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크리스천도 구원 받나요"... 보수 개신교 행사 가 보니

박성우 2025. 9. 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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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업코리아 2025' 현장취재기] '전광훈 교회 압수수색' '차별금지법' 관련 극우집단 논리 답습

[박성우 기자]

 '빌드업코리아 2025' 현장.
ⓒ 박성우
5일 오전 9시 일산 킨텍스. 천여 명이 훨씬 넘는 인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북적거렸다. '빌드업코리아 2025'라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이들이었다.

해당 행사를 보도한 4일 <조선일보> 기사는 이 행사가 "'Born to Lead, Build the Nation'을 주제로 한국과 미국의 청년 세대가 자유와 리더십을 논의하는 장이 될 전망"이라고 소개하며 미국의 젊은 보수정치권 인사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가 실제 행사에 참여해 살펴본 결과, 해당 행사는 보수 정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정교일치를 주장하는 한미 보수 개신교 세력을 위한 행사였다.

젊은이들 모인 보수 개신교 행사에서 나온 질문, "좌파 크리스천도 구원을 받나요?"
 행사에 참여하는 목사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적는 부스에는 청소년들의 질문이 적힌 포스트잇이 빼곡했다. 한 참가자는 "좌파 크리스천도 구원을 받을 수 있나요? 사랑합니다 목사님들"이라고 적었고, 또다른 참가자는 "대한민국은 공산화 중입니까? 교회의 자세는 진리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 교회를 깨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 박성우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광화문 집회나 손현보 목사가 주관하는 여의도 집회와 달리, 해당 행사에 참가한 이들 중 상당수가 30대 이하 젊은 층이었다. MAGA 문구나 '윤어게인'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쓴 이들도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에게 부산 세계로교회 행사포스터를 나눠주는 젊은이들도 수십 명이었다.

특히 고등학생 이하 학생 연령대로 보이는 10대들과 미취학 아동도 수백여 명이었다. 부모와 함께 온 것으로 보이는 이들도 적잖았으나 개신교계 대안학교에서 단체로 참가해 교사들의 통솔을 따르는 학생들이 다수였다. 본행사장 바깥에 설치된 부스에도 기독교계 대안학교들이 학교 홍보에 열심이었다.

행사에 참여하는 목사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적는 부스에는 청소년들의 질문이 적힌 포스트잇이 빼곡했다. 한 참가자는 "좌파 크리스천도 구원을 받을 수 있나요? 사랑합니다 목사님들"이라고 적었고, 또다른 참가자는 "대한민국은 공산화 중입니까? 교회의 자세는 진리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 교회를 깨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제 삼은 교회 압수수색과 관련된 질문들도 있었다. "목사님을 탄압·구속하는 정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 교회 압수수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그들의 질문에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교회는 정치적 사안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
 2023년부터 빌드업코리아를 주최해 온 유튜버 김민아씨가 첫 연사로 연단에 올랐다. 스스로 "정치나 사회 이슈에 관심 없는 평범한 유학생이었다"라고 소개한 김씨는 "미국 언론 보도를 번역하고 전달하면서 세속적인 세력과 기독교적 가치를 지키는 세력 사이의 전쟁이 있음을 알게 됐다"며 "그 후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편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 박성우
2023년부터 빌드업코리아를 주최해 온 유튜버 김민아씨가 첫 연사로 연단에 올랐다. 스스로 "정치나 사회 이슈에 관심 없는 평범한 유학생이었다"라고 소개한 김씨는 "미국 언론 보도를 번역하고 전달하면서 세속적인 세력과 기독교적 가치를 지키는 세력 사이의 전쟁이 있음을 알게 됐다"며 "그 후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편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행사의 주제인 'Born to lead'(리더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를 두고 "우리 모두는 리더의 DNA가 존재한다. 하늘로부터 온 DNA를 받았다"며 자신 역시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 덕분에 리더의 DNA를 활성화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는 "하나님께서 내게 '너는 이 세상을 이끌 리더'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께서 '나를 변호해줄 수 있겠니'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예수님이 왕이 되는 가치 아래 미국과 한국의 역사가 세워졌다"라며 "Christ is king(예수님이 왕)"이라고 영어로 외치자 관중들도 함께 따라 외쳤다.

