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고수' 조여정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도, 두려움 없앤 방법은..."

장혜령 2025. 9. 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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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살인자 리포트> 조여정 배우

[장혜령 기자]

영화 <살인자 리포트>에서 연쇄 살인마의 독점 인터뷰를 진행한 백선주 역의 조여정과 지나 4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살인자 리포트>는 11명을 죽인 연쇄살인마라 자처하는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이 특종에 목마른 기자 선주(조여정)에게 살인 과정을 고백하는 인터뷰 형식의 영화다.

연쇄살인마의 살인 고백과 농밀한 심리 대결은 마치 <양들의 침묵>을 떠올리게 한다. 밀실의 폐쇄성과 독대라는 피할 수 없는 상황과 만나 긴장감과 압박감을 더해한다. 또한 호텔 스위트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단둘이 대화로 이끌어가는 설정이다 보니 연기 구멍 없는 배우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연극 같다는 느낌도 든다.

배우 조여정은 스스로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인터뷰 내내 "백선주는 도전과제"였다는 말을 강조하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영화 예술 중 연기는 공동체 운명이고 작업이라 파트너의 의존도가 높은 편이에요. 배우 혼자 해낼 수 있는 건 없어요.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감독, 적격으로 캐스팅된 배우, 베테랑 제작진을 믿을 때 깊은 두려움을 해소하게 됩니다."

다음은 배우 조여정과의 일문일답이다.

베테랑 배우에게도 도전같았던 과제
 조여정 배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소니픽쳐스
-<살인자 리포트>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감독님이 오래 쓰신 탄탄한 시나리오였고, 모든 게 준비되어 있었다. 영화 자체의 만듦새는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배우가 러닝타임을 꽉 채울 만큼 연기를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는지가 과제였다. 이상한 겸손이 아니다. 저도 인정할 만한 칭찬은 그대로 받는다. 다만 배우가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면 그건 그 작품에 한정된 거다. 이번 작품도 좋게 봐줄지는 모르는 거다. 배우는 늘 다른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스스로 엄격하고 냉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백선주를 꼭 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던 건가.
"배우가 원하는 캐릭터만 맡는다면 뒤처지는 뻔한 결과다. 시나리오를 읽다 보니 저의 쓰임새와 활용도를 알아차리게 됐다. 호기심이 동반된 도전 의식이 생겼는데, 선주 역할에 믿음이 생기지 않았던 거다. 하지만 저와 달리, 감독님의 믿음이 상당했다. 어떤 면을 보고 나를 선택하는지 궁금해졌다. 저렇게까지 원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제 모습을 만날 확률이 높아질 테고, 희열을 느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버린 거다. 영화는 타임라인대로 촬영했었는데 결국은 무슨 정신으로 연기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흠뻑 빠져들어 몰입할 수 있었다."

-선주는 위기에 몰린 기자다. 모종의 이유로 특종을 따내야 하고, 이혼한 남편과 딸 양육권 문제로 다툼도 있다. 선주 앞에 닥친 상황을 어떻게 해석했나.
"선주를 보면 삶은 녹록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믿었지만 배신당해서 휘청이며 넘어지기도 한다. 프로 기자로서 멋진 인터뷰를 프로답게 끝내는 게 아니라, 본인 삶을 책임지려는데 두고 보지만은 않는 것 같았다. 모든 일이 끝나고 마지막에 호텔방을 걸어 나오는데 '사는 게 다 저렇지' 싶어서 공감했다. 특종을 위해 인터뷰에 응한 게 아니라고는 하나 속마음은 다르다. 아닌 척하는 건 누구나 비슷하기 때문에 선주의 행동이 모순적이라 보지 않았다. 자기 일에 똑 부러지게 몰두하면서도 연애나 결혼, 아이 일에 난관이 있는 건 지극히 인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프로다워 보여도 이혼도 했고, 아이를 잘 키웠다고 생각해도 그 세계까지 다 알지 못하는 것도 너무나 인간적이었다."

-연극 같은 형식과 스릴러라는 장르 특성상 한정된 공간과 배역이 장점이자 단점이었을 것 같다.
"감독님은 다음날 촬영분을 공지했으니, 자세히 외워 오겠거니 생각했을 것 같은데 저랑 성일씨는 버튼 누르면 끝까지 대사를 뱉을 수 있게 통으로 외워 버렸다. 시나리오 자체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사와 상황으로 쓰여 있어서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다. 성일씨는 대사량을 두고 '감독님을 죽이고 싶었다'라고까지 말했는데 (웃음) 그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았다. 성일씨가 곱절은 힘들었을 거다."

