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레일 타고 올라가면 이어지는 고난도 트레킹

이상기 2025. 9. 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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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을 올라가다 1] 서해대협곡

8월 17일에서 20일까지 중국 황산에 다녀왔다. 하루는 황산에 올라 서해와 천해(天海)를 중심으로 기이한 소나무(奇松)과 괴상한 바위(怪巖)을 살펴보았다. 하루는 황산 시내 문화유산을 살펴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항저우(杭州)에 들러 서호(西湖)와 만송(萬松)서원을 둘러보았다. 이번 답사의 주제는 황산과 항저우의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이다. 7회 정도 여행기를 쓰려고 한다. <기자말>

[이상기 기자]

항저우 샤오산(蕭山) 국제공항을 거쳐 황산으로
 항저우의 젖줄 전당강
ⓒ 이상기
인천공항에서 항저우 공항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황해를 가로질러 상하이에 이르면 양쯔강 줄기를 볼 수 있다. 항저우에 이르면 시내를 관통하는 전당강(錢塘江)을 볼 수 있다. 항저우 공항은 샤오산구 평지에 있어 주변에 5층 이하의 건축이 자리 잡고 있다. 항저우 공항은 2000년 12월에 개장한 국제공항으로 4개의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5000만 명의 여객을 수송할 수 있다고 한다. 항저우 샤오산 공항은 항저우 도심으로부터 동쪽으로 27㎞쯤 떨어져 있다.
공항에 도착하자 현지 가이드가 나와 우리를 관광버스로 안내한다. 이 버스를 타고 4일간 항저우와 황산을 여행할 것이다. 버스는 항저우 남쪽으로 난 외곽 순환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간다. 고속도로명은 G2504다. 유하촌(留下村)과 오상향(五常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G56 항휘(杭徽) 고속도로로 들어서서는 서쪽으로 계속해서 달려간다. 중간에 린안(臨安)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린안은 항저우 서쪽 안휘성과 접해 있는 지역으로 2017년 항저우의 10번째 구(區)로 편입되었다.
 황산시 둔계구 신안강 야경
ⓒ 이상기
린안 동쪽에는 커다란 청산호(靑山湖)가 있고, 서쪽으로 산악지대가 펼쳐진다. 그러므로 서쪽으로 가면 갈수록 경치가 좋아진다. 절강성과 안휘성을 나누는 곳은 욱령관(昱嶺關)으로 해발 493m의 고개다. 그런데 고속도로가 나면서 고개 아래로 터널이 지나간다. 재미있는 것은 터널을 지나면 G56 고속도로 이름이 휘항(徽杭)으로 바뀐다. 안휘성에 들어왔으니 휘자를 먼저 써주는 것이다. 버스는 남원구촌(南源口村)에 이르러 신안강(新安江)을 건넌다. 여기서부터 신안강을 따라 황산시 둔계구(屯溪區)까지 달려간다.

황산시는 3개의 구와 4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도농통합형 시다. 3개의 구는 둔계구, 휘주구, 황산구다. 이중 시의 행정기관은 주로 신안강변 둔계구에 위치한다. 휘주구는 풍락하(豐樂河) 북쪽에 형성된 고도(古都)로 휘주 문화를 대표한다. 황산구는 중국의 명산 황산이 있는 산악지대다. 4개 현중에는 이현(黟縣)이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그것은 황산이 옛날에는 이현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이현에 속한 굉촌(宏村)과 서체촌(西遞村)은 남송시대 마을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북쪽 태평 케이블카를 통해 단하참(丹霞站)으로 오르다
 광명정에서 바라본 황산 파노라마
ⓒ 이상기
우리가 묵은 호텔은 휘주구에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동쪽 산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었다. 황산은 현재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이 되었다. 그것은 기이한 소나무와 바위산 그리고 운해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749년 당나라 황제 현종이 산 이름을 황제를 상징하는 색 황산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황제가 죽어 천국으로 갈 때 황산을 통해 올라간다는 전설이 생겼다. 황산은 산의 경치가 아름답고 산속에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유산이 풍부해 199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황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 좋다. 그래야 짧은 시간에 많은 봉우리와 협곡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산은 전산(前山), 후산(後山), 서해(西海), 북해(北海)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이곳에 접근하기 편하도록 네 군데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이 있다. 전산에는 옥병 케이블카가 있다. 후산에는 운곡 케이블카가 있다. 서해에는 서해대협곡 모노레일이 있다. 북해에는 태평 케이블카가 있다. 이들 교통기관을 이용하면 6분에서 12분 사이 해발 1600m 고지까지 올라갈 수 있다.
 태평 케이블카를 타고 황산을 오르는 사람들
ⓒ 이상기
우리는 오전에 태평 케이블카를 타고 하부 정류장인 송곡암(松谷庵)에서 상부 정류장인 단하참으로 올라간다. 태평 케이블카는 대형이어서 한 번에 100명이 넘게 탈 수 있다. 산 위에 도착하니 기온이 낮아져 상쾌하고 시원하다. 주변에 배운산장, 배운정, 배운봉(排雲峯 1,708m)이 있다. 소나무와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운해는 볼 수가 없다. 이곳에서 해발 1260m 지점에 있는 서해대협곡 모노레일 하부 정류장 배운계참((排雲溪站)까지 걸어 내려가며 서해대협곡의 장관을 감상한다.
서해대협곡의 장관을 살펴보다
 서해대협곡의 기암괴석과 소나무
ⓒ 이상기
서해대협곡은 황산의 서쪽에 형성된 거대한 골짜기다. 단하참에서 북서쪽으로 능선을 따라 3㎞ 정도를 걸으면서 골짜기와 앞에 펼쳐진 기암괴석을 살펴보는 고난도 트레킹이 이어진다. 그런데 내려가는 것이어서 올라가는 것에 비해 훨씬 힘이 덜 들고 경치를 감상하기에 좋다. 기이한 소나무들을 보고, 건너편 뾰족뾰족한 연봉을 바라보며 내려가다 보면 석문 형태의 굴을 통과하기도 한다. 왼쪽으로는 천애 벼랑인데 안전 펜스를 설치해 그렇게 불안하지는 않다.
어느 정도 내려가면 산봉우리 너머로 광명정 정상의 기상과학관(氣象站)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비래석(飛來石)이 보인다. 기상과학관 위에는 커다란 구가 하나 있는데, 2006년에 설치된 도플러 기상 레이더다. 황산 곳곳에서 일선천(一線天 )을 만나게 되는데, 바위틈으로 좁은 길이 나 있고, 하늘로부터 그 사이로 빛이 쏟아진다. 가파른 계단을 만나면 중간중간 병목 현상이 발생, 앞사람이 내려가길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황산 기행은 천천히 경치를 음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지루한 측면도 있다.
 서해대협곡 너머로 보이는 광명정 기상과학관과 비래석(오른쪽 입석)
ⓒ 이상기
어느 정도 더 가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상로(上路)로 가면 운외봉(雲外峯)이 나오지만 조금 더 편한 하로(下路)를 택한다. 더 내려가면 탐해정(探海亭)이 나온다. 잠시 쉬면서 서해대협곡을 탐구하는 정자라는 뜻이다. 그런데 사람에 치여 앉아 쉬면서 기암과 괴송을 관찰할 수가 없다. 계속해서 내려가다 보면 골짜기 앞으로 판형의 커다란 바위들이 나타난다. 모양을 보니 낙타처럼 생겼다. 바위틈 척박한 환경에서는 기이하게도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황산에서는 활엽수보다는 침엽수가 우점종인 것 같다.

