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부른 '더 센 파업'…"노조 200억 배상" 판결마저 부정

김기환 2025. 9. 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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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노조가 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 노동조합이 3일부터 사흘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파업이다. 노조는 임금·상여금 인상 외에 정년 연장(최장 64세), 주 4.5일제 도입도 요구했다. 이재명 정부가 공약한 친(親)노동 정책과 맞닿아 있다. 재계는 현대차가 상징하는 대기업 노조의 하투(夏鬪)가 한층 거세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올해는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하청 노조까지 쟁의가 번지는 모양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노조 쟁의가 하투를 넘어 추투(秋鬪)로 길어지고 있다. 노사의 입장 차가 큰 데다, 하투로 성과를 내지 못한 노조가 추석을 앞둔 가을까지 압박을 이어가며 협상력을 높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마그마처럼 눌러왔던 노조의 요구가 현 정부 출범, 특히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를 계기로 수면 위로 분출하고 있다”며 “노조 쟁의의 주체와 내용, 강도가 모두 강성으로 진화했다”고 진단했다.

김주원 기자


추투 주체부터 하청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현대제철 비정규직(하청) 노조는 지난달 27일 전·현직 현대제철 대표는 물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까지 “부당 노동행위를 했다”며 고소했다. 현대제철이 직접 고용을 피하기 위해 자회사를 만들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하청이 원청을 대상으로 고소한 첫 사례다.

네이버는 본사 노조와 손자회사 6곳 노조가 연합해 지난달 11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 성남시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모기업 네이버가 임금·복지·인력 운영 등에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행사해왔다”며 네이버에 책임을 물었다. 중앙일보가 최근 재계 10대 그룹(농협 제외)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SK·현대차·LG·롯데·포스코·HD현대·한화·신세계 등 GS를 제외한 9곳에서 최근까지 주요 계열사 하청 노조가 고용·임금·근로조건 등에 대해 원청 대기업에 해결을 요구하는 내용의 시위를 벌이거나 소송을 내는 등 단체행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8월 20일자 4면 참조〉

추투 내용도 달라졌다.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 등 노사 협상의 단골 주제뿐 아니라 현 정부 공약인 정년 연장, 주 4.5일제 도입도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현대차뿐 아니라 포스코·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노조도 정년 연장을 임단협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2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HD현대그룹 조선 3사 노조는 계열사 합병에 반발해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맹 부분파업 중이다. HD현대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조선 합병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조치다. 기존 노조법에 따르면 교섭·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SK에코플랜트가 건설 중인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에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을 고용하라고 요구 중이다. 집회 장소로 건설 현장이나 SK에코플랜트 본사가 아닌 서울 서린동 SK그룹 본사를 택했다.

추투 강도도 한층 세졌다. 노조의 과거 불법 파업에 대한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5건)마저 무력화하려고 시도한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현대차를 상대로 “200억원 규모의 노조 손배 판결 문제를 여전히 풀지 않고 있다”며 해결을 요구했다. 현대차로선 노조 압박에 밀려 배상액을 깎아줬다가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어 부담이다.

노조의 성과급 요구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노조와 줄다리기 끝에 영업이익 10%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직원 1인당 1억원 수준이다. 그러자 실적이 부진한 삼성전자 노조도 성과급 문제를 쟁점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계열사 5곳으로 이뤄진 초기업노조는 지난 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경영진에게 공문을 보내 성과급 지급 기준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장은 “시행까지 6개월 남은 노란봉투법을 보완해야 기업의 부담을 덜 수 있다”며 “노조의 주요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고, 파업 시 대체 근로를 허용하는 등 기업에 최소한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옥죄기’만 보이고 기업 ‘기 살리기’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과 노동 둘 다 중요하다’는 대통령의 언급을 실천해야 한다”며 “노동 정책의 추진 속도를 조절하고, 경제형벌 개선 등 눈에 보이는 친기업 정책을 속도감 있게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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