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없어도 괜찮은데... 닭갈비 주문 퇴짜 맞은 사연
9살 아들과 자동차 세계여행을 하다 갑자기 남극세종과학기지 월동대에 선발된 아빠, 2024년 12월부터 약 1년간 남극기지에서 대기과학 연구원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씁니다. <기자말>
[오영식 기자]
- 지난 기사 '세종기지에서 확인한 온난화 징후...빙하 위를 걷다가 어깨가 탈골됐다'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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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덮인 세종기지 기지 유류탱크 너머로 마리안소만 빙하가 보인다 |
| ⓒ 오영식 |
하지만 남극의 동지인 지난 6월 21일을 기점으로 상황은 바뀌었다. 블리자드라 불리는 눈보라가 잦아지더니, 7월부터는 기지 곳곳에 눈이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다. 세종기지는 남위 62도, 남반구 저기압대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발달한 저기압이 주기적으로 지나가며 초속 20m가 넘는 강풍과 함께 눈이 자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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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성레이더 안테나에 붙은 고드름을 제거하는 연구원 |
| ⓒ 오영식 |
마침내 겨울이 되자 기지에 보관하던 채소와 과일, 달걀 재고가 모두 바닥났다. 한국에선 마트만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값싼 식재료지만, 남극에서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사라진다는 건 단순히 식탁 위 재료 몇 가지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누구나 절실히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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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에 빠진 차량 겨울철은 눈이 차 높이보다 깊이 쌓인다 |
| ⓒ 오영식 |
온실이 주는 위안 그리고 한계
세종기지에는 다행히 '세종 온실'이라 불리는 작은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는 상추, 깻잎 같은 잎채소와 고추 같은 작은 열매 채소를 재배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수확해 모든 대원이 고기와 함께 쌈을 싸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양을 수확할 수 있다. 덕분에 세종기지는 다른 기지 대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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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온실 기지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초록색 생명체이다 |
| ⓒ 오영식 |
그마저도 연말까지 18명의 대원이 나눠 먹기에는 양이 넉넉지 않다. 그래서 기지 총무(황의현)는 매주 '대원들의 불만'과 '식품 재고'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맡고 있다.
남극기지는 각자 맡은 분야가 엄격히 구분돼 있어 다른 대원의 업무를 도와줄지언정 침범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누군가 오늘 삼겹살을 먹고 싶다고 해서 창고에서 마음대로 꺼낼 수 없고, 생선을 싫어한다고 해서 생선 요리를 줄여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9개월 가까운 월동 생활이 이어지면서, 우리는 이제 서로의 기호식품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짜장면을 좋아하는 대원은 짜장면이 메뉴로 나오는 날이면, 전날 야근을 하고 아침부터 자고 있다가도 몇 시간 만에 다시 일어나 점심 식사 자리에 빠지지 않는다.
심리적 자원, 음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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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디악에 탄 대원들 칠레 쇄빙선으로 들어온 신선식품을 가지러 가는 길 |
| ⓒ 오영식 |
요리에 문외한인 대원들의 눈에는 채소가 빠진 요리라도 그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기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리에 자부심을 가진 조리 대원에게는 그 요구가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결국 대원들도 그런 사정을 알기에 이내 포기하고, 재료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채 다시 일상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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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레 쇄빙선 이 배를 통해 채소를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었다 |
| ⓒ 오영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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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치국수 두 달여 만에 신선한 계란이 들어간 요리와 과일을 먹었다 |
| ⓒ 오영식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블로그(아들 손잡고 세계여행)와 유튜브 채널(오씨튜브)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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