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덮친 노란봉투법...철강·조선 중후장대 현장 ‘흔들’

백서원 2025. 9. 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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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국회 통과 직후부터 원청 겨냥한 노조 투쟁 잇따라
현대제철·포스코·HD현대중공업 등 노사 갈등 확산
외투기업 35% “투자 축소·철수 고려”...현장 불안↑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지난달 27일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불법파견·교섭거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산업계 전반에 충격파를 던졌다.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확대되고 경영상 판단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철강·조선 등 하청 구조가 복잡한 중후장대 업종 현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2일 산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통과 직후부터 원청을 겨냥한 노동조합 투쟁이 이어지며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대통령 공포 절차를 거쳐 내년 3월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노조 쟁의 범위를 기존 임금·근로조건 중심에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사업 통폐합 등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까지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현대제철 하청업체 근로자로 구성된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이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25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진짜 사장 현대제철은 비정규직과 직접 교섭하라”며 직접 고용을 요구했고, 27일에는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현대제철 경영진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원청을 상대로 한 첫 집단 고소 사례다.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8조원 이상을 투입해 전기로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자회사 현대IFC와 현대스틸파이프 매각에 나선 것도 노조 갈등의 추가 불씨가 될 전망이다.

포스코 노조 역시 사측의 7만4000원 인상안을 거부하고 7.7% 인상을 요구하며 교섭을 중단했다. 경영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창사 57년 만의 첫 파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조선업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최근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합병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두 회사 노조는 “합병 세부 자료와 제도·인력 개선 방안을 공개하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올해 임협 난항으로 다섯 차례 부분파업에 돌입한 HD현대중공업 노조는 2일부터 나흘간 4시간 부분 파업에도 돌입한 상태다. 3일에는 HD현대미포·HD현대삼호 노조와 공동 결의대회를 열고 4~5일에는 7시간 파업으로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재계는 현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철강은 조선·건설 등 전방 산업의 핵심 소재를 공급하고, 조선은 수백개 협력업체와 연결돼 있어 교섭 요구가 확산되면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경제6단체는 “법상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이 불명확해 노사 분쟁이 불가피하다”며 보완 입법을 촉구하기도 했다.

외국계 기업들도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 조사 결과, 외투기업 100곳 중 35.6%가 “투자 축소 또는 한국 철수”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노조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조항이 투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법 취지가 원청 책임 강화에 있지만 모든 하청 노동자가 곧바로 교섭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선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법안은 책임의 개별화를 강조하고 원·하청 간 직접 교섭은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도 “소송의 복잡성과 경영 불확실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원청이 사용자성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협력사 구조를 단순화하거나 기존 아웃소싱(외주·외부조달) 체제를 인소싱(내부조달)으로 바꾸는 등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용 축소와 투자 유보, 생산기지 해외 이전 같은 현실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노조법 개정이 자칫 파업 만능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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