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리의 시시각각]이배용의 금거북이와 청문회 없는 요직

지난 윤석열 정부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검사였다. 여기도 검사, 저기도 검사, 윤 전 대통령과 친분 있는 검사 출신들이 법무부·행안부·국토부 등 주요 부처 장관은 물론 고도의 전문성과 조율능력이 필요한 방송·금융 분야 최고위 임명직까지 죄다 한 자리씩 차지했다. 검사(검찰) 아니면 서울법대나 충암고 졸업 이력 정도는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도 저도 아닌 인물이 툭 튀어나올 때도 있었다. 해당 분야 전문성이나 역량을 인정받았다거나, 특별히 사회적 존경이나 미래 세대에 영감을 주는 인물도 아닌 그야말로 '갑툭튀' 인사라 고개를 갸웃할 때가 적지 않았다. "설명 안 되는 인사 배경엔 항상 김건희 여사가 있다"는 소문이 세간에 무성했지만, 당사자들이 입을 열지 않는 이상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런 자리일수록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임명직이 많아 발탁 배경에 의심스런 정황이 있어도 언론의 날카로운 검증을 무디게 했다. 거꾸로 말하자면, 흠결 있는 당사자가 망신당하지 않고 쉽게 꿰찰 수 있는 요직엔 국민 눈높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불투명한 인사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앞으로 우리 국민 머릿속에 '금거북이'라는 연관어로 기억될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임명이 딱 그런 인사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비록 이화여대 총장 출신이긴 하지만 한국학중앙연구원장(2016년)을 끝으로 공직은 물론 교육과 관련한 아무 활동이 없는 와중에 2022년 9월 갑자기 3년 임기의 초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위원장에 임명됐으니 누가 봐도 석연치 않았다. 당시 대통령실은 "교육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기구라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그를 발탁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교육부 장관급 위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이걸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을 거 같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당선인 특별고문에 이어 청와대 관리·활용자문단장, 그리고 초대 국교위원장까지 없는 자리를 3연속으로 일부러 만들어가며 앉힌 이유를 적잖이 궁금해했다. 그 의문이 무려 3년이나 흘러 김건희 특검의 압수 수색을 통해 김 여사 모친의 집 금고 속에서 풀리리라는 건 정말 아무도 상상 못 한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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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거북이 매관매직 국교위장 충격
검증 없는 요직 인사 허점 드러내
현 정부도 전문성 없는 인사 멈춰야
」
AI가 인간 일자리를 전부 빼앗느니 마느니 하는 과학 문명 시대에 전근대적인 매관매직 의혹이 불거진 것도 믿기 어려운데, 고작 1~2백만 원에 불과한 4.5돈(16.875g)짜리 금거북이가 그런 역할을 했다는 추정에 분노가 치밀기는커녕 오히려 헛웃음만 난다. 발탁 과정이 무엇이든 국가 발전을 위해 역할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좋았으련만, 이 전 위원장이 재임 동안 보여준 건 백년대계 준비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대신 AI 시대와 거꾸로 가는 심화 수학 도입 반대가 그가 재직할 때 한 가장 주요한 결정이었다. 역량과 동떨어진 잘못된 인사는 그 행위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처럼 국가적 발전까지 저해한다.
앞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김 여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네며 맏사위 인사 청탁을 했고, 그게 국무총리 비서실장 자리라는 성공한 로비로 이어졌다는 특검 수사로 충격을 줬다. 하지만 국가 미래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교육 관련 자리를 두고서도 이런 뒷거래가 있었다는 건 정말 믿기 어렵다. 이런 자리까지 금품이 오갔다면 지금껏 밝혀진 단 두 건 외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거래가 드러날지 지레 겁이 날 지경이다.

전 정부의 매관매직 의혹이 너무 늦게 드러나 아쉬운 마음 한편으로, 결국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안도도 동시에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각종 송사를 도운 그의 변호인 7명도 전문성 없이 금감원장 등 청문회 없는 요직에 올랐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말문 막히게 하는 전 정부의 과오를 들춰내며 희희낙락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문제 있는 인사는 미리미리 정리하는 한편, 최소한 이제부터라도 이런 류의 인사는 하지 말라는 얘기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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