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유연성" 화두 꺼낸 이재명 대통령 … 덴마크식 '플렉시큐리티'가 대안 될까?

박정훈 2025. 9. 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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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기업 경쟁력 확보 양립 가능....터놓고 논의해야"

[박정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사회안전망 문제, 기업들의 부담 문제, 고용의 안정성과 유연성 문제, 이런 것들을 터놓고 한번쯤 논의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총 대표단을 만나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노동존중 사회'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상호 대립적인 게 아니고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한 사회안전망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은 노동계가 금기시해온 '고용 유연성'이라는 화두를 정면으로 꺼낸 것이다. 그는 노동계의 반발을 우려하면서도, 유럽형 모델 즉 특히 덴마크의 '플렉시큐리티(Flexicurity)' 모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급격한 세계정세 변화에 따른 경제대응을 위한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노동자의 안전망을 더 촘촘히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구조조정 논의가 아니라, 노동시장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것이다. 덴마크식 플렉시큐리티는 단순히 해고를 쉽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해고 이후의 삶을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이 이 모델을 도입하려면, 고용보험 확대, 실업급여 상향, 사회부조 제도 개편,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 복합적 개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대통령이 말한 대로 "마주 앉는 것"이다.

덴마크의 플렉시큐리티 "합의된 유연안정성...해고 끝이 아닌 전환의 시작"
 덴마크의 국회 앞 풍경. 국회의원들의 권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 오연호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정성(Security)'의 합성어인 덴마크의 '플렉시큐리티(Flexicurity)' 모델이란 무엇인가? 이는 황금삼각형이라 불리는 노사정 협력을 통해 도입된 기업이 노동자를 비교적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말한다. 동시에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통해 노동자의 생계와 재취업을 지원한다.

글로벌화, 기술 변화, 경제 위기 등으로 인해 노동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노동자와 기업 모두 변화에 적응해야 하지만, 기존의 경직된 고용 제도(예: 해고가 어려운 구조)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당시 덴마크의 노사정은 합의에 이르게됐다. 동시에, 노동자들은 직업 안정성, 실업 시 안전망, 재취업 기회 등을 필요로 한다. 덴마크는 이러한 두 가지 요구를 모두 충족하기 위해 플렉시큐리티를 도입했다. 이는 1899년 9월 대타협을 통해 유연안정성의 핵심이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최대 270일인 한국과 달리 덴마크는 최대 2년이다. 급여수준도 평균 임금의 50~60%수준인 한국에 비해 덴마크는 70~90% 수준이다. 노동시장 정책 측면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한국은 재교육·직업훈련이 예산 부족인 상황이나 덴마크는 국가가 적극 개입, 고용센터 중심 운영에 나서고 있다.

실업급여 종료 후에도 포기하지 않는다..."끝까지 이어지는 '사회부조'"

덴마크의 사회안전망은 실업급여가 끝난 뒤에도 작동한다. 일정 기간 실업급여를 받은 후에도 취업이 어려운 경우, 노동자는 '사회부조(Social Assistance)'라는 제도를 통해 생계비를 지원받는다.

사회부조 수급 조건은 자산 심사를 거쳐 일정 기준 이하일 경우 지급된다. 실업급여보단 적지만 주거비, 식비, 의료비 등 기본 생활비를 보장한다. 물론 필수적 의무사항이 있다. 수급자는 지역 고용센터와 협력해 구직 활동을 지속해야 하며, 교육·훈련 프로그램 참여가 요구된다. 참여하지 않으면 사회부조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실업급여와 달리 무기한 수급이 가능하지만, 수급자의 자립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덴마크 정부는 이를 통해 '복지의존'이 아닌 '복지 기반의 자립'을 추구한다.

실제로 덴마크의 고용률은 2024년 기준 74.2%로 OECD 평균(68.5%)을 크게 웃돌며, 실업률은 4.8% 수준으로 안정적이다. 노동자들은 해고 후에도 빠르게 재취업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한국형 모델 가능할까?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이 대통령,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사회안전망 문제, 기업들의 부담 문제, 고용의 안정성과 유연성 문제, 이런 것들을 터놓고 한번쯤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복합 위기와 거대한 전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 주체들의 과감한 결단에 기반한 대타협이 절실한 시기"라며 "한국노총은 이를 위해서 대통령이 직접 각 경제 주체들을 모아서 일정 기간 동안에 숙의 과정을 진행해 주시고 그 틀 안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선언하자는 제안을 드린다"고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후위기와 불평등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전면적인 노정 교섭을 제안한다"며 "노정 교섭을 통해 노정 간 신뢰를 회복하고, 구축하고, 대화의 효용성을 확인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면한 문제는 복지 없는 유연성은 착취라는 사실이다. 덴마크 모델의 핵심은 '복지국가'라는 전제에 있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해왔다. 반면 한국은 실업급여 제도도 충분치 않고, 사회부조는 낙인효과가 크며 접근성이 낮다. 복지 없는 유연성은 결국 노동자의 불안정성과 착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우려되는 이유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고용 유연성을 논의하려면 먼저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의 제안은 노동시장 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한 첫걸음이다. 그 시작은 마주 앉는 것이며 사회적 신뢰와 제도적 기반을 함께 구축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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