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판사에게 물었다 "누군가 죽어야만 막을 수 있나요"

신상호 2025. 9. 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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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악플 6만 개 분석 ④] 악성댓글 2차 가해 마주한 유가족들..."온 몸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

10.29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았던 한 생존자는 참혹한 기억의 상처 속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세상을 등졌다. 끝까지 그를 괴롭힌 것은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끊임없이 조롱하고 모욕하던 '악성댓글'이었다. <오마이뉴스>는 참사 이후 지난 3년간, 온라인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을 겨눈 악성댓글 6만건의 실태를 빅데이터 딥러닝 분석으로 추적했다. 참사 직후부터 특별법 제정까지 특정 시기마다 폭증하고 진화를 거듭해온 악성댓글의 잔혹한 기록을 남긴다. <편집자말>

[신상호, 유지영 기자]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인 배우 고 이지한씨 유골함이 안치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한 추모공원에서 어머니 조미은씨가 아들 유골함과 사진이 들어 있는 유리를 어루만지고 있다. (2022년 12월 29일)
ⓒ 권우성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는 이태원참사 악성댓글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던 인물이다. 조씨가 이태원참사 한 달 뒤 KBS에 출연해 '당시 대통령인 윤석열씨가 유가족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였다.

유튜브 영상은 물론, 온라인커뮤니티에도 악성댓글이 달렸다. "부부간첩", "정신나간 헛소리나 씨불인다" 등을 비롯해 온갖 욕설과 모욕성 글들이 조씨를 덮쳤다. 지금은 조씨가 나온 영상에 댓글창이 막혀있으나, 그는 당시 달렸던 댓글 내용들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조씨는 "국가가 구해주지 못 했으니 저는 차라리 제가 거기 가서 아들을 데려왔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저더러 '너는 어디에 있었길래 자식을 못 구했냐'는 말을 하더라"라면서 "정말 죽고 싶었다. '아들을 못 구하는 엄마는 죽어도 마땅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조씨는 "내가 그날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으로 안 그래도 죄 지은 엄마처럼 살고 있는데 나에게 그렇게 말하니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라면서 "판사님에게 누군가가 죽어야 2차 가해를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냐고 물었다. 2차 가해라는 건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라고 전했다.

조씨 가족 중 악성댓글을 처음 본 사람은 다름 아닌 고 이지한씨의 누나인 L씨였다. 조씨는 딸 L씨가 "'엄마가 얘기를 하니까 7천 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더라, 그 중에 악성 댓글도 엄청 많았어'라고 전하더라"면서 "딸이 '엄마, 사람들이 엄마 풀메이크업 했데, 엄마는 간첩이고 북에서 넘어온 사람이래' 라고 했어요. 딸이 제가 충격을 받지 않을 얘기만 말하고 그 이상의 것을 얘기해 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씨는 "딸이 '몇몇 댓글은 온 몸에 피가 거꾸로 솟게 만든다'고 말하더라"면서 눈물을 흘렸다.

"'너네 엄마, 아빠가 그렇게 앞장서면 내가 너네 집 다 찾아갈 거라고, 밤길 조심하라고 했다더라. 딸은 1년이 될 때까지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 비밀번호를 누르는 순간에도 뒤를 살폈다. 2차 가해라는 게 이렇게 사람을 바보스럽게 만들더라. 지한이랑 같은 집에서 가장 살갑게 커온, L도 피해자인데."

그렇게 악성댓글의 표적이 됐던 조씨는 시민분향소 현장에서도 비슷한 말을 듣고는 더이상 버티지 못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차린 분향소 인근에서 극우단체 지지자가 "탤런트 시체팔이 애미새끼"라고 했고, 충격을 받은 조씨는 그 길로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갔다. 고 이지한씨가 탤런트로 활동했다는 점, 그리고 자신이 이씨의 모친이라는 걸 정확히 인지했던 사람의 욕설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유가족도 포기하게 만든 극심한 2차 가해

유가족들이 악성 댓글에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건 위주의 솜방망이 처벌은 결국 의지마저 내려놓게 만들었다. 경찰은 2차 가해를 막겠다면서 참사 직후 사이버대책상황실까지 만들며 인지수사에 나섰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제발 어떻게든 좀 잡아주세요."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고 진세은씨의 아버지인 진정호씨는 기자들을 만나 악성 댓글을 단 이들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진씨는 원래 뉴스 댓글을 많이 읽으면서 여론을 살피는 편이었지만 이태원 참사 관련 악성댓글을 접한 뒤로는 달라졌다.

