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월급 루팡…혹시 당신도 ‘또라이’?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5. 9. 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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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건강 해치는 오피스 빌런

직장인 A씨는 느닷없이 상사로부터 사랑을 ‘고백’ 받았다. A씨는 “직장 상사 이상으로 생각해본 적 없고, 연애할 생각 없다”며 명확히 대처했다. 이후 상사는 “거절은 잘하면서 일은 잘 못하네”라는 식으로 핀잔과 업무상 불이익을 주며 A씨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A씨는 파견 근무를 자처하며 상사와 거리를 두려 했다. 그러나 ‘고백 빌런’이 파견 근무지까지 따라와 질척거리는 바람에 결국 회사를 떠났다.

직장에서 외모로 직원을 평가하는 상사도 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외모를 지닌 직원에게는 친절했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에게는 끊임없는 지적으로 자존감을 긁었다. 외모를 이유로 “신뢰도가 떨어진다”라며 대외적인 업무에서도 부당하게 배제시켰다.

직장인 B씨는 자취 비용이 부담된다며 회사 콘센트에 온갖 개인 전자기기를 충전한다. 회사 카드로 일부러 많은 양의 점심을 시킨 뒤 남은 음식을 챙겨간다. 여기까지는 ‘애교(?)’ 수준. 그는 생활비를 아낀다며 일주일 중 4일을 회사에서 살고 있었다. 회사 차에 주유할 때 기름을 빼돌려 자신의 차에 주유하기도 했다. B씨 사수는 “처음에는 후배가 알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수준이 도를 넘어섰다”며 “업무 능력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고 이런 태도에 대해 후배에게 어떤 식으로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C부장은 최근 입사한 신입 직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쁜 업무로 팀원 모두 늦게까지 일에 매달리는데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혼자 빠진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라고만 생각했는데 업무 실수도 잦았다. 한번은 보고서를 지적하며 “다음부터 이렇게 하라”라고 조언했더니 “그럼 처음부터 그냥 부장님이 쓰지 그랬느냐”고 목소리 높여 어안이 벙벙해졌다.

직장인이 가장 최악의 유형으로 뽑은 오피스 빌런은 ‘갑질 막말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갑질과 막말은 추후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 또는 형사 고소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대응이 필요한 유형의 직원으로 꼽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어느 조직에나 한 명쯤 있는 ‘또라이’

조직 분위기 해치고 성과 떨어뜨려

이런 동료, 상사, 후배가 당신 직장 내 있다면 매우 난감할 것이다. 이들은 전형적인 ‘오피스 빌런’이라 부를 만하다. 오피스 빌런은 사무실(office)과 악당(villain)을 합친 말이다. 회사에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업무를 동료에게 떠넘기거나, 합당한 업무에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조직 건강을 해치는 ‘직장 내 골칫덩어리’를 말한다.

어느 조직이든 문제 직원이 있기 마련이다. 조직 혁신·조직 행동 분야 권위자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2007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내가 또라이 제로 법칙을 쓰는 이유(Why I Wrote The No Asshole Rule)’라는 칼럼을 게재해 큰 인기를 끌었다. 어느 조직이건 항상 ‘또라이(asshole)’라고 불릴 만한 이상한 직원이 있기 마련이며, 이들이 다른 직원들에게 횡포를 일삼고, 결과적으로 조직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내용이 큰 공감을 얻어서다. 서튼 교수는 같은 해 이 주제를 확장한 저서 ‘또라이 제로 조직(The No Asshole Rule)’을 출간했다.

서튼 교수가 소위 ‘또라이’로 분류한 문제 사원 종류는 다양하다. 다른 직원을 괴롭히는 갑질 상사, 자신의 일을 상습적으로 남에게 떠넘기는 사람, 직원 사기를 바닥까지 꺾어버리는 사람 등이다. 그는 이처럼 ‘조직 문화와 성과에 악영향을 끼치는 자’를 또라이로 정의했다.

서튼 교수는 직원 누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일시적인 또라이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반성과 변화가 동반된다면 공인된 또라이(certified asshole)는 아니다. 반성과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직원이 ‘진짜’ 또라이다. 스스로 조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자신의 또라이 기질을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존재다.

