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 같은 국립공원 짐꾼, '봇카'를 아시나요?
[김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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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파초 군락지 오제 습원의 물파초 |
| ⓒ 김혜원 |
그렇게 도착한 산장에서 몸에 좋은 온천물로 피로를 풀었지만 오제 국립공원 온젠소옥의 다다미방은 너무 추웠다. 바닥에 담요를 깔고 두꺼운 이불을 주었지만 온기라고는 1도 없어서 각자의 체온으로 이불 속을 데워야 했다. 오후 9시에 전체 소등한다고 해서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올리고 추워서 말똥말똥한 눈으로 형광등을 쳐다보았으나 시간이 지나도 불이 안 꺼져 우리가 끄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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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제 습원 오제 습원의 나뭇길 |
| ⓒ 김혜원 |
오제 습원은 일본의 자연 보호 운동 발상지이기도 하다. 1903년에 일본 정부가 오제에 수력발전을 위한 댐 건설을 발표하자 당시 일본 자연 보호 운동의 대부인 하라노 조조의 반대 운동이 시작되었다. 그의 사후에는 아들이 댐 반대 운동을 이어갔다고 한다. 마침내 1950년대 댐 건설은 무산되었다. 이후 아들에 이어 손자까지 자연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댐 건설 반대 운동은 쓰레기 되가져 가기 운동 등 자연 보호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그래서 오제에는 쓰레기통이 없다. 또 오제의 자연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 나뭇길(목도)가 설치되었다. 습원의 땅이 훼손되는 것을 줄이고 식생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뭇길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습원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이날 일정은 다른 루트를 통해 숙소인 롯지 마추우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조릿대가 자라는 사이로 나뭇길을 걷고 개울가의 다리를 건너며 마치 지금까지 아무도 걷지 않았던 길을 우리가 걸어가는 것처럼 걸었다. 어느새 습지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여린 듯 올망졸망한 물파초 군락이 시작되었다. 전날부터 계속 보는데도 볼 때마다 아름다웠다. 이 꽃들도 사람처럼 같은 생김새인데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똑같은 모습은 하나도 없다.
화장실을 가느라 잠시 멈춘 도덴소옥 처마 밑에는 제비들이 총총히 집을 지어 놓았다. 그 제비들이 우리에게 기똥찬 인사를 했다. 제비 똥을 맞고 당황한 친구에게 이건 재수 좋은 거라고 앞으로 부자 될 거라고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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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봇카 오제 습원의 봇카 |
| ⓒ 김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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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 야마노하나의 점심 식사 |
| ⓒ 김혜원 |
비가 조금 잦아들자 우리는 방문자 센터를 방문하였다. 천상의 화원답게 여러 야생화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는 비옷을 입고 미끄러운 나뭇길을 걸었다. 수량이 풍부해진 작은 하천을 건너 물에 흠뻑 젖은 나무들과 산들을 바라보며 어제 출발했던 오제의 입구에 도착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따뜻한 온천탕에서 피로를 풀며 산장의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오제 습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멀리 정상에 눈을 이고 있었던 시부츠산과 하우치다케 산의 모습, 나무들이 브로콜리처럼 생긴 산의 모습과 산 아래에 펼쳐진 나목의 자작나무 숲, 습지 따라 점점이 또는 군락처럼 모여 지천으로 피어있던 물파초, 세상과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빛바랜 두 줄의 나뭇길, 그 길을 걸었을 뿐인데 세상 살이에 알게 모르게 찌들었던 나의 영혼이 해독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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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뭇길 오제의 두 줄 나뭇길 |
| ⓒ 김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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