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심은 배추 모종에게 "잘 자"라고 말하는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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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을 위해 아이와 함께 흙을 다독이며 심는 배추 모종, 하늘의 숨결이 맞닿는 흙과 계절의 순환 이야기 입니다.
주말 농장에 배추 모종을 옮겨 심는 날이다.
그러나 최근 여름이 길어지고 9월에도 섭씨 30도가 넘는 날이 많아지면서 김장 배추 심는 시기도 점점 늦어지고 있다.
오늘 배추밭에서 보듬은 흙은 우리 자신과 지구를 살리는 지혜의 작은 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로리가 좋아하는 백김치 담글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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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을 위해 아이와 함께 흙을 다독이며 심는 배추 모종, 하늘의 숨결이 맞닿는 흙과 계절의 순환 이야기 입니다. <기자말>
[신혜솔 기자]
주말 농장에 배추 모종을 옮겨 심는 날이다. 올봄에 텃밭을 시작했을 때는 상추나 고추 정도만 가꾸리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김장 배추까지 심게 되었다. 원래 김장을 위한 배추 심기는 8월 중순이 알맞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여름이 길어지고 9월에도 섭씨 30도가 넘는 날이 많아지면서 김장 배추 심는 시기도 점점 늦어지고 있다. 기후 변화가 우리의 농사 일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비 예보와 함께한 모종 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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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와 함께 배추 모종을 심는 로리 작은 손길이 흙 속에 새로운 계절을 심고 있다. |
| ⓒ 신혜솔 |
갈퀴가 필요한것 같지는 않은데 갈퀴를 달라고? 흙을 긁으며 놀고 싶은 거겠지 하며 돌아보니 장갑을 낀 로리는 단단히 준비된 모습이었다. 아빠가 호미를 들자 이번엔 호미를 달라며 모종을 흙에 꽂고 다니며 종알거린다.
작은 손으로 흙을 다독이며 "잘 자라야 해"라고 속삭이는 모습이 대견하다. 돌 무렵부터 김치를 잘 먹는 로리가 이제는 스스로 배추를 심고 있다. 로리가 심은 배추가 자라 김치가 되어 식탁에 오른다고 생각하니, 텃밭과 밥상, 아이의 성장과 환경이 모두 이어져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옆 고랑에는 미리 뿌려둔 무싹이 파릇하게 돋아 있었다. 나는 그 옆에 여름 상추를 몇 포기 더 심었다. 한쪽 모서리에 있던 참외 덩굴을 걷어내고 노랗게 익은 참외도 땄다. 그 땅에는 시금치와 갓을 심어 가을 농사 준비를 마무리했다. 고추와 깻잎, 토마토와 가지를 따먹을 수 있었던 땅에 가을을 심으며 겨울을 준비하는 오늘은 어떤 날일까. 지구가 행복한 날이다.
10평 남짓한 밭에 온 가족이 함께 매달린 분주한 오후였다. 하늘은 흐리고 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기온은 여전히 한여름 같아 땀이 줄줄 흘렀다. 그러나 바람 끝에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었다. 파릇한 배추 모종과 무싹은 곧 다가올 계절을 맞이하는 작은 증거가 아닌가.
모기와 씨름하며 마친 김장밭
"할머니, 여기 아야 ! 했어요."
모기가 로리의 이마를 물어 눈썹 위가 부풀어 올랐다. 로리의 울상에 웃음과 안쓰러움이 교차했지만 나 역시 팔 여기저기가 붉게 부풀어 올랐다. 서둘러 정리를 마치고 밭을 둘러보니, 어느새 작은 땅은 김장밭의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줄 지어 선 배추 모종과 뾰족하게 올라온 무싹을 바라보니 마음이 넉넉해진다. 하늘에는 붉게 물든 반달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밭과 밥상, 환경을 잇는 순환을 이야기 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로리는 배추밭을 향해 인사를 한다.
"배추야, 잘 자! 곧 비가 내린대, 그러면 목 마르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나는 백김치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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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을 맞이하는 배추밭 작은 밭에서 환경과 삶의 순환이 시작된다. |
| ⓒ 신혜솔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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