"이런 댓글이 더 힘들더라. '찔찔찔' 같은 대응할 방법이 없는 댓글이. 대부분 참사 초기에 유가족이 울고 있는 기사 밑에 그런 댓글이 달려있었다. 제가 당사자가 돼서 그 댓글을 읽으니 아프더라, 아니, 아프다는 표현으로 부족하다. 거기에 댓글을 달고 소리를 지르고 표현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악성댓글을 볼 때면 진씨는 심장에 강한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화가 났다고 했다. 유가족 5~6명 정도가 모여서 악성 댓글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도 했지만, 댓글을 몇 개 읽고 나서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대응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진씨는 "몇 번이나 댓글에 댓글을 달고 싶어서 쓰다가 지운 적도 있다. 내가 이런다고 해소가 될까, 이런다고 그 사람이 바뀔까"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에서 악성 댓글 몇 건을 수사해 재판에 넘겼으나 대부분 벌금형 정도로 끝난 것을 본 뒤, 진씨는 "더 이상 댓글을 보는 게 무의미했다"고 말했다. 의지는 더욱 꺾였다.

"아시잖아요. 우리에게는 희생자가 있어요."

진씨는 이태원 참사 159번째 희생자 고 이재현씨를 언급했다. 이씨는 참사 현장에서 친한 친구를 두 명이나 잃었다. 그러다 2022년 12월 1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현씨의 어머니 송해진씨는 아들이 이태원 참사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도 느꼈을 소외감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무너진다. '악성댓글'이 낳은 159번째 희생자의 어머니, 이태원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은 가급적 보지 않는다는 송씨지만, '악성댓글'이 그에게 남긴 상처는 무엇보다 깊고 크다.

"(심리 상담을) 현재는 아닌데 (예전에) 받았던 적은 있어요. 쉽지가 않아요. (상담기관을) 찾아봐야 되는데 그러려면 더 힘을 내서 찾아봐야 돼요. 아직 그 힘이 없어요. 재현이를 보내고 나서 나도 시간이 갈수록 고립감이 들고 힘들어요. 사실 그런 생각을 떨치려고 유가족들이 다른 유가족들을 만나려고 하는 것인데..."

이미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가족을 잃은 사람에게 댓글을 통해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믿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유가족들은 작은 언론사에서 나온 거라도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건 모두 검색해 본다. 댓글도 당연히 보게 된다"면서 "악성 댓글에 노출되다 보면 가족들에게 부지불식간에 영향이 간다. 이태원 참사에 부정적인 인식이 워낙 커서 동네에서 아예 자녀가 참사를 겪었다는 이야기를 안 하는 가족도 계신다"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2차 가해 트라우마 특히 높다"

 지난 2024년 10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2주기 추모식에서 유가족과 참석자가 희생자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태원 참사 유가족 심리 지원을 맡았던 전문가들은 다른 재난에 비해서도 이태원 참사 2차 가해 트라우마가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유가족들이 느끼는 2차 가해에 따른 트라우마는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관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장'을 맡았던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 센터장은 "부정적인 보도나 악성 소문과 같은 2차 가해에 대한 스트레스 요인을 조사해보니 다른 재난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었다"면서 "최초의 트라우마 사건이나 상실 같은 일은 당사자 스스로 회복할 수 있지만, 악성댓글 등으로 일어나는 2차 가해는 세상에 대한 불신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차 가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우리 사회가 2차 가해에 대해 경계하고, 2차 가해로부터 유가족을 보호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게 심 센터장의 제언이다.

이태원 참사 악성댓글 분석, 어떻게 진행했나
<오마이뉴스>는 유튜브 API를 활용해, 이태원 참사 당일인 2022년 10월 29일부터 2025년 6월 10일까지 '이태원 참사'를 다룬 방송 및 언론사 유튜브 영상(중복 채널명 제외하고 총 68개) 929건에 달린 댓글 26만7635개를 수집하고, 자체 개발한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악성댓글을 분류했다. 악성댓글에 대한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자문을 거쳐 모두 4646건의 댓글에 대해 악성 여부를 판단해 학습데이터를 만들었고, 한국어언어모델인 KcELECTRA에 학습시켰다. 최종 댓글 분류에 활용된 딥러닝 모델은 훈련손실값(Train loss) 0.28로 적정 성능을 확보한 모델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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