최근 인크루트 설문조사(561명 대상)에서 직장인 10명 중 8명은 현재 근무 중인 회사에 업무를 방해하는 ‘오피스 빌런’이 있다고 답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이 87%로 가장 많다. 중견기업(81%), 중소기업(80%), 공기업·공공기업(77%)이 뒤를 이었다. 대체로 직속 및 타 부서 상사가 문제였다(50%). 그 다음 동료·후배(39%), 임원진(27%), 대표·사장(19%)으로 나타났다.

오피스 빌런을 묵과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조직에 손해를 입혀서다. 서튼 교수는 HBR에 게재한 논문에서 한 또라이 직원으로 인한 분노 통제 교육 비용, 다른 직원의 시간 외 추가 수당 비용, 피해 직원 심리 보상 등을 포함한 ‘총또라이비용(TCJ·Total Cost of Jerks)’을 산출했다. 그 결과, 한 명으로 인해 추가 지출된 비용이 16만달러(약 2억2200만원)였다고 추산했다. 미국 인성 평가·조직 컨설팅 전문 업체인 호건어세스먼트는 지난 4월 낸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이 오피스 빌런 때문에 입는 손실이 2920억달러(약 405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오피스 빌런 유형 살펴보니

일 안 하며 팀 단위 성과급 ‘꼬박’

오피스 빌런 유형은 크게 2가지다. 조직 구성원과 직접 충돌하며 팀 내 갈등을 유발하는 ‘직접형 빌런’과, 대놓고 분란을 일으키진 않지만 태업에 가까운 행태로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간접형 빌런’이다.

‘직접형 빌런’의 대표적인 사례는 ‘갑질·막말’형이다. 부적절한 언행이나 갑질로 괴롭히는 방식이다. 일종의 ‘직장 내 괴롭힘’이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권력’과 ‘괴롭힘’을 합친 ‘파워하라(power+harassment)’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상사의 권력에서 시작한 직장 내 괴롭힘은 일본에서도 큰 사회적 이슈였다.

갑질·막말을 일삼는 직원은 가장 흔한 빌런 유형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직원으로 꼽힌다. 갑질·폭언 자체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 법률로 제재받는 행위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방치했다가는 회사 CEO나 인사팀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피해 당사자가 극단적 선택을 단행한다. 오피스 빌런과 피해자에 대한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다면 기업에는 평판 리스크로 작용한다. 당국이 개입하고 노동부 조사까지 사건이 번지면 더욱 큰 기업 위기가 초래된다. 직원 한 명이 사실상 조직을 붕괴 직전까지 내모는 셈이다.

최근 들어선 갑질이 아닌 ‘을질’을 하는 新오피스 빌런도 적지 않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박 모 팀장은 부하 직원이 된 동료 3명의 근무 태도를 지적했다 ‘직장 내 괴롭힘(직내괴)’으로 신고당했다. 조사해보니 대부분 과장 또는 허위였다. 부하 직원이 부서 이동을 피하려 한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박 팀장은 ‘직내괴’로 징계됐고 좌천성으로 부서를 옮겼다. ‘직장 내 괴롭힘법’은 업무상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전제로 삼는다. 사실상 하급자의 조직적 괴롭힘은 제재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악용한 부하 직원의 ‘직내괴’ 신고가 늘어나는 추세다.

정확한 근거 없이 자기 마음대로 추측하고 ‘뇌피셜’로 결론을 내버리는 ‘궁예형’ 조직원도 직접형 빌런 중 하나다. 후삼국시대 왕인 궁예가 집권 말년에 정적들을 도륙할 때 그 명분으로 사용했던 ‘관심법’에서 따온 용어다. 이들은 특별한 근거도 없이 부하·동료 직원 행동을 단정지어 갈등을 일으킨다.

