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초래한 '범죄'... 우리가 이 파국을 멈추려면
[Eperjesi John Richard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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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28일 오후 2시 1분께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인 조야동 민가까지 확산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과학 소설은 우리 시대의 리얼리즘이다."
- 킴 스탠리 로빈슨
2025년, 인도에 종말 같은 폭염이 닥친다. 전국의 전력망이 마비되어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 미국인 구호활동가 프랭크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기온 속에서 사람들을 살리려 애쓴다.
그러나 사람들이 피신해 있는 병원으로 발전기를 옮기던 프랭크는 강도와 맞닥뜨린다. 강도는 총을 겨누며 이렇게 말한다. "이건 네 책임이야." 강도는 이번 폭염으로 인한 사망의 책임을 프랭크에게, 더 나아가 기후 변화를 부정하며 낭비적인 삶을 살아온 미국인과, 기후 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글로벌 노스(북반구 선진국)' 전체에 묻는다.
이 충격적인 장면으로 킴 스탠리 로빈슨의 SF 소설 <미래부>는 시작한다. 작품은 자본주의, 식민주의, 그리고 기후 붕괴가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내며, 지구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이야기한다. 인간과 비인간을 포함해 미래 세대 모두가 기후 정의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다.
이 책은 2020년 출간 직후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나 <1984>와 마찬가지로, 문학 전공자나 SF 소설 애호가뿐 아니라 활동가, 경제학자, 국제 연합, 버락 오바마, 기후 과학자, 그리고 수많은 일반 독자들까지 모두 이 책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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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18년 홍콩 컨퍼런스에서, 필자(왼쪽)와 킴 스탠리 로빈슨(오른쪽) 작가의 모습. |
| ⓒ 존 에퍼제시 |
"이번 위기는 서구 경제, 그리고 그 경제를 지배하는 기업과 엘리트들에게 압도적인 책임이 있다. 기후 붕괴를 초래한 초과 배출량의 90% 이상이 이들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러나 가혹하게도 그 피해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 가장 무겁게 전가된다. … 기후 위기는 여전히 식민주의가 그어놓은 경계선 위에서 전개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사우스가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농촌 지역이 기후 재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3월과 5월 초, 중·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32명이 숨지고 약 1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동아일보> 보도 등에 따르면, 올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8월 6일까지 전국에서 34명이 숨졌다. 8월 18일 기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23명에 달한다. 미국애리조나의 한 카운티에서는 올여름만 폭염으로 4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더 이상 자연재해가 아니라, 기후 위기가 초래한 범죄 현장이다.
제프 구델은 저서 <폭염 살인>에서 머지않아 화석연료 기업들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닥칠 모든 홍수와 폭염과 같은 기후 재난으로 인한 사망, 재산 피해, 경제적 손실"에 대해 소송을 당할 것이라 전망한다. 산불과 홍수, 그리고 이번 폭염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법정에 서서 화석연료 기업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이렇게 외치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건 당신들 잘못이야."
그럼에도 <미래부>는 단순한 파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희망을 그려내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불타는 행성 위에서 살아가야 할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국제연합에서부터 직접 행동, 탈성장에서 재야생화, 기후공학에서 환경인문학에 이르기까지, 지구를 식힐 다양한 전략들을 하나로 모아낸다.
만병통치약은 없다. 로빈슨이 자주 말하듯, 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9월 말 서울에서는, 927 기후정의 집회에서 그 말처럼 모두의 발걸음이 거리 위에 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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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기후위기 비상행동 현장 사진. |
| ⓒ Eperjesi John Richar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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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기후위기 비상행동 현장 사진. |
| ⓒ Eperjesi John Richard |
킴 스탠리 로빈슨의 <미래부> 한국어판은 2026년 봄, 철학 출판사 필로소픽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번역: 김서지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존 에퍼제시(John R. EPERJESI) 시민기자는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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