어느 순간 바위를 뚫어 만든 길을 지나면 서해대협곡 모노레일이 보인다. 그런데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다. 그것은 하부 정류장에서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해 조금씩 정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길은 모노레일 하부 정류장, 삼계교(三溪橋)를 거쳐 서대문으로 불리는 조교암(釣橋庵)까지 이어진다. 모노레일 정류장에는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이 관광객을 쉽고 빨리 이동시켜 주는 장점이 있지만, 산에 너무 많은 사람이 올라와 길이 막히고 정체되는 문제점도 있다.

황산을 스승으로 생각하는 예술가를 만나다
 서해대협곡 모노레일
ⓒ 이상기
30분 이상 기다려 겨우 모노레일을 탄다. 서해대협곡 모노레일은 길이가 900m가 조금 못 된다. 표고차 500m를 2분도 안 돼 올라간다. 한 번에 60명이 넘는 관광객을 태울 수 있다. 중간에 상행과 하행이 교차할 수 있도록 타원형 선로를 만들었다. 상부 정류장인 천해참(天海站)에 오르니 앞에 큰 광장이 나타나고, 그 앞으로 기이한 소나무가 울창하게 솟아 있다. 여기서 백운빈관(白雲賓館)으로 이어지는 길이 넓게 펼쳐져 있다. 이 길 중간쯤에서 황산 최고봉인 연화봉(蓮花峯 1864.8m)을 볼 수 있다. 가까이로는 백운빈관이 내려다보인다.
길옆에서 잠시 암석에 새겨진 '황산이 바로 나의 스승(黃山是吾師)'이라는 유해속(劉海粟)의 음각 글씨를 살펴본다. 유해속은 현대 중국의 유명한 예술가로 황산을 8번이나 올라 글과 그림을 남겼다. 이 글씨는 황산에 대한 존경과 숭배를 보여주고, 감격한 심정을 표출하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비슷한 문구를 사용한 선배 예술가가 있다. 명나라 황족 출신으로, 청나라 초 속세를 피해 황산으로 들어와 승려가 된 석도(石濤)다. 그가 황산을 여러 차례 유람하고 '황산이 바로 나의 스승(黃山是我師)'이라는 화제(畫題)를 남겼다고 한다.
 유해속의 각자: 황산시오사
ⓒ 이상기
이 시제가 들어간 그림의 제목은 <황산의 구름 파도(黃山雲濤)>다. 오언절구의 시 전문은 아래와 같다. 그의 화풍은 현대의 제백석, 장대천, 유해속 같은 후배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유해속은 석도의 시를 다음과 같이 바꿔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날에는 황산이 나의 스승이었는데, 이제는 황산이 내 친구가 되었구나. 昔日黃山是我師 今日我是黄山友'

황산이 바로 나의 스승이고 黄山是我師
내가 바로 황산의 벗이로다. 我是黄山友
내 마음속 만물 중 하나를 정한다면 心期萬類中
황산 외에 그 무엇이 또 있겠는가. 黄山無不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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