ 정누리 |
물론 고증이 철저해야 하는 문화재나 전문적인 결과물은 이것 하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다만 기초 파일을 만들어 놓고 '라이노'나 '스케치업' 등 전문 프로그램으로 수정하면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최근에는 한 소상공인이 곰 캐릭터 하나를 들고 와 조형물을 만들 수 있는지 물었다. 내가 그 자리에서 3D 파일로 만들어 보여주니, 거래처와 우리 사장님 모두 흡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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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 조사에 AI를 쓰는 모습 |
| ⓒ 정누리 |
또한 근거가 되는 스크립트를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이거 AI가 맘대로 요약한 것 아냐?"라는 의심도 바로 해결할 수 있다. 자료 검색 AI도 사견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정보만 정리해주니 회의 준비가 훨씬 빨라진다. 평소 접하기 힘든 해외 논문까지 찾아주니 회의록을 더 폭넓게 작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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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지피티에게 업무적 조언을 얻는 모습 |
| ⓒ 정누리 |
그것은 내가 해본 적 없는 일을 해내게 만든다. 상사와의 갈등도, 거래처와의 소통에서 겪는 어려움도 이제는 날선 답장을 할 필요가 없다. 씩씩거리며 얼굴을 붉히는 나와 달리 인공지능은 친절하고 사려 깊게 쿠션 용어(예의 바른 표현들)를 넣어서 답장을 순화해준다. 예전에는 인내심의 한계를 오롯이 혼자 감당했지만, 이제는 감정 소모도 AI와 나눈다. 심리상담사가 말하는 '자아분화'를 인공지능이 돕고 있는 셈이다.
다만 AI가 내 삶에 여유를 가지고 왔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실제로 '아차' 싶은 때도 있었다. 한 번은 내가 프롬프트를 과도하게 입력한 나머지, 서버가 과부하로 멈춘 적도 있었다. 순간 깨달았다. 나만 번아웃이 오는 게 아니라 AI도 지친다는 것을.
삐삐(무선호출기)가 스마트폰이 되고, 인력거가 비행기가 되었다고 해도 우리 삶이 편안해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 편리함은 되레 더 많은 일을 가져왔다. 겉으로는 AI가 모든 것을 대신해줄 것 같지만, 결국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심하지 못하는 '생산 사피엔스'가 된 기분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욱 '밸런스'를 지키는 법이 중요해질 듯하다. 25분 일하고 5분 쉬는 뽀모도로 타이머를 켜거나, 오늘 할 일을 다 마치면 완전히 OFF 모드로 전환하는 식으로 말이다. AI도 과부하로 멈추는 시대, 그것은 곧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동시에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불러오기도 한다.
AI가 우리 삶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분명하다. 개발을 모르던 친구가 앱을 만들고, 그림을 모르던 친구가 만화를 생산한다. 하지만 날개가 있다고 해서 언제나 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멀리, 오래 날기 위해서는 결국 땅에 내려와 숨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 AI가 가져온 자유 속에서, 어떻게 멈추고 어디로 향할지를 결정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어쩌면 이제 내 머릿속에 채워 넣어야 할 것은 지식이 아니라 철학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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