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정치인이 입만 열면 하는 말... 독일 시민들의 위기의식
베를린의 정치 사회 문화적 풍경을 소개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역사적 배경을 살피며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통해 독일 수도의 어제와 오늘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편집자말>
[고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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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에서 열린 2025년 예산안 토론에서 독일대안당(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 ⓒ AP 연합뉴스 |
그녀의 연설은 분노를 극대화하여 사회를 양분하는 선동적 장치로 가득하다. "현 정부는 독일을 증오한다"와 같은 극단적 구호를 반복해 청중을 자극한다. 이는 아돌프 히틀러 연설의 감정 과잉 수사법, 도널드 트럼프의 적대적 수사법과 유사한 전략이다.
복잡한 사회 문제를 '배신한 정치 엘리트 대 선량한 국민'이라는 이분법으로 단순화하고, 위기의식을 과장해 자신과 당을 '구원자'로 내세우는 방식이다. 바이델의 의도는 명백하다. 민주적 토론의 장을 흔들고 체제 불신을 확대하여 AfD를 체제 밖 유일한 대안으로 부각하려는 것이다.
극우당의 정책을 들여다보면 표면적으로는 '작은 사람'의 분노를 대변하는 듯하나 실제로는 기득권층을 옹호하고 사회적 약자를 더 불리하게 만든다. 다문화주의와 다양성을 부정하고, 강한 민족국가를 내세우며, 불만의 화살을 이민자에게 돌린다. 궁극적으로 배타적 국가주의 체제를 세우겠다는 시도다.
그런데도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이들에게 쏠리는 현상을 두고 'AfD 모순'이라 부르기도 한다. 민주주의 제도에 의해 뽑힌 정당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모순된 상황 역시 당시 나치당이 득세한 정황과 일치한다.
지난 7월 9일, 바이델은 현 독일 총리를 거짓말 총리라 몰아세우며 극한 인종차별적, 민족주의적 발언으로 휘몰아갔다. 나치 이후 민족주의적 발언은 독일에서 금기였으나 이제 봇물이 터진 것이다. 바이델은 이민자들이 결국 독일 민족 구성을 완전히 변절시키고 종교전쟁을 초래할 것이라 외쳤다. 의회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명백히 헌법을 어기는 이 발언을 계기로 사회민주당은 AfD 정당 해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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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2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국방부 앞을 독일 의장대 군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
| ⓒ EPA 연합뉴스 |
2024년 사건을 이제야 보도하게 된 배경에는 연방의회 방위위원회에서 국방부에 "신속히 대응책을 내놓으라"고 압박을 가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군대와 경찰 내부에 극우적 사고가 번지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히 알려졌다. 하지만 이처럼 숫자가 매년 증가해 공식 통계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독일 군대와 경찰은 전통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한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계급과 명령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는 '질서'와 '권위'를 긍정하는 정치적 태도와 쉽게 맞닿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난민 유입, 사회 변화, 지역 격차에 대한 불만을 가진 일부가 극우적 세계관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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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6월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알렉산더 광장에서 평화시위대가 "나치는 가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 ⓒ 고정희 |
위에서 언급한 AfD 정당 해산 발의는 바로 여기에 근거한다. 헌법 제9조는 반헌법적 목적을 추구하는 여타의 단체를 금지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제18조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도 그것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데 악용하면 박탈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더 나아가 제20조 4항은 국민에게 "민주주의 질서를 폐지하려는 자에 맞서 저항할 권리"도 부여한다. 과거 나치의 교훈이 오늘날 헌법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셈이다.
그 외 '형법' 제86조와 제86a조는 위헌 단체의 선전물 사용과 상징 표현을 금지한다. 히틀러 경례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나치 상징을 공공연히 사용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다. 또한 형법 제130조는 이른바 민중 선동죄를 규정하고 있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거나 특정 집단(유대인, 무슬림 등)에 대한 증오와 폭력을 선동하는 혐오 발언도 포함한다. 알리스 바이델이 밥 먹듯 하는 일이다.
'결사법'에서도 거들고 있다. 네오나치 조직인 '컴뱃 18'이나 '해머스킨' 같은 극우 폭력 단체들은 결사법에 따라 금지되었다. 그러므로 가입하거나 활동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온라인에서는 '네트워크 집행법'과 2024년 발효된 '디지털서비스법'으로 플랫폼 감시를 강화했다.
연방군의 극단주의적 태도나 행동은 더더욱 허용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설립한 군대로서 국가 주권과 독일의 영토를 지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유지하는 것 역시 연방군의 임무다.
군인뿐 아니라 경찰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게는 '헌법 충실 의무'를 부여한다. 헌법에서 금하고 있는 그 어떤 행위도 직무·복무 의무 위반으로 간주하여 해임이나 파면이 가능하다. 2020년 '군인법'을 개정하여 법적 장치를 과거보다 강화했다. 극우 확산에 대한 경고등이 이미 켜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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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2월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연방의회 앞에 모여 독일대안당(AfD) 정당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
| ⓒ 고정희 |
극우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법적 장치 외에도 다층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2022년 내무부 장관은 '극우주의 대응을 위한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극우의 씨를 말리겠다는 기세를 보였다.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법치국가의 모든 수단을 활용하고자 한다. 우리는 극우주의적 네트워크를 해체하고, 그들의 수입원을 차단하며, 무기를 몰수하고자 한다"며 13개의 핵심 정책을 소개했다. 연방헌법수호청(정보기관)에서는 극우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해 군대, 경찰, 공무원 지원 단계에서 보안 심사를 통해 극우 성향 인물을 걸러내고 있다.
동시에 '민주주의를 살자!'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민간 교육, 학교 교육, 시민사회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유치원에서부터 민주주의 교육과 다문화 교육을 강화하는 프로젝트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지역 단위로 이동식 자문단과 피해자 상담소를 두어 실제 벌어지는 극우 사건에 대처한다. 이처럼 법적 제어, 예방 교육, 피해자 보호가 삼각 축을 이루며 운영된다.
이렇듯 종합 전략이 가동되고 있지만, 분노의 근원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여전히 미봉책에 그칠 것이다. AfD 정당 금지가 과연 옳은 길인가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시작되었는데 국민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린다는 비판의 소리도 들린다. 경제적 분배의 불평등, 연금으로 인한 세대적 불평등과 더불어 건강보험제도도 혁신이 필요한데 평생 두둑한 연금이 보장된 정치가들의 발등이 하나도 가렵지 않기 때문인지 개혁을 미루고만 있다.
얼마 전 베를린의 한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옆에 있던 어느 '작은 사람'이 전화에 대고 떠나가라 고함치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직접민주주의로 가야 해! 아니면 이 나라를 떠날 거야!"
이제 독일은 어디로 가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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