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이 살인범이라면? 낯설고 잔혹한 9월 신작 2

가족은 언제나 우리를 지켜주는 울타리일까요? 9월, 우리를 찾아오는 두 편의 작품은 가장 가까운 이가 드러내는 가장 낯선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부모와 자식, 그 사이에 스며든 죽음과 비밀을 파헤치는 SBS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과 영화 〈얼굴〉이 기대되는 이유.
엄마가 살인자일 때 –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섬칫하고 청신한 고현정

이번 작품에서 고현정은 그야말로 카멜레온 같은 얼굴을 보여줍니다. 붉은 핏방울이 튄 살인마의 모습, 수감표를 단 죄수의 기괴한 미소, 그러면서도 청신한 얼굴과 한없이 차갑고 우아한 자태까지. 대조적인 이미지가 신마다 교차하는 순간 시청자는 정이신이라는 캐릭터의 정체를 더욱 의심하게 됩니다. 또 장기간 수감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화장을 최소화했고, 검버섯과 주름 분장을 더했습니다. “시청자가 캐릭터를 믿기보다,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들고 싶었다”라는 고현정 배우의 말처럼 덕분에 보는 내내 “이 사람이 정말 같은 인물일까?”라는 불안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이게 '팀'이구나

〈사마귀〉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케미인데요. 〈화차〉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등 감각적 연출을 입증한 변영주 감독은 이번에도 사건의 궤적을 집요하게 따라가면서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했습니다. 여기에 영화 〈서울의 봄〉으로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이영종 작가가 힘을 합쳤죠. 반전과 서스펜스를 정교하게 배치하는 그의 장르적 필력은 이미 검증된 바. 고현정은 인스타그램에 “이게 팀이구나”라고 느낀다며 〈사마귀〉 팀의 돈독함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40년 간 봉인된 어머니의 죽음 – 〈얼굴〉

'연니버스(Yeonniverse)'의 원형

그래픽 노블 〈얼굴〉은 ‘연니버스’라 불리는 연상호 세계관의 원형 같은 작품입니다. 〈부산행〉, 〈지옥〉, 〈돼지의 왕〉 등에서 다뤘던 인간 내면의 고통, 사회적 폭력, 도덕적 모호성 같은 문제의식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어요. 이야기의 중심에는 ‘못 생겼다’는 이유로 평생 따돌림을 당하고 기록에서도 지워진 여성, 정영희가 있습니다. 그의 얼굴은 사진 한 장 없이 개발 현장에서 발견된 유골으로 남아 있죠. 영화 속에서 얼굴은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 사회가 지워온 존재 전체를 상징하게 됩니다. 관객들이 맞닥뜨릴 질문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얼굴을 기억하고, 어떤 얼굴을 지워왔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물음이죠.
제작비 2억 원, 의리로 뭉친 저예산 영화

영화는 전각 장인과 그의 아들, 겉보기에는 성공 신화를 쓴 듯 보이는 가족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신시가지 개발 현장에서 한 여성의 유골이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흔들리죠. 아들 임동환(박정민)과 다큐멘터리 PD 김수진(한지현)은 30년 전 세상을 떠난 정영희(신현빈)의 흔적을 추적합니다. 하지만 기록 속 영희는 끝내 ‘괴물’로만 남아 있습니다. 권해효는 과거의 비밀을 품은 인물로 무게감을 더하고, 한지현은 사건의 열쇠를 쥔 다큐멘터리 PD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요. 다층적 서사는 배우들의 호흡을 통해 입체적으로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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