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단에 타살 당한 강경대 열사
[김삼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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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면 머리기사로 강경대씨 사망 사건을 다룬 <한겨레신문> 1991년 4월 27일치 신문. |
| ⓒ <한겨레> |
강경대 열사는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1년 3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하였다. 민중가요 노래패 '땅의 사람들'에 가입하여 열심히 활동했다. 평범한 대학생이 학내문제에 이어 사회변혁 운동에 뛰어든 것은 시국이 만들었다. 상식을 뛰어넘는 등록금 인상에, 어쩌다 교문 밖으로 진출해 시위라도 하면 시위대보다 훨씬 많은 백골단(사복경찰) 등 진압부대의 횡포에 견디기 어려웠다.
1991년 4월 24일 상명여대의 학원자주화 집회에서 지지 연설을 하고 돌아오던 명지대 박광철 총학생회장이 불법으로 연행되자, 명지대 학생들은 즉각적으로 투쟁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경찰은 총학생회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최루탄을 난사하며 진압하였고, 학생들은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강경대(경제학과 1학년)는 4월 26일 '학원자주화 완전 승리와 노태우 군사정권 타도 및 총학생회장 구출을 위한 결의대회'에 동료 학생 300여 명과 함께 참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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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경대 열사가 산화한 장소. |
| ⓒ 전대호 |
강경대는 달려온 학생들에 의해 본관 2층 학교 보건소로 옮겨졌으나 상태가 위독해 인근 성가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강경대를 검진한 성가병원 박동국 외과 과장은 숨진 강경대의 오른쪽 눈썹 위가 둔기로 맞은 듯 사선 방향으로 7㎝가량 찢어졌고 두개골 일부가 함몰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오후 6시쯤 강경대의 시신을 연세대 부속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다. 강경대의 시신이 안치된 영안실은 출입이 통제되었고, 명지대생과 서총련 소속 학생 등 2,000여 명이 영안실 주변과 연세대 정문 등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4월 27일 연세대에서 규탄대회가 열린 것을 비롯하여 부산, 광주 등 전국 20개 대학에서 강경대의 폭행치사에 항의하는 집회와 시위가 잇따랐다. 이에 서울지검은 경찰로부터 27일 서울시경 4기동대 94중대 3소대 소속 이형용 일경(22), 정광규 상경(22), 임천순 상경(22) 등 전경 4명의 신병을 넘겨받고, 이들 외에 같은 소대 소속 김형두 상경이 강경대 구타에 가담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 28일 오후 '이' 일경과 '김' 상경 등의 구속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 구속을 집행했다. (주석 2)
강경대 열사의 죽임은 대학가는 물론 일반 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경찰이 백주에 대학생을 구타 치사한 것이다. 그의 모교인 명지대학은 물론 여러 대학에서 규탄대회가 열렸다. 특히 4월 29일 연세대학에서 3만여 명의 학생·시민이 참가하여 강경대 열사 구타치사 사건을 규탄하는 '폭력살인정권 규탄 범국민결의대회'가 열린 것을 비롯 전국 60여 개 대학에서 규탄대회가 열렸다.
국민연합·전대협·신민당 등 44개 시민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고 강경대 열사 폭력살인 규탄 및 공안통치 종식을 위한 대책회의'가 조직되어 노태우의 사과와 백골단 해체, 공안통치 종식을 요구했다. 각 지역에서도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강경대 열사의 죽임은 5월 1일 안동대학교 학생 김영균, 5월 3일 가천대학교 학생 천세용, 5월 8일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 5월 10일 노동자 윤용하 등이 잇따라 분신하여 이른바 '분신정국'이 조성되었다. 시인 김지하가 <조선일보>(5월5일자)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를 투고하고, 이에 대해 민족문화작가회의는 김지하를 제명했다. 박홍 서강대 총장은 "어둠의 세력 운운"하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강경대 열사의 장례가 끝난 후 학우 최강일(전남대 토목학과 3년)이 쓴 강 열사의 '아버님, 어머님께 간절히 말씀드립니다'를 공개하였다. 앞 부분이다.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하였던가. 과연 4월은 우리에게 잔인한 달이었고 분노의 달이었습니다. 학교주변 음식 값이며 학용품값에서 느낄 수 있었듯이 물가는 겁 없이 오르고 부모님들의 한숨소리도 깊이를 더해 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통사람이라 자처하던 노태우는 6공 최대의 비리인 수서사건을 조작하여 몇 백억을 챙기면서 보통사람이 아님을 입증하였고 식수만큼은 안심하고 먹게 하겠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폐놀 유출로 국민에게 썩은 물을 주었습니다. 이에 항의 인간답게 살아보고자 일어서는 국민들의 몸부림에 최루탄을 선물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련의 고르바초프와 서울도 아닌 제주도에서 UN단독가입으로 제나라를 두 동강 내는 굴욕적인 한·소 회담을 하면서 북방정책을 잘하고 있노라 뻔뻔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미국과 노태우 정권은 기초의회 선거에서 금권 타락선거를 통해 78%나 되는 의석을 획득하였고, 6월 말에 있을 광역의회 선거에서 집권 4년을 맞는 그들은 91년에 87년 6월 항쟁에서 4천만 국민의 단결된 힘으로 얻어낸 직선제 쟁취를 내각제로 개헌하여 장기집권의 구도를 공고화하면서, 4천만 민중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대통령입니다. (주석 3)
주석
1> <한국민주화운동사 연표>, 573쪽.
2> 앞과 같음.
3> 강경대 열사 추모사업회 자료.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민족민주열사 열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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