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생명의 행진, 남태령을 넘다

조혜진 2025. 9. 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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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여명의 행진단 풍물과 노래와 춤추고 어우러지며 "새 세상을 열자"

[조혜진 기자]

▲ 이것이 흥진단이다 ⓒ 새사람행진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새들의행진
ⓒ 새사람행진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 새들의 행진 ⓒ 새사람행진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새들의 행진
ⓒ 새사람행진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물고기행진
ⓒ 새사람행진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행진 25일차, 오늘은 새,사람행진단이 민주주의의 남태령 고개를 넘는 날. 오전 10시 인덕원 1번 출구역 바로 앞에 '흥진단'이 나와서서 깃발을 흔들려 출발지를 안내했다 (스스로의 흥을 주체못하고 행진하는 내내 흥을 발산하여 기운을 돋는 자들, 그들을 '흥진단'이라 일컫는다). 많은 행진단이 곳곳에서 모였다. 서로의 흥과 기를 나누며 오늘의 수라의 외침 멸종위기종 '알락꼬리마도요'를 소개하고, 새로이 크게 특수제작된 행진차량을 앞세워 200여명이 넘는 인원이 행진을 시작했다. 각각 손수 제작해 온 모자와 피켓이 예쁜 생명체들의 행진으로 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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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으로 무장된 '흥진단'은 신호대기에서도 육교에서도 행진단을 응원하며 쉴새없이 깃발과 춤과 노래로 응원했다.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정성껏 준비된 점심을 먹은 후 이제 행진단은 "열자열자 새 세상 함께 열자, 깃발을 흔들며 새 세상 함께 열자" 팽수 풍물패가 이끌었다.

행진단이 드디어 남태령에 도착했을 때 전국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행진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행진단은 이 남태령에서 "지난 겨울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시민들의 연대가 모여 함께 광장을 열었던 곳"이라며 "나중으로 미뤄진 차별없는 세상, 자연과 뭇생명에 대한 착취가 중단되는 세상, 일하는 사람들이 일회용품으로 전락하지 않는 세상, 경쟁이 아닌 돌봄과 연결의 세상"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행진단은 "새만금국제신공항은 현재 운영중인 군산공항이 있는 군산미공군기지에서 불과 1.3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지어지는 것이며 "독립적인 민간공항으로 운영될 수 없고 미군기지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무안공항보다 조류충돌 위험도가 650배 높다고 평가되고 있어 또 다른 참사가 예고 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며 새만금신공항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신공항부동의
ⓒ 새사람행진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죽음의 신공항
ⓒ 새사람행진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400여명의 새, 사람 행진단은 이제 남태령을 넘어 오늘의 종착지 이수역에 도착해 문화제를 진행했다. 한 행진단은 25일 내내 걸으며 들었던 '난 바다야'를 라이브로 직접 듣는 호사를 누렸다며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풍물과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한바탕 문화제를 끝으로 "새는 하늘로! 사람은 땅으로!"를 외치며 오늘의 행진을 마무리 했다.

서울의 행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행진단과 함께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9.8(월)부터 진행되는 새만금 신공항 취소판결 촉구 3일 미사와 종교인 기도회 일정을 안내했다.

9.6(토)은 동작대교 전망쉼터에서부터 경복궁역까지 행진한 후 15:00 생명지킴이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흥흥흥
ⓒ 새사람행진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수라의 외침_9월 5일 행진 25일차 '알락꼬리마도요의 날'

우리는 전북지방환경청을 출발해 서울까지 향하는 발걸음 앞에 수라의 뭇 생명을 기억하고 그들이 끝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수라의 외침>을 전합니다. 오늘은 알락꼬리마도요의 날 입니다.

도요새는 종류가 무척 다양해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알락꼬리마도요라면 다릅니다. 몸길이가 60cm 내외로 도요새중 가장 크고 부리는 아래로 휘어졌는데, 그 길이가 머리 길이의 3배 정도입니다. 마도요와 알락꼬리마도요는 생김새가 거의 비슷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알락꼬리마도요는 꼬리부분이 알록달록하다는 것입니다. 화려하게 수놓아진 줄무늬가 이들의 특징입니다.

전 세계에서 2만개체정도만 서식하고 있어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호주에 서식하며 번식을 위해 시베리아까지 긴 여행을 합니다. 보통 1만킬로를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큰뒷부리도요처럼 장거리비행에 능숙한 담대한 새가 알락꼬리마도요입니다.

시베리아로 향하는 긴 여행중 잠시 쉬어가는 곳이 서해안의 갯벌입니다. 한국은 전체 알락꼬리마도요중 1/4이 거쳐가는 중요 기착지중 하나입니다. 갯벌에 도착한 알락꼬리마도요는 긴 부리로 갯벌 속에 있는 게를 잡아 먹습니다. 새의 부리는 촉각이 뛰어나 갯벌 속에 있는 먹이도 놓치지 않고 사냥할 수 있습니다. 긴 다리로 갯벌을 거닐다 긴 부리로 먹이를 낚아 채는 모습은 쫑쫑쫑 달려나가는 작은 크기의 도요새들과 달리 여유롭기만 합니다.

알락꼬리마도요가 멸종위기종이 된 까닭은 중간기착지인 서해안 갯벌이 파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거리 여행 후 충분한 휴식과 영양보충이 이뤄져야 시베리아에서 번식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간기착지인 서해안은 새만금 방조제, 시화방조제, 인천국제공항매립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갯벌이 사라지거나 파괴되면서 알락꼬리마도요의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전세계 철새들은 아직 살아남은 수라갯벌로 열심히 날아듭니다. 굶주리고 지친 새들이 간신히 쉴 수 있었던 수라갯벌마저 사라진다면 장거리 비행 철새들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새들이 살 수 없는 곳에 인간이 살 수 있을까요? 생명을 굶겨 죽이는 일을 서슴치 않는 세상에서 인간이라고 다를 수 있을까요?

