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6천만 톤의 물이 있다

유명재 2025. 9. 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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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인근의 도암댐에는 3천만 톤, 강릉 하수처리장 방류 연간 3천만 톤

[유명재 기자]

 심한 가뭄으로 제한급수에 들어간 강원 강릉지역에 아쉬운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8월 26일 현재 강릉시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6.8%로 역대 최저치다.
ⓒ 연합뉴스
이제 속담을 고칠 때도 된 것 같다. 소를 잃기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철옹성 같이 만연된 무사안일주의는 정말이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어쩌면 소를 잃어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할 수도 있다. <문화일보> 2005년 7월 5일 자 보도에 따르면,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태풍 '매미'와 '루사'로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강릉지역의 홍수조절과 용수공급 확대를 위해 기존 댐을 허물고 더 크고 튼튼한 댐을 짓는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었다. 소를 잃었으니 외양간을 고치고자 한 것이다.

2002년 여름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강릉이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터라 댐 재개발을 주민들이 반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댐 상류인 왕산면 주민들은 "댐을 재개발할 경우 30가구가 수몰될 것이며, 가옥이 수몰되지 않는 가구도 농경지를 잃게 되고 각종 규제가 생기면서 생계가 막막해져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결국 강릉시와 강원도는 오봉댐 재개발을 반대했고 무산되었다.

방치된 도암댐

2025년 9월 2일 자 <이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환경정책협의회는 강릉의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도암댐을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을 냈다. 도암댐은 태백산맥 너머 강릉수력발전소에 물을 보내기 위해 1991년 건설된 다목적 댐이다. 강릉에서 20km 남짓 떨어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어 접근성도 용이하다. 저수량이 3000만 톤에 이르러, 도암댐을 활용하면 강릉 시민 전체가 1년 6개월 동안 물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하지만 강릉 시민들은 도암댐을 활용하자는 주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규모 고랭지 채소밭이나 축산단지, 리조트 등에서 오염된 물이 평창의 하천을 통해 도암댐에 모여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암댐은 2001년 오폐수로 수질이 나빠져 가동이 중단된 이후 20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22일 강원 평창군 도암댐을 찾아 시설과 수질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2025.8.22 [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2025년 8월 28일 자 <노컷뉴스>에 따르면, 상수원 고갈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강릉 남대천 하류의 물을 하루 1만 톤씩 오봉저수지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강릉 남대천은 해마다 물고기가 폐사해 둥둥 떠오르는 그다지 깨끗한 하천이 아니다. 그리고 오봉저수지에서 흘러내려갈 물인데, 오봉저수지 바닥을 드러내면 남대천도 물이 없는 상태가 아닐까? 논의 자체가 이상하다.

기후위기는 이미 일상이 되었다. 국지적으로 폭우가 내리면 홍수가 날 것이고 가뭄이 들면 지금 강릉처럼 단수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비단 강릉에서만이 아닐 것이다. 생활용수와 농업용수에 공업용수까지 담당하는 대부분의 저수지는 물그릇으로 작다. 고작 몇 개월의 가뭄에도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기후위기로 체감되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물 부족 현상이다.

물이 그래서 아껴지겠나, 턱없이 싼데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야! 당연한 거야! 뭐 삼면이 바다인데 해수담수화하면 되지 뭐! 아냐, 아냐! 물을 아껴 써야지! 그러나 상하수도 원가에도 못 미치는 요금 체계부터 이상한 나라다. 물이 그래서 아껴지겠나? 물이 턱없이 싼데? 어느 지역 공업용수는 톤당 220원 하는 곳도 있다. 그것도 '무려' 10% 20원을 인상해서 2025년에 220원이다. 하수도요금은 난리도 아니다. 원가가 3,149.3원인데 요금은 280.9원인 곳도 있다. 우리나라 상하수도 요금이 싼 것은 그냥 물값을 싸게 받고 다른 재정으로 보전하기 때문이다. 결국 세금으로 메우는 거다. 2023년도 환경부 하수도통계에 따르면 전국 하수도원가는 1,487.5원/톤이고 하수도요금은 664.4원/톤으로 44.7%만 받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도, 물 스트레스 국가도 아닌, 물 낭비 국가다.

