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엘리트 민낯, 한덕수·이상민 공소장의 똑같은 '이 문장'
[정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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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탄핵심판정에서 증인으로서 선서 중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왼쪽, 지난 2월 20일)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지난 2월 11일). |
| ⓒ 헌법재판소 제공 |
"(윤석열) 탄핵심판절차에서 비상계엄의 실체가 규명되고 비상계엄 관련자들의 책임소재가 분명하게 밝혀지는 것이 중요했고, 특히 위 탄핵심판 절차에서의 증언 내용이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그대로 공개되고 국민들은 피고인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진실을 말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헌정질서와 국가기능을 회복하고 위와 같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진실된 증언을 할 것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 한덕수·이상민 공소장 중
내란죄 재판을 받게 된 한덕수(우두머리 방조)·이상민(중요임무 종사)의 공소장엔 위 내용이 똑같이 적혀 있다. 국무위원 중에서도 가장 핵심인 이들이 "진실된 증언이 요구되는" 윤석열 탄핵심판정에서 입을 모아 거짓말했다고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검)은 판단한 것이다. 평생을 엘리트로 살아오며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 자리까지 올랐던 두 사람은 이처럼 국가의 사법권을 흔드는 위증 혐의로도 나란히 기소됐다.
서울대 경제학과 및 행정고시 출신의 한 전 총리와 서울대 법대 및 판사 출신의 이 전 장관은 각각 지난 8월 29일, 19일 기소되며 피고인으로서 법정에 서게 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두 사람의 공소장에는, 요직을 꿰차며 엘리트로 살아온 이들의 행적과 비상계엄 국면에서 이들이 보인 내란 방조·가담 행위, 이후 탄핵심판정에서 위증한 혐의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윤석열 탄핵심판정에서 ▲ 비상계엄 당일 계엄 관련 문건을 전달받은 적이 없고 ▲ 대통령이 다른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관련 문건을 전달하는 장면도 보지 못했다고 말한 것을 위증이라고 봤다.
이 전 장관 역시 탄핵심판정에서 ▲ 대통령에게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사실 ▲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를 지시한 사실 ▲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문건을 전달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실과 관련해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을 증언했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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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 ⓒ 이정민 |
특히 한 전 총리가 당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계엄과 관련된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한 것을 위증으로 판단했다.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 ▲ 계엄사령부 포고령 ▲ 비상계엄 관련 지시사항의 문건들을 건네받았다는 것이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이 문건들을 여러 차례 읽어보고 심지어 다른 국무위원과 돌려보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지적했다.
같은 자리에서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이 다른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관련 문건을 전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 또한 허위로 봤다. 특검팀은 공소장에 "계엄 선포문을 윤석열이 피고인(한덕수) 오른쪽 옆자리에 앉은 김용현을 통해 피고인 맞은편에 앉은 이상민과 일부 국무위원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피고인이) 그 자리에 목격했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해 위증했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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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7월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석 전 피의자 심문(영잘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 ⓒ 유성호 |
이 전 장관은 당시 '대통령이나 국방부장관으로부터 언론사 등 특정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에 대한 조처를 구두로라도 지시받은 적 있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어 허석곤 소방청장과의 통화 경위를 묻는 질문에는 "(단전·단수 내용이 적혀있는 쪽지를) 짧게 한 1~2분 머물 때 잠깐 얼핏 보게 된 것"이라며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특검팀은 이를 모두 위증으로 봤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 관련 문건의 내용을 우연히 목격한 것이 아니라 김 전 장관을 통해 윤석열에게 직접 건네받았다고 봤다. 또한 같은 날 오후 11시 37분 경 이 전 장관이 허석곤 소방청장에 직접 전화해 "경찰로부터 위 언론사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 요청이 오면 소방청에서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하며 윤석열의 단전·단수 조치를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한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이 전 장관이 "대통령이 다른 국무위원들에게 비상계엄 문건을 전달하는 장면을 못 봤다"는 취지로 답한 것도 특검팀은 위증으로 봤다. 그러면서 특검팀은 "피고인(이상민)은 한덕수에게는 대국민 담화문을 포함한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조태열(당시 외교부 장관)에게도 '재외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켜라'라는 내용이 기재된 계엄 관련 문건을 전달하는 것을 그 자리에서 목격했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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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8월 6일 전북 부안군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현장에서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 국무총리실 제공 |
국무총리인 피고인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는 대통령의 제1보좌기관이자 최고 수준의 국정통할기능을 수행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대통령의 국정행위가 헌법질서에 부합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당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고, 만약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국정행위를 하는 경우 이를 조장하거나 방치하지 아니할 책무가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경찰청장 및 소방청장을 지휘해 위해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할 책무가 있다. (중략) 이러한 지위로 인해 군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국방부 장관과 함께 대통령에 대한 계엄선포 건의권이 인정되는 유일한 국무위원이다.
두 사람이 내란죄뿐 아니라 위증 혐의로도 재판을 받게 된 상황을 두고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전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는 "민주주의와 헌법을 지키는 주요 직책에 있던 두 사람이 위증했다는 점에서 나라의 근간이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전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도 "수십 년간 장관·총리·판사 등 고위공직자로 살아온 이들이 온 국민 앞에서 죄책감 없이 거짓 증언으로 법적 책임을 은폐했다"며 "이는 내란 책임자들의 처벌과 내란 종식을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를 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전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 역시 "국무총리는 헌법상 대통령을 보좌하고 행정각부를 총괄하는 기관이고,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국무위원으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할 책임자"라며 "계엄을 막아야 이들이 그러기는커녕 가담하고 탄핵심판정에서 위증까지 했기에 죄질은 이중, 삼중으로 무겁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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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11월 5일, 당시 대통령이던 윤석열이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조문한 후 이동하고 있다. |
| ⓒ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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