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이루어진 이행기 정의
[여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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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문서센터 외관 : 킬링필드 자료 수집과 보존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
| ⓒ 여경수 |
내가 왕후 도서관에서 캄보디아 관련 책자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으니, 왕후 도서관의 관리 책임자로 보이는 분이 다가와 내 국적을 물었다. 나는 그에게 우리나라도 '이행기 정의(쉽게 말해 진상규명)'와 관련된 국가범죄가 발생한 적이 있으며, 지금도 이행기 정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킬링필드'는 주로 1984년작 동명의 영화로 널리 알려졌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단체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반공 영화로 소개되었지만, 훗날 다시 본 이 영화는 오히려 론 놀 정권의 무능과 그 배후에 있는 미국 외교 정책의 실패를 지적하는 반전 영화에 가까웠다.
냉전과 체제 전환
냉전이 가장 치열했던 시기, 캄보디아는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1970년 3월, 미국의 지원을 받은 론 놀의 쿠데타로 시아누크 세력이 축출되고, 캄보디아에서는 최초로 공화국이 수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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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킬링필드 시기를 찍은 사진들 : 캄보디아특별재판소 전시실에서 찍은 사진 |
| ⓒ 여경수 |
킬링필드라는 참혹한 경험은 캄보디아 헌정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1947년 입헌군주제로 시작된 근대 헌정 질서는 1970년 공화국으로 바뀌었고, 1975년 크메르 루주 집권 이후 1976년 1월 '캄보디아 민주헌법'이 제정되어 국명을 '민주 캄푸치아'로 개칭했지만, 실제로는 헌정 질서 자체가 붕괴되었다.
1978년 12월 베트남의 침공으로 크메르 루주 정권이 붕괴된 이후에도 책임자 처벌이나 진실 규명은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못했다. 냉전 구조 속에서 크메르 루주가 국제연합에서 캄보디아 대표권을 유지하는 기형적 상황이 1990년대 초까지 지속되었다.
이행기 정의의 실현
1991년 파리 평화협정이 체결되며 유엔과도기구가 만들어졌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바탕으로 캄보디아는 점차 이행기 정의를 위한 절차를 밟아나갔다. 그 결과로 캄보디아 특별재판소(Extraordinary Chambers in the Courts of Cambodia, ECCC)가 설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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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특별재판소 외관 : 이행기 정의의 기록과 교육을 담당하는 공간이다. |
| ⓒ 여경수 |
특히 2층에는 특별재판소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도서관 안내 장소에서 관련 정보를 요청하면 해설을 받을 수 있다. 해설사는 나에게 캄보디아 특별재판소가 이룩한 성과를 설명하며, 앞으로도 캄보디아 학생들이 과거를 거울삼아 평화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연히 내가 방문한 날에는 특별재판소에서 특강이 예정되어 있었다. 나는 간단히 점심을 먹고 13시에 시작한 강의를 들었다. 주제는 국제인권법상 환경권 보장이었다. 강연자는 이곳에서 인턴으로 재직하는 청년이었으며, 강의 내용과 영어 발음이 유창했다. 이곳에서는 이행기 정의뿐 아니라 국제인권법과 같은 보편적인 인권 보장에 관한 자료도 전시되고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행기 정의의 실천은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을 준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남영동에 있는 민주인권기념관 등 이행기 정의를 상징하는 장소들이 있지만, 국가범죄의 가해자를 정확히 기록한 공간은 거의 없다.
※ 다음 편에서는 베트남의 개입 아래 성립된 1981년 사회주의 헌법과 캄보디아-베트남 우호탑을 통해 외세 개입과 주권의 문제를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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