-5년 전 드라마 <99억의 여자>에서 남매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정성일 배우와 재회한 소감과 이번 작품의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성일씨가 먼저 캐스팅된 상태였기에 상대방의 믿음을 동력 삼아 나아갈 수 있었다. 인터뷰어 선주가 인터뷰이 영훈에게 어느 순간 리드 당하는 상황, 사이코드라마로의 전환까지도 숨 쉬듯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연결됐다. 상대 배우와 호흡이나 케미가 잘 맞는다는 건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일치할 때인데, 성일씨와는 소통 면에서 결이 맞는 배우임을 느꼈다."

-인터뷰의 마지막에 이르러 선주가 느낀 심정은 어땠을지 상상해 봤나.
"시나리오에 상에 '무너져 내리면서 통곡의 벽 앞에서 오열하는 선주'라고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사실 편집된 장면이 있었다. 호텔에서 나와 귀가한 후 아이를 만나 안아주고 울고 난 후 죄책감에 뒤척이다가 새벽녘 마당에 나와 조는 장면이 있었다. 결국 복도에서 걸어 나와서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가는 선주까지만 나왔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선주 성격상) 충분히 그랬을 것 같다."

-'복수'라는 키워드가 선주와 영훈에게 다른 의미로 쓰였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최종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복수심이 타오를만한 일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영화는 대리 복수의 통쾌함을 주면서도 동시에 결코 그 행위를 옹호하게 두지는 않는다. 고대 희곡부터 다룬 복수라는 감정과 행위 자체를 떠올리게 하는 게 좋으면서도 새로운 형식을 빌려 시도하는 게 이 영화의 미덕이다."

소다팝 챌린지 비하인드
 조여정 배우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소니픽쳐스
-최근 위기의 한국 영화라는 말이 많다. 개봉작 중 <히든 페이스>, <좀비딸>, <살인자 리포트>까지 연이어 얼굴을 비춘 대세 배우로 등극했는데.
"업계는 여전히 남성 서사 위주다. 여성 배우로서 일 년에 영화 한편 하는 게 어렵다. 좋은 기회가 연이어 온다면 감사한 일이고, 매년 영화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늘 오늘이 절정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일이 없다고 낙담하거나 속상해하지는 않는 편이다. 제 필모그래피만 봐도 그렇다. 매사에 당연한 결과는 없다. 누가 떠밀어서 선택한 것도 아니고, 저의 선택이니 힘들다고 누굴 탓하겠나. (웃음) 힘들게 촬영해야 하는 작품은 당연히 힘든 거라 투덜거려서는 안 된다. 제 선택에 책임지고 잘 해낼 때, 끊김 없이 일이 들어오는 게 아닐까 싶다."

-영화 <좀비딸>의 500만 동원 소식은 한국 영화계의 단비 같은 성과다. 300만 공약으로 <케데헌>의 소다팝 챌린지를 했는데 화제가 됐다.
"가끔 온 우주가 도울 때가 있고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게 있다. 다만 작품을 하다 보면 유독 서로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일치할 때가 있는데 <좀비딸>이 그런 경우였던 것 같다. 지금 스코어까지는 감히 예측도 하지 못했고, 손익만이라도 넘겼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소다팝 챌린지를 금방 하게 될지도 몰랐다. (웃음) 당시에 <살인자 리포트> 홍보로 이래저래 바빠서 연습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10분 정도 맞춰 본 거다. 연습할 때는 삐걱거려서 민폐가 되지 않게 뒤로 숨어 있겠다고 공지하고 시작했는데 다들 배우라 그런지 모두 열심히 하는 게 보였다. '슛'하고 시작해 버리니까 모두 눈 돌아가서 하는 게 느껴지더라. (웃음) 평균 나이 40세인 배우들이 모여 언제 또 이런 걸 해보겠나. 저렇게 열심히 할 게 아닌데 아무도 불만 없는 얼굴로 작품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웃음) 부디 <살인자 리포트>도 <좀비딸>이 만든 좋은 기운을 받아 잘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 사람들이 유독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관 나들이도 좋아하잖냐. 그때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살인자 리포트>가 되길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더무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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