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도 놀란 김주애의 '공개 여행'... 김정일·김정은과 다른 점

김용경 특임교수 2025. 9. 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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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 주목해야 할 북한 후계구도 시사점... 어떤 메시지 담고 있나

[김용경 특임교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현지시간 오후 4시 중국 수도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딸 주애(붉은 원), 조용원·김덕훈 당 비서, 최선희 외무상 등이 동행했다. 2025.9.2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동북아시아에 세계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된 대상은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이다. 그러나 이번 무대의 또 다른 주인공은 단연 13세, 초등학교 6학년으로 추정되는 김주애다.

[한국 언론] 김정은 단독 3개 vs. 김정은+김주애 11개

3일 발간된 한국 주요 신문 14개의 1면을 살펴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단독 사진을 게재한 언론은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파이낸셜뉴스> 3곳에 불과했다. 반면 김정은과 딸 김주애가 함께 찍힌 사진은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등 11개 매체의 1면을 장식했다.

국제언론도 주목했다. CNN은 3일자 기사에서 '김정은의 딸이 북한 밖에서 처음으로 공개 여행을 했다. 그녀는 왜 베이징에 있을까?(Kim Jong Un's daughter has made her first public trip outside North Korea. Why is she in Beijing?)'라는 제목을 달았다.

김일성 이후 북한 지도자의 중국 방문은 대개 후계구도와 연관된다. 먼저 북한 2세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의 의미를 간략히 보자.

[김정일 방중] 공식 후계자의 등장

김정일(1942~2011)은 1974년 당 중앙위 정치위원에 오르며 사실상 후계자로 확정됐다. 1980년 10월 20일, 조선노동당 제6차 당대회에서는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으로 선출되며 공식 후계자임을 내외에 천명했다.

1981년부터는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로 불리며 권위가 강화됐다. 김정일은 1994년 사망한 김일성으로부터 물려받은 권력을 2011년 사망하기까지 17년간 휘두른 뒤 아들 김정은에게 승계하며 '3대 부자세습체제'의 중심 축 역할을 수행했다.

김정일은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된 지 9년 만인 1983년에 중국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해 덩샤오핑 등 중국 최고지도자들과 직접 면담하며 국제사회에 자신의 후계자 지위를 과시했다. 중국의 퍼스트레이디인 펑리위안 여사가 북한 영화인 <꽃파는 처녀>의 주제가를 조선어(북한말)로 부르며 김정일을 환영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외에도 김정일은 생전에 8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당시 중국의 주석과 총리를 비롯한 상무위원 전원 지도자들이 모두 도열해 악수를 나누는 의전을 받기도 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북한을 선택할 정도로, 북한과 김정일의 위상이 북중 관계 역사상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그의 중국 방문은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고난의 행군이나 북핵 위기와 같은 국면 속에서도 김정일이 실질적으로 북한을 책임지는 지도자임을 세계에 공표하는 '신고식'과 같은 성격을 지녔다.

[김정은 방중] 비밀스러운 후계자의 등장

2010년 9월, 북한은 제3차 조선로동당대표자회의를 열어 28세에 불과했던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3대 세습 후계 구도를 공식화했다.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1년 5월, 부친 김정일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 방문은 국내외 언론이 김정은의 동행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할 만큼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졌다. 당시 중국 방문은 외부에 공개적으로 후계자를 알리기보다는 중국 지도부에게 차세대 지도자임을 은밀히 각인시키는 목적이 컸다.

김정은은 부친의 권력 기반 위에서 중국 지도부와 관계를 형성하며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러한 비공개 방문은 그의 권력 승계가 아직 불안정하고 신중한 상황에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통해 3세대 김정은이 2세대 김정일로부터 권력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 얼마나 전략적으로 움직였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비밀리에 진행된 김정일, 김정은의 중국 방문과 비교하면 4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김주애의 중국 방문은 시작부터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김주애 방중] 미래 상징? 서두른 승계?

"지도자의 미스터리한 딸(the leader's mysterious daughter)."

김주애가 지금 전 세계가 지켜보는 중국 전승절 행사 무대에 등장한 것은 파격적이다. 2022년 화성-17형 발사 참관 사진 공개 이후 3년 만의 공식 등장이다. 이번 전승절을 참여한 전 세계 수많은 정상들 가운데 자녀를 동반한 사례는 북한이 유일하다.

행보는 공개됐지만 속내는 여전히 커튼 뒤에 가려져 있다. 이번 방문을 두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일부는 이를 김정은 건강 이상설과 연계해 후계 구도를 서둘러 안정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북한은 '주체사상'을 강조하는 체제이지만, 이번 공개 등장은 중국의 '윤허'를 받는 형식이 아니라도 대내외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북한이 김주애를 공식 후계자로 발표한 적은 없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그녀를 미래 세대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로 내세운 것으로 해석한다. 과거 김정은은 김정일과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북한 내부에서 차세대 최고지도자로서의 자격을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으로 추정되는 미성년자 김주애는 북한의 공식적인 후계자가 아니다. 김여정 당 부부장,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 인물이 존재하는 만큼, 김주애의 역할은 현재로서는 상징적 의미에 국한된다고 볼 수 있다.

북한 후계 전략과 북중 관계의 변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했다. 2025.9.3
ⓒ 연합뉴스
북한의 2세대 김정일이 냉전 시기라는 환경 속에서 확고한 위상으로 북중 관계에서 북한의 지도자로 인정받았고, 3세대 김정은이 비밀리에 후계자로서 중국에 등장했다면, 4세대가 될지 모르는 김주애는 아직 공식 지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국제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과거 2세대와 3세대와는 다른 북한 내부 권력 승계 방식의 변화와, 북중 관계의 복잡한 역학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번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는 김정은에게 양자 외교가 아닌 다자무대의 첫 '커밍아웃'이다. 또한 후계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김주애와의 공개적 동행은 북한이 후계 구도와 권력 세습 전략을 국제사회에 은근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미래 세대를 상징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북한 김정일의 중국 방문에 대해 북한 국내 언론에서 과거 시차를 두고 보도한 것과 달리, 북한은 현재 김정은 위원장의 동선을 시시각각 보도하고 있다. 함께 움직이는 김주애 역시 부득불 함께 부각되기 마련이다. 김주애가 김정은에 이어 진정으로 북한의 4세대 '후계자'로 성장할지, 아니면 단순히 '미래 세대의 상징'으로 남을지는 향후 북한의 정치적 움직임과 국제 외교 속에서 명확해질 전망이다.

과거 김정일과 김정은의 중국 방문과 비교하면, 김주애 동행은 후계 공개 방식과 국제적 메시지 전달 방법에서 새로운 패턴을 형성하는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정은과 김주애 부녀(父女)가 국제 다자무대에 등장한 이번 사건은 북한 후계 체제의 변화, 김정은 권력 기반의 강화, 그리고 북중 관계의 미묘한 균형을 동시에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중국 칭화대 박사, 건양대 특임교수, 국회 한중의원연맹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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