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하나로 의생활을 바꿔 놓은 사람
[문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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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화밭 산청 단성면 사월리에 남아 있는 목화밭. 600여 년 전 문익점이 심은 씨앗에서 비롯된 생활혁명의 상징이다 |
| ⓒ 문운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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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화 남사 예담촌 어느 카페에 전시되어 있는 목화 |
| ⓒ 문운주 |
어릴 적, 하천 건너편에는 목화밭이 있었다. 여름이면 푸른 잎이 무성하게 자라났다. 가을이면 하얀 솜송이가 톡톡 터져 나왔다. 수확한 목화송이는 마당 가득 널어 햇살에 말렸다. 반짝이는 흰빛은 마치 눈이 내려앉은 듯했다. 그 보송보송한 솜을 얼굴에 붙이며 장난을 치곤 했다.
겨울밤이 되면 방 안에서는 물레가 돌아갔다. 솜은 '드르륵' 소리를 내며 길게 실로 뽑혀 나오고, 실타래는 베틀에 걸려 천으로 짜였다. 그렇게 지은 천과 솜이불은 집안의 보물이자 아이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보장하는 생명줄이었다.
딸을 시집보낼 때면 어른들은 정성껏 만든 솜이불을 혼수에 넣었다. 그것은 단순한 살림살이가 아니라 부모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선물이었다. 포근하고 따뜻하면서도 숨이 잘 통해 답답하지 않았다. 몇 해를 덮어도 그 포근함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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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익점 유허비 작은 씨앗이 한 나라의 의생활을 바꾼 역사의 출발을 전하는 기념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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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짜기 목화시배지 전시관에 설치된 조형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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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익점문익점효자비 모친을 잃은 뒤 묘 옆에 움막을 짓고 지내던 효성이 전해져 세워진 기념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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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자리' 비석 고려 1383년(우왕 9년)에 조정에서 정려를 내리면서 비를 세우고, 마을 이름을 효자리라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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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천서원 조선 세조 7년(1461)에 세워져 정조 11년(1787)에 ‘도천서원’이라는 현판을 받았다. 고종 8년(1871) 서원철폐령으로 철거되었다가 1975년에 삼우사가 세워지며 복원되었다. 서원은 앞쪽에 강당과 동·서재, 뒤쪽에 사당이 있는 전학후묘 구조이며, 내·외삼문과 제사 때 관리들의 숙소로 쓰인 신안사재가 함께 남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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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만나는 목화밭은 한때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여름에는 푸른 잎이, 가을에는 하얀 솜송이가 터져 나와 사라진 기억을 되살린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목화밭은 세대의 기억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마지막은 문익점 생가 복원 예정지다. 아직은 안내 표지만 서 있지만, 복원이 이루어지면 그의 삶의 터전을 직접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건물 복원을 넘어, 후대에 그의 정신을 전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발걸음은 도천서원으로 이어진다. 문익점과 후손들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고즈넉한 마당과 오래된 기와 아래 서 있으니, 목화시배지에서 느낀 생활 혁신의 의미가 학문적 전통과 겹쳐진다. 문익점은 단순히 목화씨를 들여온 사람이 아니라 학문과 도덕을 겸비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그의 묘지는 산자락에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다. 백성들의 생활을 바꾼 인물답게 화려하지 않고 담백한 기품을 지녔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풀꽃이 묘비를 감싸며 고요한 울림을 전한다.
문익점 유허비에서 시작해 전시관, 효자비, 목화밭, 생가 예정지, 도천서원, 그리고 묘지까지 이어지는 이번 탐방은 씨앗 하나가 한 나라의 의생활을 어떻게 바꾸는지 확인하는 길이다. 동시에 효심과 학문, 그리고 민본의 정신을 실천한 한 인물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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