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난 왜 내시경 안 해주냐"…의사가 꺼낸 뜻밖 연구 결과

80대 이상 초고령 노인이 위암·대장암 검진을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정부 사업인 국가암검진 기준에는 상한 연령이 없다. 위암은 40세 이상이 2년마다 내시경 검진을 받게 돼 있다. 대장암은 50세 이상 1년마다 대변잠혈검사(1차), 내시경(2차) 검사를 받게 돼 있다.
국가암검진 사업은 2002년 도입했는데, 그해 위암, 2004년 대장암 검진을 시작했다. 위암은 40세 이상, 대장암은 50세 이상으로 했는데, 그게 지금까지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다만 검진 주기나 방법은 약간 달라져 왔다.
최근 이 기준을 바꾸자는 전문기관의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환자 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PACEN)'은 지난 6월 "80대 이상 위암·대장암 검진의 효과가 명확하지 않으니 개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검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PACEN의 권고는 김현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교수의 '효과와 비용 효과에 근거한 위암 및 대장암 검진의 최적 연령 제안’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다. PACEN이 이 연구를 지원했다.
김 교수팀은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활용해 75세 이상 위암 검진 수검자 8만6000명과 같은 수의 미수검자, 대장암은 검진 수검자 1만9000명과 같은 수의 미수검자의 사망률을 추적했다.
그 결과, 위암 내시경 검진이 79세까지 사망률을 43%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80세도 사망 억제 효과가 났다. 그 이상에서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대장암도 마찬가지다. 79세까지 내시경 검진이 사망률을 30% 줄였지만 80세 이상에서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PACEN 발표 직후 국립암센터의 국가 대장암 검진 권고안 개정안이 나왔다. 개정안은 대변잠혈검사(Fecal Immunochemical Test, FIT)와 함께 대장 내시경을 주요 검진 방법으로 권고했다.
또 대상 연령을 45~74세로 하자고 제안했다. 시작은 국가암검진 기준보다 다섯 살 먼저 하자는 것이고, 상한은 74세로 못 박았다. 대장 내시경 검진 주기는 10년으로 설정했다. 대변잠혈검사 주기는 1~2년으로 종전과 동일하다.
권고안에서는 "75세 이상에서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기대여명을 고려해 전문가와 상담하여 대장암 검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본인이 원한다고 검진할 게 아니라는 건강 상태나 위험도 등을 전문가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민아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부장은 "전문가 의견을 듣는 게 좋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립암센터는 1일 위암 국가검진 권고안 개정안을 내놨다. '40~74세 이상, 2년 마다, 내시경 검진'이 핵심이다. 국립암센터는 2015년 위암 검진 권고안에서 "75~84세는 이득과 위해의 크기를 비교할 만한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권하지 않았다. 85세 이상은 "사망률이 더 높으니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번 2025년 판 권고안에서는 75세 이상에 대해서는 담지 않았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 위암 국가검진을 받은 80세 이상 초고령 노인은 32만9584명이다. 대장암은 39만5570명이다.
일선 의료 현장에서 90세 전후의 노인이 "왜 내시경 검사를 안 해 주냐"고 항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류근원 대한위암학회 이사장은 1일 위암 검진 권고안 개정안 토론회에서 "90세 노인에게 검진에서 위암이 발견되면 어떡할까. 수술은 가능할지 몰라도 심장·폐도 90세이다(수술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뜻). 항암 치료를 견디기 어렵다. 어떻게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ACEN은 "80대 이상에서는 일률적으로 검진을 권고하기보다 개인의 건강 상태, 기대수명, 암 위험도 등을 고려하여 검진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내시경 검진 여부 판단 과정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정확한 정보를 공유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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