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코를 보지 않고는 일본을 말하지 말라

김혜원 2025. 9. 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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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닛코 국립공원 트레킹] 센조가하라 습지를 걸으며

[김혜원 기자]

- 이전 기사 수행자 같은 국립공원 짐꾼, '봇카'를 아시나요?에서 이어집니다.

우리가 완전 떠날 때까지 마츠우라 산장 내외가 산장 입구에서 계속 손을 흔들어 배웅해 주었다. 2025년 6월 1일 오제가하라를 떠나 겨우내 폐쇄되었다가 며칠 전에 개방된 도로를 타고 닛코 국립공원으로 달렸다.

초록 초록한 신록과 먼 산의 나목들이 스치듯 지나가고 어느 순간 탄성이 울려 창쪽으로 바라보니 호수가 보였다. 유노코 호수를 끼고 달리니 우리가 숙박할 카메노이 호텔이 보인다. 우리는 여기에 짐을 풀고 유모토 온천에서부터 닛코 국립공원 트레킹을 시작했다.
▲ 유노코 호수 닛코 국립공원의 유노코 호수
ⓒ 김혜원
호수의 입구에 유황 온천수가 품어져 거품이 뽀글뽀글 나오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었다. 습한 지역답게 숲속에는 고사리와 이끼류가 많았다. 이끼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마치 <아바타> 영화에 나오는 신비로운 숲속의 모습 같았다. 1934년에 국립공원이 된 닛코는 2000m 급이 넘는 산들과 주젠지호, 게곤폭포, 류즈폭포 등과 센조가하라 습지 등의 자연 명소를 가지고 있는 이름처럼 눈부시고 화려한 곳이다.
▲ 유타키 폭포 닛코 국립공원의 유타키 폭포
ⓒ 김혜원
어디선가 쏴아아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물줄기가 떨어지는 끝을 찾아 몇 개의 계단을 내려가니 나름 큰 폭포의 아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길이 110m의 유타키폭포이다. 시원하고도 우렁찬 물줄기를 감상하고 아래쪽으로 가니 가슴까지 올라온 방수 바지를 입고 플라이낚시를 하고 있는 분을 여럿 보았다. 폭포 앞에 있는 휴게소에서 굽고 있는 은어가 여기서 나왔구나.
▲ 은어구이 유타키 폭포 휴게소
ⓒ 김혜원
개울을 따라 숲과 덤불이 우겨져 있는 제주도의 곶자왈 같은 곳을 걸으니 일본은 곰이 많은가 보다 여기서도 종이 달린 기둥이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활엽수의 나무 아래에 엄청난 조릿대의 군락이 나타났다. 대나무가 되지 못한 조릿대도 무리를 이루어 자라니 보이지 않은 힘이 아름다움이 되어 장관을 이루었다.
▲ 조릿대 군락 닛코 국립공원의 조릿대 군락
ⓒ 김혜원
우리가 걷고 있는 센조가하라는 해발 1400m에 위치하며 호수였던 곳에 퇴적물이 쌓여 고원 습원 지역이 되었는데 규모는 약 400ha이다. 센조가하라의 명칭도 '전장의 들판'이란 뜻인데 전설에 따르면 신들이 주젠지 호수를 차지하기 위해 난타이산은 거대한 뱀으로 변신하고 아카기산은 지네의 괴물로 변신하여 서로 싸웠다고 한다. 이 전설을 듣던 우리 일행은 분명 아카기산이 졌을 거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왜냐하면 전쟁에 출전하려고 군화 신다가 싸워보지도 못하고 신발이 필요 없는 재빠른 뱀에게 당했다는 것이다. 전설 속 이야기로는 뱀으로 변한 난타이산이 불리해지자 순백의 사슴으로 변신하여 활의 명수인 '오노노 사르발'에게 찾아가 협조를 요청하게 되고, 사르발은 활로 제일 큰 지네를 쏘아 죽이면서 난타이산이 승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 그림 같은 연못 센조가하라의 연못
ⓒ 김혜원
센조가하라의 나뭇길을 걷다가 액자 속의 그림 같은 곳을 만났다. 초록의 이끼들이 떠있는 연못에 싱그런 나무와 배시시 웃고 있는 분홍 꽃들이 물에 드리워져 있었고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서로 달려가 액자 속에 또 하나의 그림이 되었다.,
▲ 나뭇길 센조가하라의 넓은 나뭇길
ⓒ 김혜원
보드라운 연둣빛과 싱그럽다 못해 초록 초록한 모든 푸른 빛깔을 내품고 있는 나뭇길 끝에는 아직도 메마른 광활한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35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있고 다양한 야생 조류가 서식한다고 했는데 몇몇의 사람들이 망원경을 들고 전망대에서 새들을 찾고 있었다. 장대한 자연환경과 쾌적한 따사로움이 주는 너무나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곳이다.
▲ 전망대 쉼터 센조가하라의 쉼터
ⓒ 김혜원
우리는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버려 오다시로가하라까지 가는 것을 포기하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길가의 조그만 음식점에서 메밀국수를 먹었다. 국수 위에 올려주는 유바는 두유를 끓일 때 위에 막이 생기는 것을 걷어서 둘둘 말아서 만든다고 하는데 고소하고 맛있었다.
▲ 메밀국수 유바가 올려진 메밀국수
ⓒ 김혜원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겨워 우리는 20m도 안 되는 정거장까지 1보 전진하고 2보 후퇴하며 걷다가, 야생화 꽃과 함께 사진도 찍다가, 드라마 <도깨비>의 지은탁처럼 민들레 홀씨를 누가 한 번에 다 날리나 하며 내기도 하다 보니 버스가 도착하였다.
▲ 버스를 기다리며 센조가하라 끝난 지점에서
ⓒ 김혜원
카메노이 호텔에 오자마자 대온천탕으로 갔다. 따뜻한 천연 유황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역시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다. 나도 일본 사람들 따라서 수건을 접어서 머리에 얹고 온천욕을 즐겼다. 개운해진 몸으로 유카타를 입고 호텔 뷔페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로 여러 가지 음식이 만들어져 있었다. 닛코의 특별식인 유바뿐만 아니라 유타키호수에서 봤던 은어 구이도 있었다.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려 호텔 앞으로 별구경하러 갔다. 가로등도 없는 곳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니 총총히 빛나는 별빛이 밤하늘에 큐빅 보석을 뿌려놓은 것 같았다. 별이 빛나는 밤이 너무 황홀해서 우리 일행들은 서로를 껴안고 방방 뛰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아름다운 별밤을 핸드폰 카메라가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 호텔은 야밤에 무료로 야식을 준다. 우리는 야식 맛은 봐야지 하며 야식까지 챙겨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6월 2일 짐을 다 챙겨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 약 1200년 전에 처음으로 발견된 유모토 온천의 시원지를 보러 갔다. 나뭇길 끝에 조그만 판자집이 예닐곱 채가 있는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달걀 썩는 냄새가 솔솔 나고 있었다. 수온은 48~79도이고 신경통과 류머티즘, 부인병에 특히 효능이 높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 유모토 온천 시원지 유모토 온천
ⓒ 김혜원
초록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길을 달려 닛코 역에 도착했다. 캐리어를 보관소에 모두 맡기고 일부는 에키벤을 사러 슈퍼로 가고 일부는 시간이 부족하여 동조궁은 보지 못하고 거리 구경을 하였다. 예쁜 공예품 가게와 일본의 특산품을 파는 가게와 음식점도 많았는데 거리가 아름다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변화무쌍한 닛코의 자연환경에 매료되었던 시간이었다. 닛코를 보지 않고는 일본을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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