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년 극우론’에 담긴 함정 [신율의 정치 읽기]

조국 원장이 인용한 기사에서는 극우의 기준으로 다섯 가지 특징을 제시했다.
첫째, 목적 달성을 위해 무력이나 폭력 사용, 규칙 위반을 용인하는 태도, 둘째, 정부보다 개인이 생계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 셋째, ‘대북 제재 중시’를 통한 압박 정책 선호, 넷째, ‘설령 중국의 보복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더라도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 그리고 다섯째, ‘이주민이나 난민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다. 이 다섯 가지 기준에 모두 동의할 경우 극우로 분류한다는 설명이다.
첫 번째와 다섯 번째 기준은 극우 정권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성이라는 점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특히 다섯 번째 특징인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은 극우의 핵심적 요소다.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Alternative fur Deutschland)’,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Rassemblement National)’, 그리고 최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약진한 일본의 극우 정당 참정당 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 바로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증오다.
프랑스 ‘국민연합’은 과거 대선에서 “프랑스라는 집의 열쇠는 프랑스인에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독일을 위한 대안’ 역시 외국인 혜택 축소를 주장한다. 일본 참정당도 유사한 행보를 보인다.
첫 번째인 ‘폭력 용인’ 또는 ‘법치 경시’ 또한 극우 세력의 중요한 특성이다. 이 기준을 극우 구분 지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나머지 기준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자 한다. 물론 필자의 관점이 절대적으로 옳다기보다, 상이한 의견을 제시하는 차원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먼저 ‘정부보다 개인이 자신의 생계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준이 극우 판별의 잣대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역사상 대표적인 극우 정권으로 꼽히는 독일 나치 정권은 오히려 적극적인 복지 정책을 실시했다. 나치 정권은 ‘여성 보호(Frauen Schutz)’ 차원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아동수당(Kindergeld)’ 제도를 도입했다. 히틀러의 복지 정책을 두고, 국가 차원의 인구 정책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대부분 복지 정책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실시된다. 예를 들어 실업수당 같은 복지 정책은 ‘가난은 사회 구조적 산물’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실업이나 심각한 빈부격차를 방치할 경우 나타나는 사회적 혼란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지출을 예방하려는 목적도 지닌다. 현재 유럽 각국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아동수당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나치 정권에서 실시된 정책 역시 그 목적이 무엇이든 일종의 복지 정책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극우 정권이 복지에 관심을 두는 또 다른 이유는, 극우는 대부분 포퓰리즘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복지 문제와 극우를 직접적으로 연결하기에는 논리적 한계가 있다.
‘대북 제재 중시를 통한 압박 정책 우선’이라는 기준 역시 극우 구분의 척도가 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된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민족주의’와 관련된 부분이다. 북한 비핵화에 반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이념적 성향을 초월하는 문제다. 또한 이는 좌파의 핵심 이슈인 ‘반핵(反核)’과 직결되며 동시에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파든 좌파든 북한 비핵화에는 당연히 찬성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많은 국민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KBS가 8월 8일 발표한 2025년 국민 통일의식 조사(KBS 공영미디어연구부 조사팀이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1582명을 대상으로 ‘KBS국민패널’을 이용한 온라인 설문조사,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3.7%만이 ‘외교적으로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고 답했고, 나머지 응답자는 ‘완전한 해결은 어렵다’ 또는 ‘현 정권 임기 내나 앞으로도 해결되기 어렵다’는 부정적 전망을 보였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당근 정책’으로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북 제재라도 시행하면 북한의 핵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북 제재에 찬성한다고 해서 이들을 극우로 규정할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한 포용적 시각은 ‘민족주의’와 관계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즉,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북한 포용론을 주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민족주의는 유감스럽게도 ‘극우’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제재 찬성이 반드시 ‘반민족주의’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민족주의적 시각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대북 제재 지지가 과연 극우 판별 기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령 중국의 보복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더라도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극우 판별 기준이 되는지 역시 의문스럽다. 현재 국제 질서는 친중 진영과 반중 진영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복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보다 미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이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즉, 이 기준 또한 극우 판별 기준으로 설정하기에는 애매하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CSIS 연설 이후 사회자와의 질의응답에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 정책에서 어긋나는 방식으로 판단하거나 행동할 수 없는 상황”이며 “과거처럼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언급한 것을 봐도, 중국에 대한 태도가 극우 선별 기준이 되는 것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이 극우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를 충족한다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설령 다섯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 해도, 이들을 극우로 규정하기에는 이론적으로 무리가 있다. 물론 2030세대가 우파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세대적 특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마치 40대에서 좌파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2030세대의 우경화 현상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6호 (2025.09.10~09.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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