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모습은 신선한 충격'... 비어도슨트도 놀란 최고의 맥주 축제 [윤한샘의 맥주실록]
[윤한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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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원수제맥주축제 시작 전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
| ⓒ 윤한샘 |
구석에 있는 천막으로 몸을 피하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우천을 대비하기 위해 광장 중앙에 설치된 커다란 천막으로 사람들이 뛰어가는 게 보였다. 기대와 달리 구름은 짙어지고 바람은 더 거세지고 있었다. 툭툭 떨어지던 빗방울은 어느새 바닥을 부술 듯 때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무대 위에선 공연 준비 중인 밴드들의 악기음이 빗소리를 뚫고 울려 퍼졌고 모서리를 가득 둘러싼 양조장들은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했다. 8월의 마지막 주말, 노원수제맥주축제가 예정된 서울 화랑대 기찻길 공원은 기대와 우려 속에 들썩거렸다.
나 또한 오늘 비어도슨트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3년 전 노원수제맥주축제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비어도슨트는 맥주 길라잡이로 활약해 왔다. 올해 또한 맥주 전문가로서 축체에 참가한 양조장을 대중들에게 설명하고 맥주를 소개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활동 전, 한국맥주문화협회 소속 전문가들과 부스를 돌며 대표 맥주를 받고 비어도슨트 부스로 이동하려는 순간 억수 같은 비로 천막에 갇혀버렸다. 축제와 여행의 시작은 화창한 날씨라고 하는데, 시작도 전에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어쩌랴, 양손에 맥주를 들고 온몸으로 비를 맞더라도 할 일은 해야지. 제발, 해님이 얼굴을 드러내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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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원수제맥주축제 |
| ⓒ 김혜진 |
화랑대 기찻길 옆에 비어도슨트 부스를 설치하면서 과연 사람들이 방문할까 걱정이 들었다. 비가 멈춘다 해도 습도가 장난 아니었다. 다행히 5시가 되자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테이블 위에 맥주를 깔고 드디어 활동 개시. 온몸을 덮치는 습도는 맥주 한 모금으로 날릴 수 있었지만, 사람들이 축제를 방문할지 의심은 날릴 수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엄청난 후텁지근함에도 축제를 즐기러 오는 연인들과 가족들은 물론, 어르신들까지 꾸준히 보이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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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어도슨트 부스 모습 |
| ⓒ 윤한샘 |
먼저, 노원구를 비롯한 노원문화재단이 맥주축제가 함의하고 있는 바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노원구는 경의선이 폐지된 뒤 화랑대 기찻길 공원을 활성화하는 방법에 골몰했다. 대안 중 하나가 맥주축제였다. 하지만 맥주가 주인공이 아닌, 노원의 문화적 특성을 정체성으로 다듬으며 그 안에 노원구만의 가치를 녹여내는데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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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제에서 활동한 비어도슨트 |
| ⓒ 윤한샘 |
올해로 세 번째지만 노원수제맥주축제 운영은 첫 회보다 노련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수 만 명에 달하는 인파를 물 흐르듯이 통제했고, 일회용 용기로 제기될 수 있는 환경 문제는 텀블러와 생분해 플라스틱 잔으로 해결했다. 곳곳에 우천에 대비한 천막을 준비해 비가 와도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조치했다.
물론 이번 축제가 모두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옥에 티도 존재했다. 참가 부스비를 지난해에 비해 3배나 올려받아, 소규모 맥주 양조장과 상생을 추구했던 노원수제맥주축제의 의미가 크게 퇴색되었다. 그동안 과도한 부스비 상승으로 몰락한 축제를 봐왔기 때문에 우려되는 지점이다. 결국 그 비용은 축제 방문객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노원의 지역성을 기찻길과 맥주라는 정체성에 녹여,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 있는 노원수제맥주축제는 다른 지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만하다. 가끔 맥주나 음식이 주인공이 되어 눈살이 찌푸려지는 축제들이 있는데, 지자체에서 진지하게 고민하면 해결책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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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노원수제맥주축제에는 33개 이상의 양조장이 나왔다. |
| ⓒ 윤한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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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어도슨트 부스 모습 |
| ⓒ 윤한샘 |
홉의 과일 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산 와일드캣, 서산 칠홉스, 마장동 메즈나인의 인디아 페일 에일(IPA)을, 청량한 라거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통영 라인도이치 헬레스, 이천 브루어리 을를의 이천 쌀라거, 경기도 광주 베베양조 필스너를, 특별한 맥주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바네하임의 안녕 자두야 시리즈, 순천 브루어리의 과일 맥주, 진해 다이노 브루잉의 창워너 바이세 같은 맥주를 알려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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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어도슨트들 |
| ⓒ 윤한샘 |
맥주 안내를 받는 사람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한 크래프트 양조장이 있는지 몰랐다고 의아해했다. 비어도슨트 활동을 하면 크래프트 맥주가 젊은 층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도 깨지기 마련이다. 크래프트 맥주 경험을 이야기하는 중장년층이 의외로 많았다. 여행을 하며 지역 양조장을 방문한 경험으로 부스 안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지만 각자가 갖고 있는 맥주 경험을 나누고 소통하는 즐거움. 이 즐거움이야말로 맥주 축제가 가진 힘이 아닐까. 술 자체를 소비하기 위해 참관하는 주류박람회와 달리, 축제는 맥주를 매개로 문화를 즐기는 힘이 있었다. 비어도슨트로서 힘을 보탤 수 있는 경험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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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가 오는 밤에도 많은 사람들이 노원수제맥주축제를 즐기고 있다. |
| ⓒ 윤한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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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동 중인 비어도슨트들 |
| ⓒ 윤한샘 |
전국 팔도에 그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는 맥주 축제가 열렸으면 좋겠다. 주인공은 문화와 사람들이다. 맥주의 본질이 그렇듯, 맥주는 흥을 돋우고 분위기를 띄우는 도구다. 비어도슨트는 대중이 그 맥주를 문화로 즐기게 하는 매개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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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원수제맥주축제에서 활동한 비어도슨트 |
| ⓒ 윤한샘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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