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전국 최초 청소년 무상버스... 교통현장은 '아우성'

김순애 2025. 9. 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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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라는 제주대중교통 정책... 정작 이용자는 보이지 않는다

[김순애 기자]

▲ 오른쪽 상단이 새롭게 설치된 ON나라페이 단말기 단말기 상단은 QR코드결제 방식으로 다인승일 경우 탑승 인원을 직접 입력해야 하며 VISA라고 써진 하단은 해외 VISA카드 결제와 아동청소년교통복지카드 인식이 가능하다.
ⓒ 김순애
제주도는 지난 8월 1일부터 모든 청소년들에 대해 버스 요금을 무료화했다. 광역 지자체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된 청소년 전면 무상버스 정책은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여러 의미가 있다. 하지만 도입 첫날부터 이 정책은 단말기 미설치 및 카드 오류 등으로 현장의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업 시행을 위해서는 전용 교통복지 카드 등록과 전용 단말기 설치가 필요하지만 시행 첫날 전용 단말기가 설치된 버스는 전체 버스 833대 중 75대에 그쳤다. 사업 대상 어린이·청소년들에게 발급된 제주교통복지카드 역시 8만7953개 중 2만9529개만 사용 등록이 완료된 상태였다.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정책이 시행되자 피해는 그대로 청소년들과 현장의 버스 기사들에게 돌아갔다. 제주도는 '단말기 미설치 및 태그 오류 시 육안으로 카드 확인 후 탑승 처리'한다는 안내문을 각 버스 회사와 학교에 보냈지만 운전기사들과 청소년들에게 이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운전기사에 따라 카드 소지 시 탑승을 허용하기도 하고, 무료 탑승이 안 된다며 청소년들을 내리게 하기도 하는 등 제각각이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학원 등의 일정을 놓친 청소년도 발생했다.

7월에 진행된 카드 등록 과정에서도 누리집 접속이 지연되고 회원가입과 로그인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8월 1일 현장의 혼란은 예견된 것나 다름없었다. 제주도는 9월 1일 기준 현재 모든 버스에 전용 단말기 설치를 완료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카드 오류에 대한 경험담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버스 소음 때문에 단말기 탑승확인 소리도 들리지 않아"
▲ 청소년교통복지카드 오류에 대한 SNS글 .
ⓒ 김순애
버스 운전자들은 새로운 단말기에 문제가 많다고 말한다. 버스 운전기사 A씨는 "단말기 소리를 최대한 올려도 버스 소음에 가려 탑승 여부 음성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운전석 쪽으로 화면이 없어서 다인승 처리 과정을 버스기사가 확인할 수도 없다"며 "단말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버스 이용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자리 이탈이 발생해 안전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운전기사 B씨 역시 "청소년들이 카드를 찍어도 (단말기의) 처리 속도가 느려서 여러 명이 탈 때 문제가 많고, 볼륨이 너무 약해 탑승처리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제주도 게시판에는 "외국인 여러 명 탑승 시 1명만 결제하는 경우가 많지만, 운전기사가 확인할 수 없고 결제 속도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시행 초기라 단말기 작동이 불안하거나 비정상인 경우도 여럿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 대중교통과 문정현 버스노선 팀장은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현장의 불편사항에 대해 "4월 청소년 무상교통 정책이 발표되고, 6월 관련 조례가 도의회에서 통과되면서 빠르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 나타난 문제는 그때 그때 확인해 바로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교통복지카드 전용 단말기를 새로 설치한 이유에 대해, 사업을 담당한 주무관은 "티머니 수수료 문제 등 (상세한 것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국 최초 타이틀 쫓아가는 제주... 이용자 불편은 외면

제주도는 청소년 무상버스 정책을 시행하면서 기존 티머니 카드 대신 새로운 결제 시스템인 온나라페이(ON나라페이)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버스에 티머니 단말기와 온나라페이 단말기가 동시에 설치돼 현장에 혼란이 생겼다. 또한 올해 초 아동(6세~12세) 버스요금 무료화 시행을 위해 발급한 아동용 교통카드를 7개월 만에 교체하는 등 적지 않은 예산 낭비도 발생했다. 예산 부족으로 하차 단말기를 설치하지 못하는 바람에, 승하차 정보를 수집할 수 없어 노선 효율화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온나라페이 도입 배경으로 ▲변동형 QR코드 결제 환경 구현(간편 결제) ▲해외 발행 VISA카드 비접촉 결제 환경 구현 ▲어린이·청소년 무상교통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이 2024년 초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지시한 '디지털 대전환' 구상에 발맞추기 위해 빠르게 진행되면서,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됐다' '실제 교통 현장의 불편함은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중교통 정책은 이용자들이 목적지에 편리하게 갈 수 있도록 하는 노선 조정 및 버스 배차, 기사들의 안전 운행을 위한 환경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제주도 교통 정책은 아시아 최초, 전국 최초, 디지털 혁신 타이틀에 급급해 제대로 준비되지도 않은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버스 이용자들과 운전기사들의 편의와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주투데이,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이 기사를 쓴 김순애 님은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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