또한 "우리 행사를 두고 정치 행사인지, 종교 행사인지를 많이들 묻는다"며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정치적인 사안과 종교적인 사안은 정확히 구분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어 행사의 또 다른 주제인 'Build the Nation(국가를 세우자)'를 언급했다.

한 연사는 "한민족의 영혼이 사라지고 있다. 한때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던 한국이 점점 하나님을 떠나고 있다. 이를 구원해야 한다"며 "인생의 우선순위로 1순위를 하나님, 2순위를 가족, 3순위를 교회로 두며 사회와 국가는 그 다음 순위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임신 중절 반대 운동을 벌이는 미국인 연사 또한 "정치적 논쟁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다"며 교회가 정치적 사안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외쳤다. 그는 "임신중절과 동성혼, 성전환 문제는 정치적 사안이 아닌 분명히 진리가 존재하는 사안"이라며 "한국 교회는 사회 문제를 무관심하게 바라보면 안 된다. 교회가 정치적 사안이라 불리는 것들에 침묵해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고 문화가 악해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미래 세대가 정치적 사안들을 하나님의 목적 아래 진리가 있는 사안이라 믿는다고 상상해보자. 전 국민이 독생자 예수님을 믿는다고 상상해보자. 그런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변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인 모두가 개신교인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론 안 가르치는 공교육이 문제?
 한편 청소년들이 연단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국제기독학교 서초캠퍼스에 다니는 학생 다섯 명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교회나 기업 같은 개인과 단체를 공격하는 데 사용된다"고 비판하며 "다행히도 교회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에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박성우
이날 행사에선 청소년들이 연단에 오르기도 했다. 연단에 오른 한국국제기독학교 서초캠퍼스 학생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교회나 기업 같은 개인과 단체를 공격하는 데 사용된다"고 비판하며 "다행히도 교회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에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유럽과 캐나다, 호주에서는 동성애를 찬성하는 비율이 80%라는 통계를 인용하며 이를 반박하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해당 통계가 가짜뉴스라고 힐난했다. 한 학생은 "세상에서는 뉴스나 과학적 발견, 역사 기록 등을 진리라고 생각하지만 세상적인 진리와 기독교적인 진리는 다르다"면서 "진실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항상 세상의 진리와 성경적 진리를 비교해 바라봐야 한다"며 성경적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봐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국국제기독학교 인천캠퍼스의 학생 다섯 명도 연단에 올라 대한민국 헌법에 적힌 자유민주주의가 성경 속 아담과 이브에게 하나님께서 부여한 자유와 연결된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여러 이념이 섞일 수 있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옛 선조들이 우리에게 내려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한국의 공교육은 창조론을 가르치지 않는 등 진정한 가치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성경에 기반한 올바른 진리를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인 교회에서 배워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민이 한마음으로 단결해 강력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학생이 "이번 행사를 준비하기 전까지 정치적 사안에 있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올바른 정치적인 입장을 가지고 하나님의 뜻으로 이 나라,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겠다"고 하자 참석자들의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학생들은 MAGA 구호를 본딴 "Make Korea Great Again!(한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연단에서 내려왔다.

한국에서 부정선거를 설파한 모스 탄이 교수로 재직 중인 리버티대학에서 온 한 미국인 연사 또한 "여기 온 학생분들이 다음 세대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면서 "지난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젊은 세대, 특히 젊은 남성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이끌었다. 한국에서도 지금 이곳에 모인 젊은 신앙인들이 한국을 위대한 나라로 만든다는데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에는 희망이 있고, 한국을 다시 세우길 바란다"며 미래 세대의 역할을 강조했다.
▲ ' 빌드업코리아 2025' 현장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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