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퍼.1st] "이적시장 고장 났다" 파업하면 이적, 절차 준수하면 무산?… 제도적 장치 필요하다

김진혁 기자 2025. 9. 3. 09:4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알렉산데르 이사크(리버풀). 리버풀 인스타그램 캡처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유독 소속팀과 갈등을 겪는 선수들이 많았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일방적으로 이적 요청 후 파업에 들어간 선수들은 모두 새 둥지를 찾았고, 절차를 준수하며 기다린 선수는 결국 이적이 무산됐다.


3일(한국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적시장은 고장 났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이 역대 기록을 모두 깨뜨린다 해도 그렇다. 사실상 통제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선수가 이적을 강요하기 위해 사실상 파업을 하고, '신사협정'을 두고 분쟁이 일어난다. 과연 제대로 된 운영일까"라고 보도했다.


'이적 요청 떼쓰기'가 축구계의 불쾌한 유행으로 번졌다. 이적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선수들이 타 구단의 러브콜을 받자 원소속팀과 분쟁을 겪는 사례가 잦았다. 대표적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내 이적한 알렉산데르 이사크와 요안 위사가 있다. 두 선수 모두 지난 시즌 문제 없이 소속팀과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타 구단이 본인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자 이들은 순식간에 돌변했다.


요안 위사(뉴캐슬유나이티드). 뉴캐슬 인스타그램 캡처

두 선수 모두 전 소속팀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 이사크는 뉴캐슬유나이티드의 주포다. 지난 시즌 모든 대회 27골 6도움을 올렸다. 그러나 구단 비전에 불만을 품은 이사크는 프리시즌 일정을 앞두고 돌연 이적을 요청했다. 게다가 리버풀 러브콜 소식을 접하자 이사크는 선 넘는 행동으로 구단과 척을 졌다. 훈련 불참, 경기 출전 거부 등 프로의식이 의심되는 결정을 마치 정당한 조치인 것처럼 서슴없이 행했다. 위사도 마찬가지다. 위사 역시 뉴캐슬 이적을 위해 훈련 불참을 선언하고 소셜미디어(SNS)에서 브렌트퍼드 관련 게시물을 모조리 삭제하는 등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몰상식한 떼쓰기에 구단들은 뚜렷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결국 굴복했다. 뉴캐슬은 공식 성명을 통해 관계 회복 전까지 이사크의 이적 및 경기 출전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결국 구단 사정을 고려해 현실에 굴복하고 리버풀 이적을 허가했다. 브렌트퍼드도 위사를 엔트리 제외하며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듯했지만, 결국 값비싼 이적료에 위사의 뉴캐슬 이적을 허가했다.


마크 게히(크리스탈팰리스). 게티이미지코리아

상식 밖의 사례로 치부할 수도 있었지만, 정작 모든 절차를 완벽하게 준수한 한 선수는 팀의 변덕스러운 결정으로 이적이 무산되면서 제도적 조치 필요성이 대두됐다. 마크 게히는 일찌감치 소속팀 크리스탈팰리스에 이적 허가를 받았다. 게히의 계약 기간은 2026년 여름까지라 팰리스도 적절한 금액이면 흔쾌히 게히를 보내줄 계획이었다. 수비 보강이 필요한 리버풀은 게히에게 접근해 3,500만 파운드(약 650억 원)와 5년 계약으로 개인 합의까지 마쳤다. 게히는 리버풀행에 근접했음에도 이적 발언을 자제하며, 올 시즌 팰리스 공식전에 성실히 출전했다. 위 두 선수와 다르게 원 소속팀을 존중하며 얌전히 협상 완료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팰리스 측의 예기치 못한 변덕으로 게히의 이적은 마감 시간 직전 무산됐다. 이적시장 마감일이 다가오자 팰리스는 게히의 대체자를 구하지 못했다며 좀처럼 이적 도장을 찍지 않았다. 결국 협상은 마감 시간까지 지지부진해졌고 게히 대체자로 낙점한 이고르 훌리오 영입이 무산되자 돌연 리버풀 측에 '판매 불가'를 선언했다. 위 두 선수와 달리 성실히 절차를 따른 게히는 아무런 반발조차 하지 못한 채 눈앞에서 이적이 무산됐다


'텔레그래프'는 이러한 이적시장 아이러니를 꼬집었다. "게히는 흠잡을 데 없는 태도를 보였지만 원하는 이적을 얻지 못했다. 반면 이사크과 위사는 소속팀에서 뛰기를 거부했고 결국 원하는 이적을 얻었다. 만약 이번 이적시장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이 '프로답게 행동하기보다는 문제를 일으키고 소란을 피우는 편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라면, 그것은 축구계에 있어 우울한 날이다"라고 평론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 게티이미지코리아

위 매체는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떼쓰기' 사례에 대한 조치로 두 가지 정도의 장치를 꼽았다. 먼저 '시즌 시작 전 이적시장 마감'이다. 현재 유럽 축구 이적시장은 시즌 개막 약 2주 후 마감된다. 시즌 초 갑작스러운 전력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유예 기간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는 이사크와 위사처럼 경기 출전 거부라는 구단 입장에서 손 쓸 수 없는 제도적 헛점을 낳았다. 매체는 "모든 리그 이적시장을 6월 1일에 열고 8월 1일에 닫으면 된다. 두 달 안에 영입을 못 하는 구단이라면 무능한 것"이라고 단호한 어조로 주장했다. 실제로 PL에서 2018년, 2019년에 이런 논의가 진행됐지만, 유럽 리그 전체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조용히 묻혔다.


두 번째는 '출전 거부 시 이적 요청 강제'다. 이사크와 위사가 주장한 이적 요청은 모두 구두 약속이었다. 실제로 약속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들은 소위 '신사 협정'을 빌미로 구단과 날선 대립을 펼쳤다. 위 매체는 "이적을 강요하려는 선수는 공식적으로 이적 요청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해결책으로 보이지만 합의를 위해선 생각보다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이유는 계약상 옵션으로 존재하는 '충성 보너스(loyalty bonus)' 때문이다. 선수가 계약 기간을 완벽히 준수할 시 지급되는 옵션 금액이다. 계약과 묶여있기에 선수 측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매체는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와 국제 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의 합의로 이를 강제할 수 있다라며 강경한 해결책을 내놨다.


'이적시장이 고장 났다'는 비판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선수, 구단, 리그 모두가 공정한 원칙 없이 각자의 이해관계만 좇는다면 이번 여름 사례처럼 파업은 성공의 수단이 되고, 성실함은 오히려 손해로 돌아올 것이다. 단기적인 땜질이 아닌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유럽 축구가 건전한 경쟁 질서를 회복하려면, 지금이야말로 이적시장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명분이 생겼다.


사진= 리버풀 인스타그램 캡처, 뉴캐슬 인스타그램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