우리는 새만금신공항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행정법원에 호소합니다. 절실한 마음으로 수라갯벌을 찾는 위대한 철새들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자본의 이윤을 위한 개발사업으로 사라져간 뭇 생명들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부디 정의로운 판결을 통해 자본말고 생명이 우선되는 세상을 재판부가 앞당겨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존재들이 각자의 알록달록함을 뽐내며 온전한 삶을 살 수 있길 희망합니다.
 도요새와 문규현신부
ⓒ 새사람행진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새,사람행진단 남태령 선언문>

새 세상을 여는 새,사람행진
우리시대의 법은 수라갯벌을 지켜야 합니다

우리는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며 큰뒷부리도요와 함께 수라갯벌의 뭇 생명과 함께 걷고 있는 새,사람 행진단입니다. 전주를 출발해 서울까지 오는 발걸음 앞에 숲과 나무가 잘려나가고 아스팔트 바닥에서 말라 비틀어진 수많은 생명을 봤습니다. 새만금 갯벌에서 죽어간 조개와 새들, 저서생물과 염생식물들처럼 곳곳에서 개발로 처참히 파괴된 현장들을 목격했습니다.

새만금개발은 지난 30년간 개발과 성장의 환상을 말해왔습니다. 2006년 대법원은 새만금개발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서 개발의 이익이 환경에 미치는 피해보다 더 크다며 새만금 개발을 지속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이미 끝났어야 할 새만금 개발계획은 2050년까지 연장됐고 새만금호의 수질 역시 4조원의 세금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멸종위기 동식물은 보호되지 못한 채 말라버린 갯벌에서 죽어갔습니다. 바다와 갯벌에 기대어 살던 어민공동체 역시 해체됐습니다.

2006년 대법원의 판단은 지금도 유효한 것입니까.
우리는 수라 갯벌을 지키기 위해 260km를 걸어 서울행정법원을 향하고 있습니다. 수라갯벌은 군산 새만금 만경수역에 유일하게 남은 갯벌입니다. 새만금개발로 서식지를 잃은 뭇 생명들이 수라갯벌에서 살아남았고 법정보호종만 64종이 살아가는 생명다양성의 보고입니다.

정부는 수라갯벌을 매립해 새만금국제공항을 만든다고 합니다. 현재 운영중인 군산공항이 있는 군산미공군기지에서 불과 1.3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지어집니다. 새만금 신공항은 독립적인 민간공항으로 운영될 수 없고 미군기지확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또한 무안공항보다 조류충돌위험도가 650배 높다고 평가되고 있어 또 다른 참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정부는 공항을 짓겠다고 합니다. 우리는 기후재난 시대에 위험천만한 새만금 신공항을 기어코 짓겠다고 말하는 정부의 무책임함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바다와 갯벌 그 속에 살아가는 뭇 생명들을 언제든 인간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본의 이윤을 중심에 둔 개발과 성장중심 정책을 우리는 더이상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껏 수많은 땅과 강이, 산과 바다가 그리고 갯벌이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파괴되어 왔습니다. 인간과 자연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지구 생태계 공동의 구성원이지만 개발주의는 인간과 자연사이의 연결을 해체하고 생태계를 파괴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후재난으로 우리앞에 도달해 있습니다.

새,사람행진단은 오늘 남태령에 섰습니다. 지난 겨울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시민들의 연대가 모여 함께 광장을 열었던 곳입니다. 우리는 탄핵의 광장에서 윤석열정권의 비밀주의, 권위주의, 권력남용에 맞서 민주주의의 광장을 지켰습니다. 시민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이 아직 뜨겁게 남아 있습니다. 나중으로 미뤄진 차별없는 세상, 자연과 뭇생명에 대한 착취가 중단되는 세상, 일하는 사람들이 일회용품으로 전락하지 않는 세상, 경쟁이 아닌 돌봄과 연결의 세상.

'새만금 신공항 취소소송'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이정표가 될 역사적 판결이 될 것입니다. 법은 양심의 잣대로 시대의 정의를 선포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지금까지의 법은 누구를 보호해 왔습니까. 국가의 개발과 성장중심 정책 앞에서 법은 죽어가는 생명들의 아우성에 귀 기울인 적이 있었습니까.

법원은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통해 정부의 일방적 개발독재를 종식해 주십시오.
법원은 기후재난의 시대에 걸맞는 정책적 전환을 선포해 주십시오.
법원은 자본의 이윤이 아니라 뭇생명과 시민의 안전을 지켜내는 정의로운 판결을 해 주십시오.

시민여러분, 9월 11일 새만금신공항 취소소송에 주목해 주십시오.
새,사람행진단은 수라갯벌의 뭇 생명들과 함께 정의로운 법의 판단을 청합니다.
자본의 이윤이 생명보다 앞서있던 시대가 가고 생명과 사랑이 앞장서는 정의로운 판결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날을 향해 큰뒷부리도요와 함께,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과 함께, 동료시민들과 함께 새,사람행진단은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하나. 정부는 조류충돌 참사와 미군기지 확장으로 이어질 새만금신공항을 중단하라.
하나. 법원은 새만금신공항 취소 판결로 개발중심 사회를 종식을 선포하라.
하나. 자본의 이윤이 최우선 되는 시대를 넘어 생명과 사랑의 새 세상을 만들자.
하나. 지구 공동체의 모든 존재들과 공존과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자.

2025년 9월 5일 남태령에서
새,사람행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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