2023년 환경부 하수도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공하수처리 방류수의 물 재이용률은 15.1%에 달한다. 총 공공하수처리량은 연간 7,537,151,200톤이며, 물 재이용량은 1,137,538,500톤으로 상당한 양이다. 물의 재이용 촉진법에서 10%를 의무화했는데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이러한 '통계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자, 내용을 뜯어보자. 물 재이용수는 장내용수와 장외용수로 나뉘고 장내용수는 490,029,900톤/년이며 647,508,600톤/년이다. 장내용수는 하수처리장 내에서 사용하는 물로써 세척수, 냉각수, 청소수, 조경용수, 희석용수, 장내중수도 등으로 실질적인 재이용으로 보기 어렵다. 장외용수는 청소용수, 살수용수, 조경용수, 친수용수, 하천유지용수, 농업용수, 지하수충전 및 공업용수 등으로 하수처리장 밖으로 공급하여 사용하는 용수로써, 환경부의 물 재이용 기본계획에서도 특히 공업용수의 비중을 2030년까지 5%까지 높이려는 게 정책 방향이다. 2023년 기준 공업용수의 재이용은 128,053,000톤/년으로 1.7%가 안 되는 수준이다. 장외용수 중 대부분은 하천유지용수로써 이 또한 실질적인 물 재이용인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으로 하천유지용수가 필요한 청계천은 매년 수백 억을 들여 수돗물을 흘리고 있으니 말이다. 물 재이용이 실질적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수자원이 없지는 않다

다시 강릉으로 돌아와 보자. 강원도는 물 재이용률이 8.5%에 불과하다. 강릉은 13.7%로 괜찮아 보이지만 통계의 함정이다. 강릉은 물 재이용 중 장외용수는 제로다. 모두 장내용수이며 특히 세척수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국 세척수의 비율은 총 하수처리량 대비 6.5%에 불과한데 강릉은 14%에 육박한다. 결국 하수처리장 운영관리에 필요한 물로써 활용될 뿐 장외용수로는 전혀 이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세척수가 많이 필요한지는 여기서 따지지 않기로 하자.
 2일 오후 강원 강릉시 외곽의 한 하천에서 전국에서 지원하러 온 살수차들이 오봉저수지에 투입할 물을 취수하고 있다. 2025.9.2
ⓒ 연합뉴스
강릉의 하수도원가는 2,350원/톤이며 하수도요금은 967.7원/톤이다. 앞서 소개한 전국 평균보다 다소 높다. 비싸게 처리한 만큼 귀중한 담수자원이다. 싱가포르에서는 하수처리 방류수를 재처리해서 생수병에 담아서 팔 정도의 물 재이용 사업(NeWater)을 추진한다. 물이 귀하고 또 귀한 줄 알고 있으며 엄청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강릉은 도암댐의 물을 오봉저수지로 받을 수도 있다. 하수처리 방류수를 다시 오봉저수지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 당연히 엄격한 재처리를 통해서 가능한 일인데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하수처리 방류수를 구미, 포항, 여수, 청주 등지에서는 역삼투 분리막 처리까지 해서 공업용수로 활용하고 있거나 곧 그렇게 할 것이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도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삼성전자에 하수처리 방류수를 제공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반도체 공장의 용수는 상수도와는 비교도 안되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즉, 수자원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길게 이어지는 가뭄에 강릉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것이 가뭄에 의한 천재지변인지 미래를 준비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이미 소는 잃었지만 이제라도 외양간을 고칠 것인가 아니면 더 많은 소를 잃기 전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인가 정부에 바통이 쥐어졌다. 도암댐에는 3,000만 톤이 있고, 강릉하수처리장은 연간 3,000만 톤을 방류하고 있다. 제발이지 해수담수화 하겠다는 소리는 듣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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