간접형 빌런은 표면적으로 갈등을 일으키진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서서히 조직 효율을 떨어트린다. 업무를 외면하고 팀원 공을 가로채는 식이다. 회사와 팀에 직접적인 피해는 끼치진 않지만, 이들을 방치하면 성실한 조직원의 이탈, 업무 비효율성 심화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월급 루팡형’은 간접형 빌런의 주요 유형이다. 루팡은 프랑스 소설 속 전설적인 도둑이다. 월급 루팡이란 말 그대로 일은 제대로 안 하며 월급만 받아 가는 직장인을 말한다. 팀 단위로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에서는 월급 루팡 빈자리를 다른 동료가 메워줘야 한다. 이 때문에 팀원 간 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 팀제에서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직원도 동일하게 성과급을 받아 가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내로남불형 직원은 조직 단결력을 해친다. 이들은 프로젝트나 성과가 잘 나오면 공을 자기에게 돌리고, 결과가 미진하면 ‘남 탓’으로 책임을 다른 이에게 전가한다. 성과는 얻고, 책임을 회피하는 책임 회피형이다. 내로남불형 직원이 팀 관리자가 되면 팀원의 적극성이 떨어진다. 책임을 져야 할 관리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탓에, 팀원들이 업무에 소극적으로 임하기 때문이다.

무리한 업무 요청·협조를 남발하는 ‘내 일은 네 일’형도 직장인이 꺼리는 동료다. 이들은 ‘협조’를 빙자해 사실상 업무를 남에게 떠넘긴다. 갑질에 가까운 행태지만 ‘협업’이란 이름으로 교묘하게 포장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이들의 갑질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어떻게 대응하나

잘못하면 2차 가해…주의 또 주의

조직 분위기를 해치고, 성과 달성을 방해하는 오피스 빌런은 조직 입장에선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대처가 쉽지 않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오피스 빌런은 자아 성찰이 안 되는 유형이 대부분이라 본인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이 잘못했을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확한 법적 근거 없이 징계를 내리면, 당사자가 회사를 고소하는 등 오히려 적반하장 식으로 조직을 괴롭히곤 한다.

그렇다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놔둘 수도 없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어서다. 그나마 직접형 빌런은 징계 같은 처벌이라도 가능하다. 반면 갈등 유발 행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간접형 빌런’은 문제가 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응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인사조직 전문가들은 오피스 빌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공법’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볼 사안은 법적 리스크 차단이다. 문제 행위에 대한 객관적인 기록 확보가 필수적이다. 구두 지적만으로는 향후 분쟁에서 증거로 인정받기 어렵다. 이메일, 메신저, 보고서 등 구체적 자료와 함께 동료 진술서를 문서화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절차 정당성도 중요하다. 사규에 명시된 경고, 교육, 성과 개선 계획(PIP) 등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징계로 이어가면 부당 인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필요할 경우 노무사나 변호사 자문을 받아 대응 방향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피스 빌런을 향해 단순한 질책보다 구체적 개선 목표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회의 발언 시간을 제한하거나 보고서 제출 기한을 명확히 설정해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식이다. 인사팀은 성과 개선 계획(PIP·Performance Improvement Plan)을 운영해 일정 기간 목표와 평가 기준을 공유하고, 개선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업무 적성과 스타일이 맞지 않다면 보직 재조정을 통해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프로젝트 단위 분리도 검토 대상이다. 심리적 요인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일부 오피스 빌런은 성격적 결함보다는 과중한 스트레스나 불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때 사내 상담 프로그램이나 멘토링, 리더십 교육 등 조직문화 차원의 지원이 병행돼야 지속적인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명확한 규정에 따른 징계성 인사 평가도 방안이 될 수 있다. 파주시는 지난해 6월 ‘오피스 빌런’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파주시 공무원은 연 2회 근무 성적을 평가해 실적과 업무 태도에 따라 4개 등급(수·우·양·가)을 부여받는다. 그간 공무원 특유의 온정주의로 최하등급 ‘가’를 부여하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파주시는 ‘오피스 빌런’을 대상으로 근무 성적 ‘가’ 등급을 부여하고, 성과급 미지급·해외연수 제한, 포상 제한, 타 기관(장기 교육) 파견 제한, 현장 업무로의 강제 전보 등 인사상·금전상의 불이익을 주기 시작했다. 조직 분위기를 해치는 일부 직원 행태가 대다수 성실한 직원에게 피해가 되고 결국 행정의 질을 떨어뜨려 시민 불편으로까지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조상욱 율촌 변호사는 “장기 분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철저한 사실 파악을 통해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조사의 공정성 등 절차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방어권 보장 등 절차 문제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5호 (2025.09.03~09.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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